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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특급은 진짜 얼마나 위대한 거냐' 박찬호의 ML 통산 124승, 앞으로도 10년은 불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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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최고급 명품'은 세월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올라간다.

1990년대 후반 IMF의 직격탄을 맞고 실의에 빠져 있던 한국인의 마음에 희망의 불꽃투구를 던지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52)의 위대함도 바로 그 '최상위 명품'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만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세운 업적이 실로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 지 새삼 드러나고 있다.

박찬호가 현역에서 은퇴한 지 15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그가 세운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다. 앞으로 최소 10년은 견고한 벽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바로 '메이저리그 아시아투수 최다승(124승)' 기록이다.

비록 요즘 세대에게는 '투머치 토커'라는 밈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알고보면 박찬호의 실체는 한국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불세출의 야구 레전드'다. 현재까지 15년간 깨지지 않고 있는 박찬호의 ML 아시아투수 최다승 기록이 앞으로도 당분간 오래 유지될 듯 하다.

가장 유력한 기록 경신 후보였던 일본 출신 투수 다르빗슈 유(39·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또 다시 팔꿈치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이와 그간의 부상 이력을 감안하면 현역 복귀가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설령 돌아온다고 해도 정상적인 구위를 회복해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다르빗슈는 5일(이하 한국시각)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주 수요일에 키스 마이스터 박사에게 오른쪽 팔꿈치 굴곡건(flexor tendon)을 재건하는 수술을 받았다. 2026년에 던질 수 없게 됐다. 다시 편안하게 공을 던지도록 열심히 재활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벌써 세 번째 팔꿈치 수술이다.

이번 수술의 재활 예상 기간은 12~15개월이다. 때문에 2026시즌에는 공을 던질 수 없다. 1년을 통째로 재활에 매달려야 2027년 복귀를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즉, 다르빗슈가 만 41세에나 다시 현역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를 거쳐 지난 2012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다르빗슈는 올해까지 통산 14시즌 동안 텍사스와 LA다저스-시카고 컵스-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거치며 115승(93패)을 달성했다. 이는 역대 아시아투수 다승 3위에 해당한다. 1위가 바로 '코리안특급' 박찬호다. 2위는 노모 히데오가 기록한 123승이다.

세 번째 수술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다르빗슈가 박찬호의 기록을 뛰어넘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10승만 추가하면 박찬호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

비록 나이가 들어 구위가 떨어졌다고 해도 다르빗슈는 여전히 경쟁력 있는 선발요원이다. 올해도 15경기에 선발로 나와 5승(5패) 평균자책점 5.38을 기록하며 박찬호와의 통산 승수 차이를 9승으로 좁혔다. 무엇보다 다르빗슈는 샌디에이고와 지난 2023년 2월에 6년-1억800만달러(약 1561억원)의 연장계약을 맺은 덕분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2028시즌까지는 현역이 보장돼 있었다.

때문에 계약으로 보장된 3년 동안 10승만 추가하면 '역대 메이저리그 아시아투수 최다승' 타이틀의 새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올해처럼 한 시즌에 5승씩만 한다면 2027년쯤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세 번째 팔꿈치 수술로 이런 계획은 전부 무의미해졌다. 다르빗슈의 정상적인 복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이뤄진다고 해도 41세인 2027년에나 돌아오는데, 나이와 부상 이력을 감안하면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때문에 다르빗슈가 박찬호를 뛰어넘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세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은 40대 투수가 메이저리그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를 따져보면 된다.

결과적으로 박찬호가 2010년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끝으로 은퇴할 때 남긴 통산 124승(98패)의 '아시아투수 역대 최다승' 기록은 당분간 굳건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르빗슈가 10승 추가에 실패하고 은퇴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약 10년간은 박찬호의 아성을 넘을 인물이 없다.

현재 다르빗슈 다음으로 많은 승리를 기록 중인 현역 아시아계 투수는 '투타겸업'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다. 오타니는 투수로 6시즌 동안 39승(20패)을 기록 중이다. 박찬호보다 86승이 적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 재활을 위해 투수로 나서지 않았던 오타니는 올해 이닝을 조금씩 늘리며 선발 복귀를 준비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타니가 부상 없이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을 소화하며 매년 평균 10승씩 달성한다고 가정한다면, 앞으로 9시즌 뒤에는 박찬호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 2034시즌에는 어쩌면 오타니가 'ML 아시아투수 최다승' 기록의 주인이 될 수도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모든 과정이 순조로울 경우'의 이야기다. 중간에 부상이 발생하거나 승리를 잘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면 박찬호의 기록은 최소 10년은 굳건하게 유지될 수 있다. 모든 기록을 검토하면 할수록 '코리안특급'이 얼마나 위대한 업적을 쌓았는 지 새삼 알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