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최동원을 연상시키는 월드시리즈 3승, 25년만의 2연속 우승.
시리즈 MVP에 빛나는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야구 전설'이 마를줄을 모른다.
이미 현재진행형 전설이다. 하루전 완투 후 연장 18회 등판을 준비하던 3차전은 시작에 불과했다. 6차전서 6이닝을 던져 승리투수가 됐고, 바로 다음날 열린 7차전에서 8회 등판, 2⅔이닝을 던지며 또한번의 승리투수가 됐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3차전 연장 17회부터 야마모토가 불펜에서 몸을 푼 상황에 대해 "18회에도 승부가 가려지지 않으면 미구엘 로하스를 등판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야마모토가 투수코치에게 '지금 우리는 월드시리즈를 치르고 있다. 투수가 아닌 선수를 그 무대에 올려보내느니, 차라리 내가 나가겠다'며 등판을 자원했다"고 돌아봤다.
야마모토 덕분에 가장 바쁜 사람이 바로 고교 시절 은사인 모리마츠 켄요 전 감독이다. 그는 최근 후지TV, TBC 등 일본 방송과 매체들의 집중 취재를 받았다.
그에 따르면 야마모토는 미야코노조 고등학교 시절부터 자신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구상하며 미국행을 준비했다고. 고교 은사인 모리마츠 켄요 감독은 "야마모토의 존재가 일본 야구에 꿈과 희망을 던지는 것 같다. 부디 잘 관리해서 다음 시즌에도 멋지게 던져주면 좋겠다"며 기뻐했다.
고교 입학 당시엔 주 포지션을 유격수로 하는 내야수였다. 모리마츠 감독은 "캐치볼하는 걸 봤는데, 구위나 던지는 감각이 남달랐다. 그래서 투수 전향을 권했다"면서 "워낙 야구에 미쳐사는 학생이라 가르치기도 편했다"고 회상했다.
야마모토는 오릭스 버팔로스 입단 직후 '팔꿈치의 피로를 최소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투구폼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쳤다. 그 결과가 '창던지기에 가깝다'는 현재의 투구폼이다.
오릭스 관계자들이 야마모토를 말리다못해 모리마츠 감독에게 '투구폼을 바꾸는 걸 그만두게 해달라'는 요청을 해왔을 정도. 하지만 야마모토의 뜻은 모리마츠 감독의 연락에도 바뀌지 않았다. "잘 안되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다. 내가 선택한 길이다. 이 길을 내가 정답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고.
모리마츠 감독이 2차전이 끝난 뒤 '105구 완투 훌륭했다'는 축하를 전했을 때도 야마모토는 "다저스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답했다. 결국 그 각오를 현실로 만든 야구영웅 그 자체다.
미야코노지 고교의 현 사령탑은 야마모토의 2년 선배인 타무라 하야토 감독이다. 그는 1학년 시절 야마모토에 대해 "항상 높은 곳을 바라보던 선수"라고 회상했다.
"언제나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기세로 연습하던 게 생각난다. 그때부터 일본프로야구(NPB)부터 메이저리그까지, 꿈을 향해 전진하는 자신의 모든 순간순간을 생각하고 고민하며 준비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평소의 깊은 고민이 쌓인 결과가 오늘의 영광이 아닐까."
이어 "우리 선수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했더니, '하루하루 노력하지 않으면 자신이 꿈꾸는 큰 무대에서의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조언을 하더라"고 덧붙였다.
야마모토와 함께 룸메이트로 동거동락했던 세토구치 렌토씨는 "매일매일 같은 방에서 지내고, 같이 목욕하고, 밥먹던 사이"라는 자랑과 함께 "야마모토가 마지막 7차전에도 등판하는 순간 내가 더 떨리고 눈물이 났다. 하지만 '야마모토라면 해줄거야'라는 마음으로 지켜봤다"며 웃었다.
야마모토가 12년 3억2500만 달러(약 4700억원)에 다저스 입단계약을 맺을 때만 해도 '오타니 효과', '다저스의 무리한 투자'라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다저스가 꿰뚫어본 야마모토의 존재감은 마침내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현실이 됐다. 전세계가 주목하던 오타니 쇼헤이가 아닌, 새로운 야구영웅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