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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아니라 축제 같아요" 역사상 첫 교류가 한국 야구의 미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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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분명 같은 꿈을 갖고 같은 야구를 하는데, 규칙도, 용품도 다르다. 하지만 1년에 한번 이들이 하나가 되어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리는 축제가 펼쳐진다.

이승엽야구장학재단은 지난해 처음으로 '이승엽 파운데이션 인비테이셔널'을 개최했다. 이 대회가 의미있는 이유는, 이른바 '엘리트 야구'를 하는 초등학교 소속 야구부 학생들과 '클럽 야구'를 하는 리틀야구팀 소속 학생들이 맞붙는 사상 최초의 대회이기 때문이다.

올해 열리는 제 2회 대회는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대구 강변 학생 야구장에서 개최된다.

시작이 쉽지는 않았다. 초등부 엘리트 야구와 리틀야구는 규정도 조금씩 다르고, 사용하는 도구도 다르다. 예를 들어 투수를 교체할때 투구수 제한으로 할지, 아웃카운트 제한으로 하는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 어느 상황에서 금지 되는지 등 규칙이 다른데다 경기 중 사용하는 공의 크기와 배트 규격마저 다르다.

전국리틀야구대회를 2021년부터 주최하고 있던 이승엽 재단은 이들이 하나로 모일 수 있는 화합의 장을 마련해보기로 했다. 누군가가 강제로 시킨 것이 아닌, 순수하게 한국야구의 미래인 어린이 선수들에게 새로운 무대를 마련해주고 싶은 열정이 만든 결과였다.

이승엽 재단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한국리틀야구연맹과 함께 손을 잡고 머리를 맞댔다. 재단, KBSA, 리틀연맹 3개측이 각각 한명씩 나와 대표자 회의를 열어 경기 규칙을 결정하고, 사용하는 용품도 논의해 확정한다. 또 대회 참가가 결정된 팀에게는 2-3주전부터 사용할 요품을 직접 보내주고, 룰도 사전 숙지할 수 있게끔 여러 차례 고지한다.

'이승엽 파운데이션 인비테이셔널'은 이런 특수성으로 인해 초등부 야구, 리틀야구에서 공식 대회로 인정받지는 못한다. 성적 기록도 공인이 아니다. 하지만 이 대회의 목적 자체가 한국 야구의 미래가 될 어린 학생 선수들이 초등 야구, 리틀 야구로 갈리지 말고 하나로 모여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지난해 첫 대회는 성공적이었다. 단순히 전국 대회로 경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개막식을 가진 후 선수들과 레크레이션도 하고, 댄스 경연 대회도 열어 선물과 상품을 주기도 했다. 대회에 참석한 한 초등부 지도자는 "이런 분위기의 대회는 처음이었다. 시합이 아니라 축제 같았다. 용품이나 선물도 아이들에게 풍부하게 지급해주시고, 분위기 자체가 다같이 즐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신선하고 재미있는 대회였다"고 돌아봤다.

이승엽 재단 이영석 사무국장은 "똑같이 야구를 사랑하는 학생들인데, 소속 단체의 차이로 인해 교류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이승엽 파운데이션 인비테이셔널'은 화합의 자리로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이 레크레이션에 참여하며 밝게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순수함이 느껴졌다"면서 "올해도 비거리 레이스 등 아이들이 대회 시작을 앞두고 웃고 즐기며 참여할 수 있는 작은 이벤트들을 마련했다"고 이야기 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초등부 아이들을 후원하려면, 일반적인 리틀야구 대회나 초등부 야구 대회를 개최하는 게 더 쉬운 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번거로움을 감수하고도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그만큼의 진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심지어 초등부 야구와 리틀야구는 주축 선수들의 나이도 다르다. 초등부 야구는 초등학교 기준 6학년까지 뛰기 때문에, 대부분의 팀들이 6학년 선수들이 주전이다. 그런데 리틀야구는 조금 다르다. 세계 리틀야구 연맹의 규정에 따라, 7학년 1학기(한국 기준 중학교 1학년 1학기)까지 등록기 가능하다. 그래서 실제 각팀 주전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1학년인데, '이승엽 파운데이션 인비테이셔널'에서는 이 부분도 출생 연도를 기준으로 엔트리를 짜면서 합의점을 찾았다.

또 출전팀 선정은 '이승엽 포인트'로 전국 대회 성적을 포인트제로 해서 1년 일정을 마친 후 쌓인 포인트를 기준으로 소속 단체별 상위 4개팀이 출전권을 갖는다.

다만 막상 대회를 치러보니 보완점도 필요했다. 1회 대회였던 지난해에, KBSA 소속 대표 4개팀(경기 희망대초, 광주 수창초, 광주 화정초, 대구 본리초)과 리틀연맹 소속 대표 4개팀(남양주시리틀, 용인바른리틀, 인천서구리틀, 화성시A리틀)이 출전했는데, 결승전에 올라간 두팀이 모두 초등부 소속인 상황이 벌어졌다. 광주 수창초와 광주 화정초의 맞대결에서 수창초가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는 이런 부분을 감안해 결승전과 3,4위전에서만 초등부팀과 리틀팀이 진검승부를 벌일 수 있는 대전으로 수정했다.

이승엽 재단은 '인비테이셔널' 대회 뿐만 아니라 리틀야구 대회, 유소년 야구선수를 위한 드림 야구 캠프 등 유소년 야구 지원에 진심이다.

이승엽 재단은 "리틀야구 출신 국가대표 선수들이 발탁되고,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1라운드 지명자들이 다수 배출되고 있다. 이제 엘리트와 더불어 리틀야구 역시 한국 야구 발전에 아주 중요한 단체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의 동반 성장이 우리 야구의 중요한 시작점이 돼야 한다"면서 "지금은 각 단체별 4개팀이 대회에 참가하지만, 앞으로 대회 규모를 더 키워 단체별 8개팀씩 참가해 총 16개팀을 초청하고 싶다. 또 대한민국의 12세 이하 야구 대축제 대회가 될 수 있을만큼의 성장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