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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생수인 줄 알았는데 혼합음료?…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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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용어는 '먹는 샘물'…지하 암반대수층 물을 식용으로 제조
먹는 물에 미네랄 등을 첨가하면 혼합음료로 분류…별도 법령으로 규율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생수인 줄 알고 샀는데 조그만 글씨로 '혼합음료'라고 적혀있다?
'천연광천수'니 '해양심층수'니 하고 선전하는데 뭐가 뭣인지 잘 모르겠다?
다양한 생수 제품이 출시되고 저마다 물맛이 좋고 몸에도 좋다고 선전해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혼합음료가 생수로 팔리고 있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온라인에서 돌고 있기도 하다. 여기엔 혼합음료는 '나쁜 것', 생수는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생수 제품은 도대체 어떻게 구분되는 것일까. 각각의 특징이 어떤지를 관계 법령을 토대로 살펴봤다.

◇ 생수의 법적 명칭은 '먹는 샘물'…깊은 지하 암반층이 머금은 지하수
우선 '생수'는 사전적으로 '샘에서 솟아 나오는 자연 상태의 물'을 뜻한다.
관련 법인 '먹는물관리법'에선 '생수'라는 표현 대신 '샘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샘물은 이 법에서 "암반대수층(岩盤帶水層) 안의 지하수 또는 용천수 등 수질의 안전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자연 상태의 깨끗한 물을 먹는 용도로 사용할 원수(原水)"로 정의된다.
암반대수층은 쉽게 말하면 암석의 작은 틈이나 공간에 물이 스며들어 저장된 층을 가리킨다.
빗물이 토양과 암반을 통과하면서 지하의 암반대수층까지 도달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오염물질이 걸러질뿐더러 깊은 지하에 있는 탓에 오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암반대수층의 지하수는 식수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암반에서 녹아 나온 미네랄(무기질) 성분이 포함돼 있기도 하다. 미네랄은 칼륨, 나트륨, 칼슘, 인, 철 등 생리 기능에 필요한 광물성 영양소를 말한다.
이 샘물을 먹기에 적합하도록 물리적으로 처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제조한 물이 '먹는 샘물'이 된다. 시중에 판매되는 통상적인 의미의 생수가 바로 이 먹는 샘물이다. 그래서 생수 제품의 포장지에 품목명 또는 식품유형이 '먹는 샘물'로 표기돼 있다.
또한 생수를 '암반수', '광천수'라고 선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암반수는 이 암반대수층에서 나온 물을 뜻한다. 광천수는 '광물질을 함유한 샘물'이라는 의미로, 영어로는 미네랄 워터(Mineral Water)라고 한다.
단, 먹는 샘물이라도 제조과정에서 오존처리를 하거나 가열처리를 했다면 '천연광천수'(Natural Mineral Water)라고 표기할 수는 없다.
즉, 천연광천수는 샘물을 물리적 여과 등 물의 화학성분을 바꾸지 않은 방식으로 처리한 먹는 샘물에만 쓸 수 있는 표현이다. 천연광천수는 그만큼 원수 자체가 깨끗함을 시사한다.
암반대수층에 있는 물을 지하수라고 한다면, 이 지하수가 자연스럽게 지표면으로 솟아 나온 것을 용천수라고 한다.
먹는 샘물은 수돗물, 먹는 염지하수, 먹는 해양심층수 등과 함께 '먹는 물'에 포함된다.

◇ 수심 200m 이하 해양심층수 2006년부터 판매 허용
먹는 물 가운데 먹는 해양심층수는 수심 200m 아래의 바다에 있으면서 법정 수질 기준에 적합한 바닷물인 해양심층수를 사람이 먹을 수 있게 제조·가공한 물을 말한다.
2005년 12월 먹는물관리법 개정으로 먹는 해양심층수가 먹는 물에 포함되면서 이듬해부터 먹는 해양심층수의 판매가 허용됐다.
해양심층수를 취수해 먹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과 일본 등 5∼6개국에 불과하다.
현재 시중에 '애터미' '딥스'(Deeps), '풀무원샘물 해양심층수', '천년동안' 등의 제품이 먹는 해양심층수로 팔리고 있다.
먹는 염지하수는 물속에 녹아있는 염분 등의 함량이 법정 기준 이상인 암반대수층의 지하수를 먹기에 적합하도록 제조한 물을 말한다.
제주의 바닷물이 화산암반층에 걸러진 제주 용암해수가 염지하수로 분류되는데, 이 염지하수로 만든 제품으로 '제주탐사수', '제주용암수', '제주한라수'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식품유형이 먹는 염지하수가 아닌 혼합음료로 표시된다.
이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서 제주도가 설립한 공기업만 도내 샘물이나 염지하수를 이용해 먹는 샘물 또는 먹는 염지하수를 제조·판매할 수 있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유명 생수 제품인 '제주삼다수'는 제주도의 공기업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만든 먹는 샘물 제품이다.

◇ 혼합음료로 분류되는 생수 제품은 식품 관련 법령에 규율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 관련 기준과 규격을 정리한 식품공전에 따르면 혼합음료는 "먹는 물 또는 동·식물성 원료에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가하여 음용할 수 있도록 가공한 것"으로 정의된다.
'제주삼다수'를 제외한 '제주○○" 제품들은 겉보기엔 생수로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혼합음료로 분류된다.
또한 '휘오제주', '태초수 하이드로겐', '에이수' 등도 먹는 샘물이 아니라 혼합음료에 해당한다. 즉, 식품공전의 규정과 같이 먹는 물에 미네랄 등을 첨가해 만든 제품인 것이다.
이런 생수형 혼합음료는 법적 분류상으로는 '비락식혜', '비타500', '파워에이드' 등에 더 가까운 셈이다.
용어를 정리하자면 '생수'는 일상에서 쓰는 말이다. 법적으로는 '먹는 샘물'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해양심층수는 샘이 아닌 바다에서 온 물이므로 사전적인 의미의 '생수'는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사서 마시는 물'이라는 의미에서 해양심층수도 '생수'라고 불린다.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생수형 혼합음료도 일상에서 '생수'라고 칭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품명 또는 식품유형이 '혼합음료'로 표기만 돼 있으면 된다.
다만 혼합음료는 다른 것과 달리 먹는물관리법이 아니라 식약처가 주무기관인 식품관련 법령에 따른다.
예컨대 먹는 샘물은 먹는물관리법 등에 따라 50개 내외의 항목에 걸친 수질 검사를 받지만 혼합음료의 검사 항목은 10개도 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혼합음료에 대한 규제와 감시가 약해서 생수형 혼합음료 물의 질이 떨어진다는 속설이 돌기도 했다.
이런 논란은 먹는 샘물과 생수형 혼합음료에 대한 관리 체계의 목표가 다름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할 수 있다.
먹는 샘물은 원수인 지하수 자체의 오염 가능성에 대비해 광범위하게 수질을 점검하지만, 생수형 혼합음료는 최종 제품의 안전성과 제조 공정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고 할 수 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이 작성한 '마시는 건강기능식품, 생수'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속설은 일부 생수형 혼합음료 업체가 저질의 제품을 유통하는 사례가 적발돼 생겨난 것으로, 현재는 혼합음료 업체도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혼합음료는 미네랄 함량을 늘릴 수 있고, 미네랄 성분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 1994년 생수 판매 금지 위헌 판결로 생수시장 열려
나이든 사람에게는 마시는 물을 시중에서 판다는 거 자체가 자연스럽지 않을 수 있다. 과거엔 생수 판매가 법적으로 금지돼 물을 사서 마신다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5년 '경영사학'에 실린 논문 '국내 생수산업의 성장사 고찰'(윤동현·이병희·왕차오)에 따르면 먹는 샘물의 제조·판매가 허용된 것은 1976년 '다이아몬드 정수'가 최초 사례다. 단, 당시엔 먹는 샘물을 전량 수출하거나 주한 외국인에게만 팔 수 있었다.
정부가 내국인에게 생수 판매를 금지한 것은, 생수 판매를 허용할 경우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대다수 국민에게 수돗물이 식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한 생수를 사서 마시는 계층과 수돗물을 마시는 계층 간에 위화감이 조성될 수도 있다는 게 정부 측의 반대 논리였다.
하지만 1994년 대법원이 생수판매 금지 조치가 헌법상 보장된 직업의 자유와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함에 따라 상황은 극적으로 반전됐다.
정부는 이에 1995년 먹는물관리법을 제정해 내국인에 대한 생수 판매를 허용했다.
2010년과 2013년엔 케이블TV, IPTV, DMB과 공중파TV에서의 생수 광고가 단계적으로 허용되면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 기반이 마련되기도 했다.
생수는 배달용 생수와 페트병 생수로 양분되는데, 2011년 페트병 생수가 배달용 생수를 추월한 뒤 생수 시장의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먹는 샘물 시장의 규모는 2019년 1조6천900억원에서 지난해 3조1천700억원(추정치)으로 5년 사이 2배가량으로 급증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지난해 '수돗물 먹는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먹는 샘물을 구매해 마시는 비율은 34.3%였다. 3명 중 1명은 생수를 사서 마시는 셈이다.
전국 7만2천460가구를 방문·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먹는 샘물을 마시는 이유로 주로 '안전해서'(43.3%), '편리해서'(30.2%)라고 답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생수 브랜드는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제조업체 63개사의 300여개에 달한다.
브랜드별 점유율은 '제주 삼다수'가 40.3%로 1위였고, 이어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13.1%), 농심의 백산수(8.3%)가 뒤를 쫓고 있었다.
최근엔 이마트의 '국민워터', 롯데마트의 '온리프라이스미네랄워터', 홈플러스의 '바른샘물' 등 유통업계의 자체 브랜드(PB) 제품이 성장해 전체 시장의 22% 차지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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