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 2025 포럼' 개최…외부에 첫 공개
2013년부터 880개의 도전적 연구과제 발굴…연구원 약 1만6천명 지원
65개 연구과제 창업으로 이어져…코스닥 상장 기업도 배출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삼성이 지난 12년간 '기술중시'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지원해온 '미래기술육성 사업' 성과를 외부에 처음으로 공개하고 순수 기초과학에서 응용 분야까지 다양한 혁신 연구 지원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삼성은 7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미래기술육성 사업 2025 애뉴얼 포럼'을 개최했다.
'미래기술육성사업'은 삼성이 '기술 중시' 철학을 바탕으로 지난 201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민간 주도 기초과학 연구지원 공익사업이다.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산업과 인류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도전적 연구 과제를 발굴해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삼성은 12년간 총 1조5천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누적 880개의 연구 과제를 선정하고 지금까지 1조 1천419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연구 과제에는 91개의 기관과 1천200여 명의 교수, 1만4천여 명의 이공계 대학원생 등 약 1만6천명의 연구인력이 참여했다.
미래기술육성사업은 실험 장비와 재료비 지원에 그치지 않고 연구자들에게 과제 선정, 성과 극대화, 기술 사업화 등 엔드 투 엔드(end-to-end) 육성 패키지도 제공한다.
연구자들은 삼성으로부터 단계별 전문가 멘토링과 산업계와의 기술교류, 기술창업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현재까지 65개 연구 과제가 창업으로 이어졌다.
이중 서울대 윤태영 교수가 창업한 '프로티나'는 지난 2014년부터 5년간 연구지원을 받아 신약 후보 물질을 빠르게 찾아내는 고속 항체 스크리닝 플랫폼 기술의 기초를 다졌다. 프로티나는 지난 7월 코스닥에 상장됐다.
프로티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의 공동 연구체계를 통해 개발 플랫폼 고도화를 지속해 왔다. 그 결과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 서울대 연구진과 협력해 인공지능(AI) 기반 항체 신약 개발 관련 국책과제의 주관 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삼성은 지난 2014년부터 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의 연구 성과 공유를 위해 애뉴얼 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행사를 외부에 공개해 학계·산업계 전문가들의 교류 폭을 넓혔다.
이날 행사에는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 장석훈 삼성사회공헌총괄 사장을 비롯해 국내 연구진 및 학계 리더 400여 명이 참석했다.
오프닝 세션에서는 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으로 뛰어난 성과를 창출한 4가지 대표 사례가 발표됐다.
전명원 경희대 교수는 지난해부터 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을 받아 약 1천개의 중앙처리장치(CPU) 코어를 병렬로 연결해 컴퓨터로 초기 우주를 재현했다.
이를 통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발견한 초기 은하들이 지난 100여 년에 걸쳐 정립된 표준 우주론의 계산 결과보다 더 빨리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등 표준 우주론이 설명할 수 없는 초기 우주의 데이터를 제시했다.
전 교수는 "제임스 웹 망원경이 보여준 불일치는 정말 골치 아픈 문제였지만 저에겐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됐다"며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진짜 모습이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계속해서 연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올해 신설된 '미래과학기술 포럼'에서는 삼성과 학계 전문가가 공동 선정한 '10대 유망기술', '기초과학 분야 AI 활용' 관련 14개의 특별 발표 세션과 기초과학·공학 분야 관련 50개 연구 과제 발표가 진행됐다.
10대 유망기술은 ▲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 스마트 열관리 설루션 ▲ 대체 에너지 ▲ AI 기반 배터리 ▲ 디지털 헬스케어 ▲ AI 기반 바이오 치료제 ▲ 바이오 컴퓨팅 ▲ 차세대 컴퓨팅 아키텍쳐 ▲ 휴머노이드 로봇 ▲ 포스트 휴먼 신체·인지 증강 설루션 등이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미래기술육성사업은 매년 약 1천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하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 지원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연구자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거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성근 포스텍 총장은 "미래기술육성사업은 '과학자의·과학자에 의한·과학자를 위한' 연구란 점에서 시대를 앞서간 결단"이라며 "12년간 일궈온 노력과 경험으로 한국 기초과학·원천기술 분야의 새로운 개혁을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jakmj@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