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운동 내부 위계 등에 따른 폭력…자립센터 은폐 경위 조사할 것"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충북의 한 장애인 교육기관 교장이자 자립생활센터 간부인 지체장애인이 20대 중증 지적장애인을 여러 차례 성폭행하고, 센터장인 아내는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장애인단체들이 자성의 뜻을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성평등위원회와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등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충격적인 사건에 큰 자괴감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피해자와 시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 사건 피의자는 지역 장애인 기관과 시민단체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왔기에 함께한 모든 활동가의 참담함과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은 장애인 권익 운동 내부의 위계와 성평등 감수성 부족 등으로 인한 구조적 폭력이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피의자의 아내가 센터장으로 일하는 자립생활센터 측이 피해자의 피해 호소를 묵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센터장은 남편이 갑작스레 활동을 중단한 이유를 주변에 '개인적인 사정'이라고만 설명했다"며 "센터가 사실상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보고 사태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는 "센터 내 활동가 상당수가 이번 사건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회원 단체인 센터 측의 사건 은폐 경위를 조사하고, 피의자 등에 대해서는 징계 규정에 따라 처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단체의 공동대표이기도 한 센터장은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에서 철저히 배제될 것"이라며 "현재까지 이 사태에 대한 그의 정확한 입장이나 거취 의사는 전해진 바 없다"고 전했다.
자신 역시 팔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인 피의자 A(50대)씨는 자신이 교장으로 재직 중인 교육기관과 자립생활센터 등에서 중증 지적장애를 앓는 B(20대)씨를 1년여에 걸쳐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센터 측은 지난 7월 B씨 활동지원사로부터 B씨의 성폭행 피해 호소를 보고받고도 이를 묵살했다는 의혹으로 현재 충북도의 현장 지도점검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B씨를 진료한 정신과 의료기관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충북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조만간 A씨가 역시 중증 지적장애인 B씨의 언니도 강제추행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chase_aret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