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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만의 한국시리즈 보낸 감독에게 책임론? '조류동맹' 형제팀 역사를 보라...로이스터 버린 롯데 어떻게 됐나 [SC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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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선수 하나 살리려다 우승을 놓쳤다', '다른 감독이었다면 더 좋은 성과를 냈을 것'

2025년은 한화 이글스에게 환희의 한 해였다. 얼마만의 선두질주이며, 한국시리즈인가. 19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팬들 역시 뜨거운 환호로 화답했다.

하지만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 LG 트윈스에 패한 뒤로 비시즌을 맞이한 팬들 일각에서는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시즌 중 5경기반 차로 1위를 달리다가 역전당했고,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시리즈를 5차전까지 '끌려간' 끝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쳤다'는 시선이다.

지금은 가을야구를 보장하는 안정적 강팀이자 최근 3년간 2번이나 우승하며 왕조의 막을 열었지만, LG 역시 한화 같은 암흑기를 겪었다. 박용택 해설위원은 앞서 방송에서 매년 제기된 책임론으로 인한 혼란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감독이 바뀌고, 팀내 주요 관계자가 바뀌고, 주장이 바뀔 때마다 이른바 혁신 또는 쇄신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 그는 "매년 팀 문화가 바뀌었다.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고통스럽게 회상했다.

올해 한화가 또 같은 잘못을 반복해야 할까. 한화는 앞서 4년간 10-10-9-8위를 했던 팀이다. 김경문 감독은 그런 팀을 이끌고 정규시즌 2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란 빛나는 업적을 달성했다.

김경문 감독의 부임 당시, 혹은 올시즌 개막 직전 한화가 이같은 위치에 올라서리라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그래도 김경문인데'에 부여된 가치는 기껏해야 '5강 도전' 레벨을 넘지 않았다. 그것도 FA로 영입한 엄상백 심우준에 대한 플러스 효과가 더해진 예측이었다.

하지만 한화는 정규시즌 한때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렸고, LG에게 따라잡힌 것도 한화가 무너져서라기보단 LG의 미라클런이 빛난 역전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과거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 사령탑 시절에도 부임 당시의 기대치에 비해 뛰어난 성적을 안겨줬다. 흩어져있던 퍼즐을 모아 완성시키는데 확실한 강점을 지녔다.

비판받는 지점도 언제나 비슷하다. 객관적 전력에서 밀리는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고도 '패장'의 멍에를 썼다. 한국시리즈 10연패 등 큰 무대에서 고전하는 모습은 분명 아쉬운 평가를 받을 여지가 있으나, 이를 지나치게 확대, 과장해선 곤란하다.

정규시즌 우승을 한 적 없다는 비판도 마찬가지다. 김경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팀이 시즌전 올해 LG처럼 우승후보 1순위의 위상을 가진 적은 많지 않다. 매번 야구 관계자들조차 객관적 전력에서 우위를 논하기 힘들었던 팀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부임 당시만 해도 과거의 유물 취급까지 받으며 기대감보다 더 큰 우려의 시선을 받았던 김경문 감독이다. 하지만 타선의 주축을 정리하는 솜씨는 여전히 탁월했고, 막강한 선발진의 운영도 빛났다. '감독급 코치' 양상문 투수코치를 영입하면서 약점이던 불펜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해냈다. 올시즌 한화 불펜에서 박상원 한승혁 김범수 등에게 다소 무리가 쌓였을 순 있겠지만, 차기 시즌이 걱정될 만큼 무리한 투수는 없어보인다.

미완성인 팀을 다잡고, 높은 목표를 향해 이끄는 리더십을 다시한번 증명해낸 1년이었다. 정규시즌 1000승의 가치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엔 너무 묵직한 존재감을 지닌다.

한화가 탑독의 입장에서 당한 역전패도 아니고, 자타공인 우승후보 1순위였던 LG를 상대로 힘이 다해 패한 것은 탓할 거리가 되지 못한다.

FA로 영입한 선수들이 줄줄이 커리어로우를 찍었고, 천하의 류현진조차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 와중에도 최고 외국인 투수 듀오의 힘을 제대로 끌어냈고, 신예들을 다잡은 결과가 정규시즌 2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다.

좋은 감독은 좋은 선수가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판을 까는 역할을 한다. 폰세와 와이스 외에도 굳은 신뢰 덕분에 기어코 부활한 노시환, 올해를 터닝포인트로 삼을만한 성과를 거둔 문동주 문현빈 등 젊은 피들은 이번 시즌을 계기로 한단계 이상 올라섰다.

한화와 함께 하위권을 맴돈 끝에 '조류동맹'이란 웃픈 별명으로 불리는 롯데가 좋은 반례다. 롯데는 2000년대 초반 '8888577'로 불리는 7년의 암흑기를 겪은 뒤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을 영입하며 2008~2010년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을 이뤄냈다. 이른바 '노피어'로 대표되는 당시의 롯데에 대해 이대호-조성환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은 "가장 즐겁고 신나게 야구한 시기"로 호평하고 있다.

당시 구단 수뇌부는 롯데가 이제 안정된 전력을 구축했다고 판단했고, 매년 준플레이오프에서 좌절하던 로이스터 감독 대신 새로운 지도자를 찾았다. 하지만 로이스터의 유산을 이어받은 양승호 전 감독의 2년 연속 진출 이후 롯데의 가을야구는 중단됐다.

이후 13년간 롯데는 포스트시즌 진출 단 1번(2017)에 그치고 있다. '우승청부사' 김태형 감독까지 영입하며 전력을 가다듬었지만, 올해도 가을야구에 오르지 못했다. 팀이 가진 종합적 역량을 끌어올리고, 뛰어넘는다는 게 이렇게 쉽지 않은 일이다. 롯데는 한화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2020년대 들어 한국시리즈 맛을 보지 못한 유일한 팀으로 남는 굴욕마저 겪었다.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는 20세기인 1999년까지 거슬러올라가야한다.

한화 역시 올해 전까진 롯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처지였다. 이제 와서 마치 한화가 한국시리즈 진출이 당연했던 팀인양 구는 건 비겁한 결과론일 뿐이다. 지금은 일희일비하기보단 노장의 뚝심이 보여준 결과를 즐기고, 내년을 기대할 시간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