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이소영이 '무적(無籍)' 선수 신분이 된다.
IBK기업은행은 이소영과 상호협의 하에 선수 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소영은 지난 2024~2025시즌을 앞두고 3년 21억원(연봉 4억5000만, 인센티브 2억5000만원)에 FA 계약을 체결하고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기간의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의 깜짝 결별이다.
컵대회 우승에 힘을 보탰지만,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수비 훈련 도중 어깨 탈구 부상을 입으며 다시 이탈했다. 결국 어깨수술로 시즌아웃이 확정된 상황에서 이뤄진 발표였다.
알고보니 이소영은 이미 작년에도 한차례 기업은행 측에 계약 해지를 요청한 바 있었다.
어깨 통증으로 인해 제대로 된 스윙이 어렵다보니 기업은행 합류 이후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기업은행 측에서 이소영의 요청을 거절했다. 큰 기대를 안고 어렵게 영입한 선수인 만큼, 고난을 양분 삼아 제대로 몸을 만들어 부활해주길 바랐다.
결과적으로 기업은행으로선 이소영을 영입한 뒤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두시즌을 날려야 하는 기막힌 현실에 직면했다. 이번에는 수술까지 받으면서 시즌아웃이 확정되면서 이소영의 두번째 요청을 받아주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소영의 잔여 연봉 14억은 어떻게 처리될까. 현 시점에서 분명한 건 계약 해지로 이소영의 연봉은 기업은행 구단의 샐러리캡에서 빠진다는 점이다.
한국배구연맹(KOVO) 측은 "구단의 샐러리캡은 등록된 선수의 연봉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V리그는 타 스포츠처럼 방출 또는 은퇴한 선수의 연봉이 계속 샐러리캡에 잡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잔여 연봉(14억원) 중 출전 경기수 등의 조건이 걸린 인센티브는 어차피 지급받지 못한다. 선수의 요청으로 상호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하는 만큼, 다음 시즌 연봉도 지급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번 시즌 연봉 4억 50000만원은 어떻게 될까.
이소영은 올시즌을 준비하기 위한 팀 훈련 과정에서 다쳤다. 올시즌 연봉 전액을 지불할지, 일부만을 지불할지는 아직 추후 협의가 필요하다. 다만 기업은행은 치료비 전액과 재활 비용 일부를 부담하는 예우를 갖추기로 했다.
이소영은 컵대회 때도 공격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다. 하지만 기업은행 측은 "컨디션 회복 과정을 봤을 때 2라운드부터는 정상적인 공격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올시즌 기대치는 높았다. 단지 훈련 중 불운한 사고를 당했을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소영이 올해 당한 어깨 부상은 이전의 통증과는 다른 부위다. 크로스체크를 거친 결과 의사들의 소견도 갈렸다.
하지만 지긋지긋한 어깨 부상에 지친 이소영은 이번 수술을 통해 매듭짓고 다시 시작하길 원했다. 과거에도 몇번이나 수술을 고민하다 재활로 방향을 틀었던 터. 구단에 묶여있는 신분일 경우 재활 아닌 수술 선택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구단 입장에서도 '이소영이 돌아올 것'이란 기대를 확실히 끊어내고 현재 전력에 집중해 판을 짤 수 있게 됐다.
이소영은 임의탈퇴가 아닌 방출 선수 신분이 된다. 일단 이소영은 '마음 편히, 확실하게 몸을 만들어서 다음 시즌 (기업은행으로) 돌아오겠다'는 입장.
다만 내년 시즌 이소영이 선수 복귀를 원한다고 기업은행이 반드시 받아줘야 할 의무는 없다. 반대로 이소영 역시 기업은행 외의 다른 구단과도 자유롭게 입단 협상을 할 수 있다.
김호철 기업은행 감독의 계약기간은 올해까지다. 우승후보로 꼽히던 비시즌 전망과 달리 전력의 핵심이었던 이소영이 빠지면서 1라운드를 1승5패(승점 5점, 6위)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마쳤다. 김호철 감독 입장에선 여러모로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소영은 1994년생이다. 아직 은퇴할 나이도 아니고, 선수생활 연장에 대한 선수 스스로의 의지도 확고하다. 애초에 수술 자체도 '내년에는 아프지 않은 몸으로 코트에 서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그렇다고는 하나 수술과 뒤따르는 재활의 시간은 괴로움과 초조함, 기다림의 집합체다. 구단의 체계적인 관리를 받지 못하는 개인 차원의 재활이 결코 쉽지 않은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이소영도 선수 생활의 기로에 섰다. 이소영은 고통의 터널을 지나 건강한 몸으로 코트로 복귀할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