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죠."
하주석(31·한화 이글스)은 올 시즌 아쉬움 속에 시즌을 맞이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던 그였지만, 한화와 1년 총액 1억1000만원(연봉 9000만원, 인센티브 2000만원)에 계약하는데 그쳤다.
선수로서 가치는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B등급으로 다른 팀에서 보상선수를 내주기가 쉽지 않았다.
원소속팀 한화도 급할 건 없었다. FA 시장 개장과 함께 유격수 심우준을 4년 총액 50억원에 계약했다. 한화로서는 하주석은 '중복 자원'이었다. 결국 하주석은 FA 신청이 무색한 금액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퓨처스 스프링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했고, 초반에도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았다. 하주석은 당시를 떠올리며 "야구를 하기 싫을 때도 있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아쉬움은 컸지만, 야구를 놓지 않았다. 퓨처스리그 3월 8경기에서 5할6푼(25타수 14안타)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1군과 2군을 오가던 그는 5월 초까지 4할4리로 무력시위를 했고, 결국 심우준의 부상과 함께 기회를 받았다.
준비된 하주석은 한화의 새로운 힘이 됐다. 5월 출전한 16경기에서 3할8리로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심우준이 복귀하자 하주석은 2루로 자리를 옮겼다. 5월13일 콜업 이후 1군을 꾸준하게 지킨 그는 95경기 타율 2할9푼7리 4홈런 OPS(장타율+출루율) 0.728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가을야구에서 활약은 뛰어났다. 하주석에게는 7년 만에 밟는 포스트시즌 무대였다.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3할5푼을 기록했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에서도 5경기에 나와 3할1푼3리로 만점 타격감을 과시했다.
비록 준우승으로 마쳤지만, 하주석은 올 시즌 한화의 주전으로 강렬하게 존재감을 제대로 알린 시즌을 보내게 됐다.
하주석은 한국시리즈를 마친 직후 "아쉽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도 모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나 역시 잘 버텼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면서 잘 버텼다.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최선을 다했고, 마지막까지 야구를 할 수 있어서 남다른 시즌이다. 나 자신에게 열심히 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돌아봤다.
하주석은 FA 계약 기간이 1년인 만큼, 연봉 협상에 들어간다. 일단 억대 연봉 돌파는 당연하다. 100% 이상의 인상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지난 2022년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권희동(NC)은 하주석과 비슷한 처지였다. FA 신청을 했지만, 결국 원소속팀 NC와 1년 총액 1억2500만원(연봉 9000만원, 인센티브 3500만원)에 계약했다. 그러나 2023년 95경기 타율 2할8푼5리 7홈런으로 명예회복에 성공했고, 연봉도 1억5000만원으로 상승했다. 2024년에는 123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 13홈런으로 맹타를 휘둘렀고, 올해 연봉이 2억2500만원을 기록했다.
'FA 실패자'가 아닌 '주전 선수'로서 거듭난 하주석에게도 이제 보상이 시간만 남았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