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FA 김하성이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다면 이유가 뭘까.
양키스는 유격수가 가장 취약한 포지션로 꼽힌다. 주전 유격수 앤서니 볼피는 올해 153경기에서 타율 0.212(539타수 114안타), 19홈런, 72타점, 65득점, OPS 0.663을 기록했다. 2023년 데뷔해 AL 유격수 골드글러브를 받고 신인왕 투표에서 8위에 오르며 화려하게 등장한 볼피는 공수에서 양키스의 주축 선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았다는 게 양키스 구단의 판단이다.
그런데 내년 시즌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지난달 15일(이하 한국시각) 왼쪽 어깨 관절 와순을 봉합하는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볼피는 지난 5월 초 어깨 통증을 처음 호소했고, 이후 경기 후마다 치료를 받으며 시즌을 소화했다. 이후 5개월 이상 뛰면서도 한 번도 부상자 명단에는 오르지 않았다. 호르몬 주사를 맞으며 무리한 출전을 강행한 것이 부상을 키운 셈이 됐고,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 양키스 구단은 볼피의 어깨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수술 후 알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내년 시즌 초반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애런 분 양키스 감독은 지난 7일 "볼피는 최소 4개월 동안 스윙을 할 수 없다. 6개월 동안은 다이빙도 할 수 없다"고 했다.
브라이언 캐시먼 양키스 단장은 "4월에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최악의 경우 5월이라도 좋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내년 주전 유격수가 여전히 볼피라는 생각이 바뀌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백업 유격수 호세 카바에로와 유틸리티 오스왈도 카브레라가 볼피가 돌아올 때까지 유격수를 맡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하게 돌아온다고 해도 수술 이전 타격이 향상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와 관련해 분 감독은 "볼피의 공격력은 첫 두 시즌과 달라진 게 없다. 몇 년 동안 OPS에 변화가 없었다. 타율은 낮아졌고, 파워는 좀 늘었을 뿐"이라며 "볼피가 주전 유격수가 되기 위해서는 타격 향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본인도 알고 있다. 우리도 이해한다. 그는 이제 24세"라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 때문에 양키스가 FA 시장을 탐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하성에게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현지 매체 '양키스 고 야드(Yankees Go Yard)는 9일 '양키스의 이상적인 보강 정책은 FA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양키스는 볼피의 수술 회복을 전후해 김하성으로 내야 공백을 채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하성과 계약하면 카바예로와 그를 여러 역할에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 좀더 창조적으로 수비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카바예로가 다른 포지션에 들어가면 골드글러브 경력의 김하성을 유격수에 쓰면 된다. 또한 좌투수 상대 전문 요원인 라이언 맥마혼도 있다'고 전했다.
카바예로는 올시즌 86경기에서 타율 0.236, OPS 0.686을 마크했다. 지난 여름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뒤에는 40경기에서 타율 0.266, OPS 0.828을 치며 볼피의 부상 공백을 메웠다.
앞서 MLB.com도 김하성의 양키스행을 점친 바 있다. 매체는 '올해 30세인 김하성은 최소 평균 연봉(AAV) 2000만달러 이상의 다년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예상한 뒤 '양키스가 김하성 유격수 영입을 추진한다면 방출 가능성이 높은 볼피가 브레이브스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볼피가 이번에 받은 수술은 공교롭게도 김하성이 작년 시즌 직후 받은 바로 그 수술이다. 다만 김하성은 수비에 더 중요한 오른쪽 어깨였다. 김하성은 당초 지난 4~5월 복귀가 예상됐지만, 7월이 돼서야 빅리그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양키스가 유격수를 놓고 볼피에 마냥 기댈 수는 없는 상황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