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유가 분명히 있었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류지현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평범한 기록이지만 뽑은 이유가 있었다.
한화 이글스 신인 정우주가 국가대표 데뷔전을 훌륭하게 치렀다.
정우주는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체코와의 평가전 2차전에서 5회 김서현이 실점을 한 뒤 이어진 2사 1, 3루 위기서 구원등판해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체코가 약체라고 해도 살 떨리는 대표팀 데뷔전에, 위기 상황이었는데 정우주는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이날 데일리 MVP가 됐다.
하이라이트는 등판 후 첫 타자. 2사 1, 3루 위기였고 스코어도 2-1밖에 안됐기에 안타 한 방에 경기가 요동칠 수 있었는데 정우주는 에스칼라를 상대로 연속 3번의 헛스윙을 유도하며 불을 껐다.
정우주는 올시즌을 앞두고 큰 기대 속에 프로 무대에 입성한 고졸 신인이다. 155km 강속구를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파이어볼러. 원래 전체 1순위가 유력했지만 정현우(키움)에 밀려 아쉽게 2순위가 됐다.
물론 프로 첫 시즌이 쉽지는 않았다. 51경기 3승 3홀드 평균자책점 2.85. 시행착오가 있었다. 동기 배찬승(삼성)은 19홀드를 기록하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정우주를 이번 평가전을 앞두고 과감하게 선택했다. 일단 선발 기준이 객관적 기록이 중요시 돼야하는 건 맞지만, 류 감독만의 촉이 있었다. 류 감독은 "시즌 후반에 보여준 안정감을 주목했다. 변화구를 장착했다. 단조로운 투구 패턴을 탈피했다. 다양성으로 승부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불펜으로 뛰다 시즌 후반에는 선발로 나온 것도 눈여겨봤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여러가지 가능성을 가진 선수"라며 정우주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정우주는 8월 불펜으로 11경기 10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0을 찍었다. 9월에도 중요했던 LG 트윈스전 선발 3⅓이닝 무실점 호투 포함, 나올 때마다 초강력 구위로 상대를 압도했다. 9월15일 키움 히어로즈전 선발로 나서 2⅓이닝 2실점 투구가 옥에 티였고 그 경기 외에 실점이 없었다.
원래 좋았던 직구에 슬라이더, 커브가 한 시즌 훈련과 실전을 통해 눈에 띄게 좋아진 결과였다. 그리고 그 위력이 포스트시즌에 이어 대표팀 경기에서도 발휘됐다. 앞으로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궁금해지는 선수가 등장했다는 의미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