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에도 메이저리그에 일본세가 몰아칠 기세다.
세이부 라이온즈의 우완투수 이마이 다쓰야(27)가 메이저리그 진출 기회를 잡았다. 세이부 구단이 고심 끝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이적을 승낙했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정해진 게 없다고 했는데, 마침내 오케이 사인이 나왔다. 지난겨울, 2025년 시즌이 끝나면 도전에 나설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1년 만에 이마이가 열망하던 메이저리그 꿈이 이뤄진다.
앞서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괴물타자' 무라카미 무네타카(25)가 예정대로 포스팅 절차를 시작했다. 2022년 일본인 한 시즌 홈런 신기록(56개)을 세운 무라카미는 FA가 아닌데도 '3년-18억엔'에 다년 계약을 했다. 당시 구단과 26세가 되는 2026년 포스팅을 통한 메이저리그 도전에 합의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도 4번 타자 오카모토 가즈마(29)를 메이저리그로 보내기로 했다. 소속 선수의 포스팅을 허락하지 않던 요미우리가 마침내 방침을 바꿨다. 오랫동안 팀에 헌신한 간판타자라서 가능했다.
최고 선수들이 정점을 찍고 메이저리그로 날아갔다. 일본프로야구에서 공식처럼 작동하는 루틴이다. 일본야구의 저력, 힘을 보여주고 위상을 높였다.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 센가 고다이(뉴욕 메츠),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 이마나가 쇼타(FA), 마쓰이 유키(샌디에이고), 스가노 도모유키(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그랬다.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가 남는다. 스타 선수들의 지속적인 유출이다. 일본프로야구 차원에서 위기감이 있다. 또 투타의 핵심이 빠지면 소속팀은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세이부는 이마이에 앞서 다카하시 마쓰나리(28)도 포스팅을 허락했다. 선발진의 두 기둥이 한꺼번에 빠져나간다. 올 시즌 두 선수가 나란히 24경기에 나가 총 311⅓이닝을 던졌다. 이마이는 10승5패-평균자책점 1.92, 다카하시는 8승9패-3.04를 기록했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린 이마이는 팀 내 다승 공동 1위, 다카하시는 3위를 했다.
내년 시즌을 구상 중인 니시구치 후미야 감독이 머리가 아플 것 같다. 무라카미 없는 야쿠르트, 오카모토 빠진 요미우리와 차원이 다른 손실이다. 1차 지명 출신 좌완 스미다 지히로와 다케우치 나쓰키가 주축 선발로 자리 잡고 성장 중이지만 무게감이 부족하다.
더구나 세이부는 3년 연속 B클래스(6개팀 중 4~6위)에 그쳤다. 지난해엔 91패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꼴찌를 했다. 올해 지바 롯데 마린즈를 끌어내리고 최하위를 벗어났다. 퍼시픽리그 6개팀 중 5위를 했지만 팀 평균자책점은 소프트뱅크 호크스, 니혼햄 파이터스에 이어 3위를 했다.
전력 손실이 크지만 현실적인 메리트가 있다. 미국 한 스포츠전문 매체는 이마이가 6년-1억5000만달러(약 2185억원) 수준에서 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균 연봉이 2000만달러가 넘는다. 메이저리그에서 일본 투수들이 맹활약하면서 몸값이 올라간다. 이마이가 이 금액에 계약하면 세이부 구단에 포스팅비 2437만5000달러(약 355억원)가 돌아간다.
세이부는 에이스의 미래를 열어주고 실속을 챙기는 셈이다. 막대한 포스팅비가 없다면 포스팅을 허락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세이부는 올 시즌 소프트뱅크, 니혼햄, 오릭스 버팔로즈 등 상위권 팀들과 전력차를 확인했다. 두 주축 투수를 보내면서 당장 내년 성적보다 리빌딩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팅비가 시드머니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한 매체는 뉴욕 양키스가 이마이를 영입 리스트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