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아니, 왜요?'
설마 이 정도로 철저히 외면받을 줄은 몰랐다. 메이저리그 '올해의 신인(Rookie Of the Year)'의 기준점은 예상보다 더욱 높았다. 그리고 이를 선정하는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의 평가도 대단히 냉정했다.
올해 LA 다저스에서 감격적인 메이저리그 데뷔에 성공한 뒤 꽤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인 끝에 포스트시즌 출전과 월드시리즈 우승멤버의 영광을 품에 안은 김혜성이 '올해의 신인' 투표에서 철저히 무시당했다. 한마디로 올 시즌 김혜성의 존재감이 제로(0)였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비록 월드시리즈 로스터에 포함돼 최종전 대수비로 나와 우승의 순간에 그라운드에 서 있었긴 해도 그게 '올해의 신인' 투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1일(이하 한국시각) '올해의 신인'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BBWAA에 소속된 기자 중 자격 요건을 충족해 투표권을 갖고 있는 30명의 기자들이 신인왕 후보를 대상으로 1위표부터 5위표까지 준다. 여기서 얻은 점수를 종합해 신인왕을 선정한다.
일단 양대리그의 '올해의 신인'은 모두 야수가 차지했다. 투고타저 트렌드가 점령한 시대에 꽤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아메리칸리그(AL)의 '올해의 신인'으로 뽑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1루수 닉 커츠는 무려 만장일치 신인왕을 차지했다. 30표가 전부 1위표였다.
내셔널리그(NL)애서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포수 드레이크 볼드윈이 30표 중 21표의 1위표를 받아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됐다.
그런데 이런 결과와는 별개로 김혜성은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야 했다. 1위부터 5위까지의 표 중에서 단 한장의 표도 얻지 못했다. 이는 투표권을 지닌 BBWAA회원 중에서 누구도 김혜성을 '올해의 신인'에 걸맞은 활약을 했다고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김혜성은 지난 5월 4일 메이저리그에 전격 콜업돼 꽤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5월 한 달 동안 21경기에 나와 0.422의 타율을 기록하며 다저스의 유틸리티 요원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물론 표본의 수가 적었다. 이때 실시한 신인왕 모의 투표에서 2위까지 차지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잠깐의 활약이 아닌 꾸준한 평균 성적이었다. 김혜성의 성적은 데이터가 누적될 수록 떨어졌고, 급기야 어깨 부상까지 발생하며 존재감이 금세 사라졌다. 김혜성의 후반기 23경기 타율은 고작 0.143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올 시즌 최종 성적은 71경기 출전해 타율 0.280, 3홈런, 17타점, OPS 0.699에 불과했다. 전혀 임팩트가 없는 수치다.
사실 김혜성은 이대로 시즌을 마감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통 큰 결정 덕분에 데뷔 시즌부터 포스트시즌을 경험할 수 있었다. 로버츠 감독은 백업 수비수이자 대주자 요원으로서 김혜성에게 역할을 부여했다. 한 두 경기에서만 제 몫을 해줘도 팀의 승리에 보탬이 될 것으로 여겼다.
결국 이런 로버츠 감독의 노림수 덕분에 김혜성은 포스트시즌을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핵심 멤버는 아니었다. 그래도 벤치 멤버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 실력보다는 행운이 따른 결과라고 보는 게 합당하다. 팀 전력에 끼치는 존재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신인왕 득표 제로'가 바로 그걸 뜻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