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제가 문동주 애착 인형이 된 거 같아요."
체코와의 경기는 끝났고, 이제 2025 NAVER K-BASEBALL SERIES 일본 원정 평가전을 앞둔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대표팀 류지현 감독은 원투펀치 원태인(삼성) 문동주(한화)가 일본전에 나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정규시즌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 엄청나게 공을 던졌다. 지칠대로 지쳤다. 방전된 수준이다. 무리하게 던졌다 어깨에 탈이 날 수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일본 2연전 등판은 힘들 걸로 보인다. 하지만 두 사람은 대표팀에 합류했다. 류 감독은 "두 사람이 경기에 나가지 않더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류 감독 말대로 원태인은 놀고만 있지 않고,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단 원태인은 투수조 서열 3위다. 투수 조장이다. 원태인만큼 국제 대회 경험이 있는 투수가 없다. 아무리 평가전이어도 일본전인데, 어린 후배들을 다잡아줄 리더가 필요하다. 원태인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원태인은 "전에는 대표팀 투수조 버스를 타면 맨 뒤에 쭈그려 앉아 있었는데 이제 맨 앞에 탄다"며 웃었다.
원태인은 일본 도쿄돔 원정에 대해 "도쿄돔은 처음 마운드에 서면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5만명의 관중이 일본에 압도적 응원을 보낸다. 그걸 견뎌내며 던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하며 "어린 선수들이 도쿄돔에 가보지 못했다더라. 도쿄돔 마운드 상태나 경기장 분위기 등에 대해 일본에 넘어가 미리 알려줄 생각이다. 실제 도쿄돔은 타구가 더 멀리 나가는 느낌이다. 실투를 특별히 더 주의해야 한다. 평가전도 중요하지만 우리 목표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기 때문에, 이번 경험도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문동주와의 '원투펀치 케미'도 눈에 띈다. 두 사람은 늘 붙어다닌다. 스트레칭도 같이 한다. 원태인은 "버스도 옆 자리고 계속 따라다닌다. 귀찮다"며 웃었다. 이어 "그런데 예쁘다. 그만큼 나를 좋아해주는 후배가 있다는 거 아니겠나. 후배 투수들이 인터뷰를 하며 내 얘기를 좋게 해주니 뿌듯하다. 그래도 내가 야구장에서 열심히 한 게 좋게 보였나보다. 그래서 후배들이 질문하고 하면 나도 성심성의껏 열심히 답을 해주고 있다. 정우주(한화)는 쑥스러워 다가오지 못하다 내가 먼저 말을 거니, 질문할 걸 종이에 적어왔더라. 성영탁(KIA), 배찬승(삼성)도 경기 운영 같은 걸 많이 물어본다"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렇게 이어진 문동주 얘기. 원태인은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친해지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거의 애착 인형 수준이다. 내가 애착 인형을 데리고 다니는 게 아니라, 내가 문동주 애착 인형이 된 것 같다"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