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김향기가 영화 '한란'을 통해 강인한 모성애를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뜨거운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 '한란' 언론·배급 시사회가 12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향기, 김민채와 하명미 감독이 참석했다.
26일 개봉하는 '한란'은 1948년 제주를 배경으로, 살아남기 위해 산과 바다를 건넌 모녀의 강인한 생존 여정을 담은 영화로, '그녀의 취미생활'의 하명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란'은 '겨울에 피는 한라산의 난초'를 뜻한다. 추위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꽃을 피우는 한란처럼, 영화는 1948년 제주 4·3 사건 당시 한라산으로 피신한 모녀의 생존 여정을 통해 꺾이지 않는 생명의 고귀함과 삶의 위대함을 그려냈다. 하 감독은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된 지는 조금 오래됐다. 2013년에 제주로 이주를 했고, 그곳에서 지낸 지 10년이 좀 넘었다. 매년 4.3 추모일이 돌아오고 추념식에 참석하면서 그냥 계속 슬퍼만 하는 것이 많이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더라. 이 역사적인 비극에 공감하고 슬퍼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영화로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3년 데뷔해 어느덧 데뷔 22년 차가 된 김향기는 '한란'을 통해 처음으로 엄마 캐릭터 연기에 도전했다. 극 중 여섯 살 딸 해생을 키우는 스물여섯 엄마 아진 역을 맡은 그는 "제주도에서 촬영을 해서 환경이 주는 힘이 컸다. 물론 촬영하면서 고된 장면들이 있긴 했지만, 제주에서 촬영을 하면서 절로 몰입이 됐고 그만큼 제주어도 잘 구사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민채와의 모녀 호흡을 맞춘 과정에 대해서도 "민채가 처음에는 수줍어하고 말도 없고 해서, 어떻게 하면 친해질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며 "개인적인 이야기를 물어보면서, 취향도 물어보고 하다 보니까 친해지게 됐다(웃음). 촬영 현장에선 '컷'하면 먼저 말도 걸어주더라. 언니와 동생처럼 즐겁게 촬영을 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선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너무 좋았다. 저에게 이점이 되는 작품이어도 시나리오가 안 읽히면 곤란한데, '한란'은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술술 잘 읽혔고 재밌었기 때문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며 "저에게 중요한 선택은 이 작품을 할지 말 지에 대한 고민 보단, 시나리오 자체가 너무 좋아서 캐릭터를 어떻게 구현할 지에 대해 집중을 많이 했다. 감독님께서도 (영화적 배경에 대해) 디테일하고 믿음이 가게 설명을 잘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아진의 딸 해생을 연기한 김민채는 "김향기 언니가 저희 엄마보다 현장에서 더 잘 챙겨줘서 고마웠다. 다음 작품에서도 또 함께 촬영을 하고 싶다"며 "관객 분들이 '한란'을 보러 와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글을 써주셔서 홍보를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수줍게 인사말을 전했다.
하 감독은 모녀 호흡을 맞춘 김향기와 김민채의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했다. 먼저 김향기에 대해 "김향기를 만난 건 최고의 행운이다. 시나리오 초고 작업을 마치자마자 PD님한테 이야기를 해서 김향기에게 대본을 전달했다"며 "시나리오를 작업하면서 48년도에 제주 4.3 사건을 겪었을 고아진을 생각하다가, 또 지금 2025년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 분들이 고아진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연결을 잘 이어 줄 다리로 어떤 배우가 있을지 고민했는데, 떠오르는 사람이 김향기 밖에 없었다"고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이어 김민채에 대해서도 "민채는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서 만나게 된 배우"라며 "현장에서도 그렇고, 사전 작업을 통해서 미리 중요한 신을 위한 리허설을 많이 했다. 김향기가 프리작업 때 김민채를 위해 연습실을 빌려서 연습해서 현장에서 더 나은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주어가 워낙 중요해서, 제주도에서 공개 오디션을 열었는데 마땅한 배우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후 서울에서 다양한 장르 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아역 배우들을 데리고 오디션을 봤는데 운명처럼 민채를 만나게 됐다. 민채가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장면을 잘 소화해 줬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김향기는 '한란'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영화에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지만, 좋은 세상이라는 건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 아진이라는 역할을 만나게 되면서 저 또한 많은 걸 배웠다"며 "저희 영화는 감정을 호소하는 영화도 아니고, 사건을 통해 뚜렷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영화도 아니다. 관객 분들이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진심 어린 당부를 전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