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올해의 감독상은 작년 수상자들이 그대로 '타이틀을 방어하는 꼴'이 됐다.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는 지난 12일(한국시각) MLB 네트워크를 통해 양 리그 '올해의 감독(The Manager of the Year)'을 공개했다. 늘 그렇듯 투표는 정규시즌 직후 이뤄지기 때문에 포스트시즌 성적은 표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AL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스티븐 보트, NL는 밀워키 브루어스 팻 머피 감독이 나란히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두 사령탑 모두 지난해도 각 리그 올해의 감독에 선정됐었다. 이 상의 주인공이 양 리그 공히 2년 연속 같은 사령탑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L에서는 2020~2021년 탬파베이 레이스 케빈 케시 감독, NL에서는 2004~2005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바비 콕스 감독이 각각 2년 연속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러니까 보트 감독은 AL 역대 2번째, 머피 감독은 NL 역대 2번째로 각각 2년 연속 올해의 감독에 선정된 것이다.
보트 감독이 지난해에 이어 또 AL 최고의 감독이 된 것은 올시즌 후반기 기적같은 역전 레이스 펼치며 중부지구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클리블랜드는 7월 9일까지 지구 선두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15.5경기차 뒤진 지구 4위였으나, 후반기 들어 한 차례 10연승을 포함해 4연승 이상을 6차례나 달리는 등 불같은 행보를 벌인 뒤 시즌 최종전서 연장 승부 끝에 텍사스 레인저스를 꺾고 중부지구 정상에 올랐다.
머피 감독 역시 전문가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성과를 냈다. 밀워키는 지난해 93승69패로 NL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했지만, 올해도 지구 1위로 평가받을 만한 전력이 아니었음에도 양 리그를 합쳐 최고 성적인 97승65패를 마크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머피 감독은 "구단주부터 코칭스태프까지 밀워키 브루어스를 위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이 상은 구단을 위한 상이고, 이 구단의 일원이라는 점이 매우 기쁘다. 밀워키 브루어스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는 게 가장 큰 칭찬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두 사령탑 모두 지난해 처음으로 풀시즌 감독 데뷔를 해 2년 연속 감독상을 받았으니, 이 또한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BBWAA의 투표 현황을 들여다 봤다. 보트 감독은 1위표 17개, 2위표 8개, 3위표 4개 등 총점 113점을 받았다. 2위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존 슈나이더 감독으로 1위표 10개 등 총 91점을 획득했다. 토론토 역시 AL 동부지구 우승 후보는 아니었다.
머피 감독은 1위표 27개, 2위표 2개 등 총 141점을 얻어 신시내티 레즈 테리 프랑코나 감독(49점)을 여유있게 제쳤다.
그런데 올해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단 1표도 얻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우승 후보가 우승을 했을 뿐'이다. 다저스는 정규시즌서 93승으로 NL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1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했지만, 정규시즌 승수는 2018년(92승) 이후 최저치였다.
감독상은 신인상, 사이영상, MVP와는 성격과 취지가 다른 상이다. 4개 부문 모두 개인상이지만, 감독상은 단체상의 성격을 지닌다. 다른 3개 상은 무조건 퍼포먼스가 가장 뛰어난 개인에게 주어지는 반면, 감독상은 예상을 깨고 팀을 지구 1위 또는 포스트시즌에 이끈 사령탑에게 주어진다.
MLB.com은 '올해의 감독은 예측에 기반한 한 상이다. BBWAA는 시즌 전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둔 사령탑에 표를 준다. 이 때문에 2년 연속 수상은 매우 희귀한 케이스다. 왜냐하면 한 번 수상하면 다음 시즌에도 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 기대치를 뛰어넘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1표도 얻지 못했다고 해서 로버츠 감독의 지도력이 폄하될 수는 없다. 월드시리즈 우승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일생일대 최고의 기쁨이다. "감독상이 뭐라고" 할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