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한화는 어떻게 단돈 10만달러에 154km를 던지는 좌완을 품었을까.
한화 이글스는 13일 KBO리그 아시아쿼터 1호 계약을 발표했다. KBO리그는 내년부터 아시아쿼터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고, 한화가 가장 먼저 대만 출신 투수 왕옌청과의 계약을 알렸다.
벌써부터 기대감이 넘쳐 흐른다. 대만 출신이지만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국제 육성 계약을 맺고 2019년부터 일본 무대에서 뛰었다.
1군 출전 기록은 없다. 2군에서만 뛰었다. 하지만 일본은 사회인 선수들이 프로급 실력을 갖고 있다. 2군이라고 해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올시즌 이스턴리그에서 풀타임 선발로 뛰며 10승을 따냈다.
대만 국가대표로도 뛰었다. 최근 대만은 선수들의 기량이 급성장해 한국을 위협하는 나라가 됐다. 2023년 APBC 예선 한국전 선발로 등판한 선수가 왕옌청이다. 그 때는 1⅓이닝 5실점 했지만 자책점은 1점 뿐이었다.
중요한 건 구속이다. 최고 154km를 뿌린다. 좌완 파이어볼러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오라는 말이 있다. 또 젊다. 체력적으로도 좋다. 그런데 단돈 10만달러(약 1억5000만원)에 영입했다.
왕옌청을 지켜본 건 한화 뿐이 아니었다고. 많은 팀들이 왕옌청을 원했다. 일단 한화가 아시아쿼터 제도 도입을 앞두고 발로 뛴 게 주효했다. 발 빠르게 일본프로야구쪽에 스카우트들을 파견했다. 호주 선수를 노리는 팀, 일본 독립리그를 노리는 팀 등 구단마다 전략이 달랐는데 일본에서 뛰는 대만 선수들을 핵심 타깃으로 노리는 팀들도 많았다. 한화도 그 중 하나였다. 2군에서 뛰더라도, 프로 소속의 일본인 수준급 선수는 20만달러로 데려오기 쉽지 않은 구조였다. 그래서 한화는 1군에 올라가지 못하는 대만의 유망한 선수에 집중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궁금한 것. 그런데 한화는 아시아쿼터 최대 허용치 20만달러의 절반밖에 안 되는 금액으로 이런 투수를 데려오게 된 것일까. 경쟁이 있었는데 말이다.
여기에는 비밀이 숨어있다. 이번 아시아쿼터 20만달러 제한은 연봉 외 계약금, 인센티브, 이적료 등을 모두 포함하는 조건이다. '헐값'이 아니라 라쿠텐에 지급해야 할 이적료를 주고 남은 한도에서 최선의 대우를 해준 케이스다. 독립 리그 선수라면 이적료가 거의 들지 않지만, NPB 소속 선수라면 또 얘기가 다르다.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한 유망주, 거기에 지쳐가는 선수. 그 때 들어온 한화의 제안은 라쿠텐과 왕옌청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왕옌청은 한화에서 순조롭게 적응할 경우 내년 연봉을 30만달러로 올릴 수 있다. 그 때는 이적료가 필요 없으니, 순수히 받는 돈은 훨씬 많이 늘어난다. 큰 동기부여가 된다.
아시아쿼터 제도는 선수가 1년 재계약을 할 때마다 20만달러부터 매년 10만달러씩 연봉을 인상해줄 수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