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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한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151㎞ 쾅쾅! 26세 파이어볼러의 재도전…허무하게 지나간 4년 딛고 일어섰다 [미야자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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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일본)=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감독님이 제게 기회를 많이 주셔서 면목이 없긴 한데, 매번 아팠어가지고…한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꼭 팀에 도움이 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군복무 도중 팀이 바뀌었다. 제대 후 이름까지 바꿨다.

최이준(26)이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 하지만 스스로 만족할만한 성과가 아직 없다.

장충고 출신 최이준은 2018년 2차 2라운드(전체 11번)으로 KT 위즈에 입단하며 프로에 입문했다. 하지만 2020년 겨울, 신본기+박시영과의 트레이드로 부산에 입성했다. 최이준과 신인 2차 3라운드 지명권(이후 김세민 지명)과 교환이 이뤄졌다.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롯데팬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1m82로 큰 키는 아니지만, 150㎞를 상회하는 구속에 압도적인 수직 무브먼트의 직구라는 호평이 뒤따랐다. 우승을 노리던 KT의 상황을 이용해 팀의 빈틈을 메우는 베테랑들로 어린 파이어볼러를 데려온 선택도 지지받았다.

하지만 이후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MVP를 받으며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지만, 이후 거듭된 부상에 시달렸다. 23경기 24⅔이닝 3승을 기록하며 필승조로 올라서는듯 했지만, 7월말 어깨 연골 부상으로 시즌아웃됐다.

급기야 올한해는 통째로 쉬었다. 일찌감치 육성선수로 전환됐고, 지난 KBO 가을리그(교육리그)에서 복귀전을 치렀다.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최이준은 "몸은 많이 좋아졌다. 이제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아쉽다. 한동안은 정말 속상했다. 내가 왜 이랬을까 자책도 했다. 이젠 '앞으로는 아프지 않도록 해보자'는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 다행히 직구 구속이 돌아온 점이 기쁘다. 최고 151㎞, 평균 148, 149㎞까지 끌어올렸다. 슬라이더도 전에는 빠른 슬라이더에 집중했는데, 요즘은 변화를 주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슬러브 같은 느낌으로 던지고 있는데, 확실히 던지기도 편하고 구위도 마음에 든다."

처음엔 3주 아웃 이야기가 나올만큼 심각한 부상이 아니었는데, 점점 일이 커졌다. 최이준은 "처음엔 어깨였는데, 이후 허리나 몸 전체적으로 문제가 생겼다"며 지난 아픔을 돌아봤다.

시즌 막판 복귀를 노크했지만 다시 불발됐다. 이후 실전 복귀가 교육리그까지 미뤄진 것, 그래도 임경완 재활군 코치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아 한단계씩 올라섰다.

이제 내년을 바라보며 담금질에 돌입했다.

"이렇게 공 던지는게 재미있었나? 아 내가 정말 야구를 좋아하는구나 새삼 깨달았다. 최대한 팀에 보탬이 되고자 롯데 경기도 많이 보고, 다른 야구 경기도 많이 봤다. 스스로를 피드백하는 시간이었다. 뇌지컬적인 면에선 많이 발전하지 않았을까 싶다.

필승조에서 선발후보를 오갈 만큼 김태형 감독의 애정을 듬뿍 받았다. 그놈의 부상이 문제였다. 재활 과정에서 심리적인 우울감도 컸다. 최이준은 "야구를 계속해야되나 말아야되나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임경완 재활군 투수코치와 김회성 트레이너코치님이 날 꽉 잡아주셨다. 덕분에 괜찮다가 아니고 내면적으로 한단계 올라섰다고 생각한다. 두분 덕분에 두 다리를 땅에 든든하게 디디는 느낌을 받았다"며 특별한 감사를 전했다.

2군에선 어떻게 지냈을까. 최이준의 회상에는 롯데팬들의 '아픈손가락'이 줄줄이 등장했다. 올한해 대부분 2군과 재활군에 머물렀던 박진형, 이승헌, 박로건(박재민), 구승민 등이 그들이다.

"(이)승헌이 형, (박)로건이랑 재활군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에게 많은 위로가 되고, 큰 힘이 됐던 거 같다. 승헌이형이 덩치는 크지만 사람은 활발하고 밝은 성격이다. 우리 모두 고생한 만큼 앞으로 꼭 잘됐으면 좋겠다."

군필 파이어볼러는 귀하다. 26세면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아직 젊다.

그렇다한들 압박감을 받을 만한 연차다. 최이준은 "내년엔 아프지 않게 던지는 게 목표다. 그리고 내가 빛이 나려면 무엇보다 팀 성적이 나와야한다"며 이를 악물었다.

김태형 감독에게 하고픈 말도 있지 않을까. 최이준은 잠시 고민하다 씩 웃었다.

"아프지만 않으면 잘할 수 있다. 감독님이 내게 워낙 기회를 많이 주셨는데, 그‹š마다 아파서 죄송스러웠다.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신다면, 달라진 모습,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부산 팬들께도 올해와는 다른 결과로 인사드리고 싶다. 내가 잘 던져서가 아니라, 승리 요정 효과라도 좋다.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미야자키(일본)=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