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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기후 제주] ④ 겨울마다 제설제 수천t 사용…폭설에 공항 마비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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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극한기후'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최악 폭염', '괴물 폭우' 같은 표현도 낯설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남쪽 끝 제주도는 '따뜻한 남쪽 나라'로 여겨지지만 한반도로 향하는 태풍을 가장 먼저 맞이하며, 나날이 심각해지는 폭염·폭우·폭설 등 극한기후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이 있고 관광산업과 농·수산업 의존도가 높아 위험 기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제주가 겪어온 기상 재해를 되짚어 보고 방재 대책을 살펴보는 기사를 5회에 걸쳐 송고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지방으로 꼽히는 제주도지만, 겨울철 폭설 걱정을 안 할 수는 없다.
제주도 한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산에는 많게는 1∼2m 이상 많은 눈이 쌓여 산행과 산간도로 차량 운행이 통제되기도 하며, 종종 해안 지역까지 눈으로 뒤덮이는 등 섬 전체가 꽁꽁 얼어붙기도 한다.

◇ 해안에도 하루 10㎝ 이상 눈 쌓이기도…겨울마다 제설제 수천t 사용
1923년부터 100년 넘게 기상 관측이 이뤄진 제주(제주기상청) 지점을 기준으로 눈이 가장 많이 내린 날은 언제일까.
일 최심신적설(24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의 깊이) 역대 순위를 보면 10㎝ 이상 신적설을 기록한 날은 1위 1984년 1월 18일 13.9㎝, 2위 1959년 1월 17일 12.8㎝, 3위 2016년 1월 23일 12㎝, 4위 1960년 12월 30일 10.7㎝, 5위 1966년 2월 6일 10.2㎝다.
이 중 3위인 2016년 1월을 제외하면 모두 1980년대 이전이다.

일 최심신적설 1위를 기록해 '눈이 가장 많이 내렸던 날'로 꼽히는 1984년 1월 18일에 제주 지점은 13.9㎝, 서귀포는 11㎝, 성산은 13.3㎝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해안 지역에도 하루 10㎝가 넘는 많은 눈이 쌓인 것이다.
당시 제주신문에는 '한라산 정상 부근에는 2m의 눈이 쌓였으며, 해안 지방에도 많은 눈이 쌓여 온통 백설에 묻힌 하얀 동화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고 기록됐다.
또한 1978년 2월 18일 이후 7년 만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으며, 여느 때와는 달리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가운데 눈이 조용히 내려 아늑한 겨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일 최심신적설 12.8㎝로 역대 2번째로 눈이 많이 내린 1959년 1월 17일에는 강풍과 함께 많은 눈이 내렸으며, 교통·통신 두절과 가옥·항만시설 피해 등이 발생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산지에는 사람 키 이상 눈이 쌓여있는 일도 종종 있다.
지난 겨울에는 한라산 정상 백록담 주변 누적 적설량이 한때 230㎝에 달하고 3월 들어서도 적설량이 줄지 않아 구간별로 설벽이 형성되면서 위험이 커져서 이례적으로 50여일 연속 탐방이 통제되기도 했다.
이처럼 겨울철마다 산지와 중산간을 중심으로 눈이 적잖게 내리고, 해안에도 눈이 쌓일 정도로 내리는 일도 종종 있다 보니 제설제도 겨울철마다 많게는 수천t을 사용한다.
겨우내 지겹게 눈이 내렸던 2017년 12월∼2018년 3월에는 준비해둔 제설제가 동이 나 추가 주문을 하기도 했다.
지난 겨울에도 한파와 잦은 눈 날씨로 제설작업 일수와 제설제 사용량이 전년 대비 늘었다.
지난해 겨울에서 올해 3월 중순까지 이어진 이례적 추위와 잦은 눈으로 전년보다 4일 많은 53일간 제설작업이 이뤄졌으며, 제설제 사용량도 6천550t으로 전년 대비 2천여t 많았다.

대설과 강추위로 큰 피해가 난 해도 있었다.
제주도가 집계한 자연재해 현황을 보면 2018년 1∼3월 대설 피해와 농업재해로 150억원에 가까운 피해가 났다.
2016년 1월 23∼25일 대설 때도 59억원 상당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돼있다.
도는 올겨울 12월 1일부터 내년 3월 15일까지를 도로 제설 대책 기간으로 운영하고 제설 상황실을 상시 가동한다.
도는 평화로, 5·16도로, 번영로 등 주요 노선 제설작업을 위해 제설제 8천800t을 확보했다. 이는 행정안전부 기준 대비 135% 수준이다.
도는 기상청 예보에 따라 눈이 쌓일 것으로 예상되면 오전 4시부터 제설작업을 벌일 계획이며, 자체 보유 장비 외에 민간 장비도 추가 임차해 돌발 강설 시에도 즉각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혔다.

◇ 2016년 폭설 대란 계기로 제주공항 체류객 대응 매뉴얼 마련
제주에서도 강추위, 대설, 강풍, 풍랑 등으로 인해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하늘길과 바닷길이 막혀 고립되는 일이 종종 생긴다.
해안에 32년 만의 기록적 폭설이 쏟아지고 7년 만의 한파주의보에 대설·강풍·풍랑특보까지 내려진 지난 2016년 1월 23일.
악기상 속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꽁꽁 얼어붙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폭설과 강풍으로 제주국제공항 활주로 운영이 전면 중단돼 항공기가 뜨고 내리지 못하게 되면서 약 9만명 발이 묶였다.

당시 공항 대합실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시내 도로가 온통 얼어붙어 공항을 빠져나가기 어려워진 데다가 하루빨리 다른 항공권을 구해 제주 섬을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이 몰린 탓이다.
수많은 사람이 대합실 바닥 곳곳에 종이상자나 매트를 깔고 노숙하는 진풍경이 펼쳐졌으며 공항 안 편의점과 음식점, 커피전문점 등의 물품이 동나기에 이르렀다.
공항에서 밤을 지새우는 관광객들의 숙식 문제가 생기면서 유관기관·단체와 기업 등이 모포와 식료품, 응급구호세트, 생수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23∼25일 40여시간 만에 운항이 재개된 뒤에는 수많은 체류객을 수송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김포·김해공항 심야 운항 제한을 해제해 밤샘 운항이 이뤄지기도 했다.
당시 최대 1만명이 넘는 인원이 공항에 머물러야 하는 사태가 빚어졌음에도 대비책이나 유관기관 간 협조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때의 일을 계기로 제주공항 제설 장비와 인력이 대폭 확충됐다.
또한 제주도, 제주지방항공청,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은 '공항 체류객 불편 해소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동 대응을 위한 매뉴얼을 마련했다.
매뉴얼은 결항에 따른 예약 인원, 결항편, 청사 내 심야 체류객 수 등에 따라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로 상황을 구분해 위기 경보를 발령하고 단계별로 기관별 임무를 부여한다.
단계에 따라 기관별로 임시 항공편 운항 조치, 교통 지원, 공항 내 음식점·편의점 영업시간 연장, 의료·숙박 안내, 지원 물자(모포·매트 등) 제공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아울러 당시 승객들이 공항에서 장시간 대기해야 했던 이유였던 저비용 항공사들의 체류객 항공편 안내 방식도 개선됐다.
이후로도 2018년 1월 폭설을 비롯해 기상악화로 제주공항에 야간 체류객이 발생하고 도민과 관광객이 불편을 겪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2016년 1월 수준의 사태는 재발하지 않고 있다.

atoz@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