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2006년 WBC때의 분위기가 난다."
한국야구대표팀 류지현 감독은 이번 역대 가장 어린 대표팀을 지휘하면서 연신 얼굴에 미소를 띄고 있다. 대표팀이 최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어 부담감이 상당히 클텐데도 오히려 긍정적인 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15,16일 이틀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2025 NAVER K-BASEBALL SERIES> 일본과의 두차례 평가전을 앞두고도 도쿄돔을 접하지 못했던 어린 선수들이 이번 기회에 도쿄돔에 적응을 하고, 일본 선수들과 붙으며 자신감을 갖는다면 내년 3월에 열리는 WBC에선최근 3연속 1라운드 탈락의 굴욕을 벗고 2라운드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류 감독이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느낀 것은 바로 분위기다. 류 감독은 12일 김포를 떠나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을때도 선수단의 분위기를 얘기했었다. 류 감독은 "대표팀을 오래했지만 이렇게 선수들이 즐겁고 분위기가 이좋은 것은 처음이다. 지금 분위기는 최상이다"라며 "이런 것들이 운동장에서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된다"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류 감독은 일본전을 하루 앞둔 14일에도 선수단 분위기를 칭찬. 류 감독은 자랑스런 기억인 2006년 WBC를 소환했다. 류 감독은 "2006년 WBC때 코치로 갔었는데 당시에 메이저리거와 국내 선수들이 모두 잘 뭉쳐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면서 "이번에 선수들과 2주 정도 지내면서 보니 2006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표팀은 성인대표팀인데도 평균 연령이 22.1세로 역대 가장 어리다. 오히려 젊고 어린 선수들끼리 좋은 분위기가 형성돼 대표팀 전체가 활기차고 의욕적이란 뜻으로 보인다.
그냥 밝고 즐거운 분위기만 있는게 아니다. 하고자 하는 의욕도 넘친다. 류 감독은 "타격 연습할 때 3루에서 수비 훈련을 하던 송성문이 3루 라인을 빠져 나가는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서 1루로 던지더라"고 말하며 "보통 이런 연습 때 그런 타구는 그냥 잡지 않고 보낸다. 그런데 그걸 잡으려고 열심히 하더라. 확실히 전체적으로 팀 분위기가 다르다"라고 했다. 당시 박동원이 연습 타격에서 강하게 친 타구가 마침 3루에서 수비 훈련을 하던 송성문쪽으로 왔고 송성문이 몸을 날려 잡아냈던 것. 그만큼 집중력 높게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류 감독은 "이 분위기가 이어져서 1월 1차 캠프(1월9~21일 사이판)와 2월의 2차 캠프(2월15~28일 오키나와), 그리고 3월의 WBC까지 연결될 것 같다. 굉장히 긍정적인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2006년엔 당시 메이저리거인 박찬호 서재응 김선우 김병현 구대성 최희섭 등과 요미우리에 입단한 이승엽, 그리고 이종범 이병규 박진만 손민한 홍성흔 배영수 정대현 등 국내 최정상 선수들이 모두 모여 일본을 두번이나 꺾는 등 첫 대회에서 4강의 업적을 이뤘다.
류 감독은 2006년 WBC, 2013 WBC, 2017 APBC, 2018 아시안게임, 2022 아시안게임, 2023 APBC, 2024 프리미어12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수비·주루 코치, 수석 코치 등으로 참가했다.
이번 젊은 대표팀이 2006년의 활기찬 모습으로 WBC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도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