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이정림 감독이 '당신이 죽였다'를 무거운 마음으로 완성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김효정 극본, 이정림 연출)는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두 여자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 드라마 '악귀', 'VIP' 등을 연출했던 이정림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전소니와 이유미가 각각 조은수와 조희수를 연기하면서 폭력에 맞서 서로를 구원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장승조는 희수의 남편 노진표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완전히 대비되는 장강까지 1인 2역을 소화했고, 이무생은 은수와 희수를 지켜보는 진소백을 연기했다.
이정림 감독은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나 "어제 시어머니가 8부까지 다 보시고 울면서 전화가 오셨다. 8회까지 보고 은수(전소니), 희수(이유미) 때문에 눈물이 나고 '걔네 잘 살지'라고 하시더라. 토요일에는 제가 엄마랑 제 딸이랑 셋이 외식을 했는데 엄마가 갑자기 살짝 눈물을 흘리려고 하더라. 무뚝뚝한 경상도 여자인데, 70대인 우리 엄마 세대에도 즐겁게는 아니지만, 잘 볼 수 있는 드라마였다고 생각하고 기뻤던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감독은 남편의 반응을 언급하면서 "남편이 오후 5시에 공개되자마자 주변에서 '너네 와이프는 왜 맨날 이런 것만 해?'라고 했다더라. 저도 제가 만든 작품이 '사내불륜'이고, 저도 사내 부부라서 주위에서 '무슨 짓을 하기에 아내가 저런 작품을 하느냐'고 하더라. 그런데 남편도 용기를 내서 좋은 작품을 한 것 같아서 좋다고 하더라. 사실 이 작품을 만들기 전에 가정 폭력과 관련된 수업을 받고 있는데, 평일 저녁에 하는 거라서 어쩔 수 없이 육아에서 벗어나야 했는데,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열한 시, 열 시에 끝내야 했는데도 남편은 너무 당연하게 '들어야지' 해면서 편하게 해줬다"며 웃었다.
이정림 감독은 '당신이 죽였다'를 만들기 위해 실제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트라우마 있는 분들이 보실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진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어떤 생존자 분은 집 밖에 나가는 것도 못 했다고 하더라. 밖에 나가더라도 다 자기를 쳐다본 것 같았고, 내 잘못이 아닌데 바람만 불어도 피부가 아팠다고 하더라. 그래서 마지막에 희수 내레이션처럼 날씨가 궁금해지는 이야기를 써보자고 했다. 희수는 날씨가 궁금한 적이 있었나, 고통의 시간을 겪었는데도 지금은 창밖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소설의 원작과는 다른 부분이 존재했다. 소설에서는 은수와 희수가 제3의 국가로 떠나는 모습을 담아 죄로부터 완전히 멀어지는 모습을 담았다면, 극에서는 자수 후 본인들의 죗값을 치르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 은수와 희수를 생각할 때 자수를 할 것 같더라. 내가 저지른 죄는 달게 받겠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그 다음에 얼마나 행복한 삶일지는 본인들의 몫이지만, 작가님께 법정신을 생각하고 있다. 서서 담담히 얘기하는 은수와 희수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씀을 드렸다. 작가님이 생각을 해보시고, 필요한 것 같다. 살인을 선택하고 막 달리기까지 이들이 더 자유로울 수 있으려면 그 신이 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을 해주셔서 그 점이 원작과 다르게 가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이다"면서 "희수가 법정에서 '신은 불러도 오지 않는데, 발길질은 코앞에 와있었다'는 말을 한다. 방관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생각할 여지를 남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정폭력이 사회적인 문제로 다뤄지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시청자들의 '진짜 반응'에서도 느끼는 바가 많았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언급하면서 "제가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그렇게 표현해야 할 것 같다. 부국제 때 GV에 실제 생존자 분이 오셔서 질문을 하셨다. 희수를 되게 많이 울고 그런 질문을 받은 게 처음이라서. 그런 분들이 혹시나 본다면 정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면 좋겠다. 그리고 진짜 배우들하고 얘기를 정말 많이 하고 사람들이 불편해하지 않으면서 관심을 가지면 좋겠는 소재를 용기있게 선택해준 것도 배우들이다. 배우들이 없으면 드라마를 만들 수 없으니까. 저희의 마음가짐이 조금은 통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다"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