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KIA 타이거즈와 유격수 박찬호의 결별이 임박했다. KIA의 플랜B 구상에 관심이 쏠린다.
박찬호는 두산 베어스와 계약이 임박했다. 기간과 금액에 합의는 마쳤고, 세부 조항만 마지막으로 조율하는 단계다. KIA는 박찬호를 잔류시키고자 했지만, 어쨌든 선수가 원하는 조건에 미치지 못해 이적을 지켜보게 됐다.
박찬호는 2019년부터 KIA 주전 유격수 타이틀을 놓친 적이 없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수비 1000이닝 이상을 기록했다. 2023년 1042⅔이닝, 2024년 1120⅓이닝, 올해 1114⅓이닝을 기록하며 3년 연속 팀 내 수비 이닝 1위에 올랐다. 특히 올해는 팀 내 부상자가 많아 박찬호만 홀로 1000이닝 이상 소화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박찬호의 잔류를 당연히 우선 순위로 생각했다. 이적 가능성이 가장 높은 FA 최대어였기 때문. 해마다 1000이닝 이상을 책임졌던 유격수가 떠났을 때 누구를 대체자로 세워야 할지 고민이 깊었다.
팀 내부에서 찾는다면 현재 1순위는 김도영이다. 주전으로 1군 풀타임을 뛴 경험이 있으면서 유격수 수비가 가능하고, 공격력까지 갖춘 선수는 김도영이 유일하다.
김도영은 고교 시절 특급 유격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2022년 1차지명으로 KIA에 입단했을 때는 이미 박찬호가 주전으로 자리를 꽉 잡고 있었다. 김도영은 3루수로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프로 3년차였던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 141경기, 타율 0.347(544타수 189안타), 38홈런, 40도루, 109타점을 기록하며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김도영은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부상 탓이다. 개막부터 왼쪽과 오른쪽 햄스트링을 번갈아 3번이나 다치는 바람에 30경기 출전에 그쳤다. 김도영은 현재 재활과 부상 방지에 온 힘을 쏟고 있는데, 갑자기 유격수로 포지션을 바꿨을 때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지 아직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유격수로 뛰면 수비 부담 탓에 타격 성적이 보통 떨어지는 편이다. 김도영을 3루수에서 유격수로 옮겼을 때 공격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KIA는 김도영이 유격수로 뛰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아시아쿼터로 유격수를 데려오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훈련지에서는 일단 일본 투수들을 살펴보는 동시에 유격수 후보도 물색해 뒀다.
올해 35홈런을 친 패트릭 위즈덤을 대체할 외국인 타자를 유격수로 데려오기에는 부담이 된다. 어쨌든 한국에서 외국인 타자가 성공하려면 4번타자급 화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 유격수는 최대치가 2020년과 2021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뛴 딕슨 마차도다. 마차도는 롯데의 센터라인을 잡아 준 좋은 수비로 호평 받았지만, 타격은 2년 통산 타율 0.279, 17홈런, 125타점으로 평범했다.
현 상황에서는 김도영 아니면 아시아쿼터 선수를 내년 유격수로 기용하는 데 무게를 두고 고민할 듯하다.
김도영 외에도 김규성, 박민, 정현창 등이 차기 유격수를 꿈꾸며 오키나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세 명 모두 수비로는 당장 주전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1군 풀타임 경험 부족과 타격이다. 언급된 단점들을 지울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KIA의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