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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수비 유격수? 김하성!" 보라스 세일즈 시작됐다…ATL? 정으로 할인 안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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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특급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를 찾는다고요? 김하성이 제격입니다."

'악마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움직였다. 보라스는 최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단장 미팅에 참석했다. FA 유격수 김하성을 비롯한 자신의 고객들을 어필하기 위해서였다.

보라스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단장 미팅을 찾은 기자들을 모아두고 마이크를 잡은 뒤 "김하성은 유격수 시장에서 최고 선수라고 생각한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번 FA 시장에서 특급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는 아주 아주 적다고 생각한다. 특급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를 찾고 있다면, 김하성이 딱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하성이 과감히 FA 선언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있다. 애틀랜타는 지난 9월 탬파베이 레이스가 방출한 김하성을 웨이버 클레임으로 영입했다. 탬파베이는 팀 내 최고액 연봉자(올해 1300만 달러)인 김하성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어깨 수술을 받은 김하성의 회복이 생각보다 늦어져 7월에야 빅리그에 복귀할 수 있었는데, 복귀 후에도 허리와 종아리 등에 잔부상을 달고 있었다. 탬파베이에서 24경기를 뛰면서 타율 0.214(84타수 18안타), 2홈런, 5타점으로 부진했다.

주전 유격수 갈증에 시달리던 애틀랜타는 김하성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었다. 트레이드 영입을 고려했을 정도. 탬파베이가 웨이버 공시를 하자마자 클레임을 걸어 김하성을 데려왔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김하성은 탬파베이 시절과는 다른 에너지를 뿜었다. 잔부상도 없었다. 24경기에서 타율 0.253(87타수 22안타), 3홈런, 12타점을 기록했다.

애틀랜타는 김하성이 이적하고 1~2경기를 뛴 시점부터 푹 빠졌다. 구단에서 "내년까지 김하성을 주전 유격수로 쓰고 싶다"고 언급했을 정도. 김하성 정도 수비력에 적당한 공격력을 갖춘 유격수가 없기 때문. 게다가 김하성은 비싼 선수도 아니었다. 2026년 선수 옵션 1600만 달러(약 232억원)를 실행하면 정말 싸게 주전 유격수를 구할 수 있었다.

애틀랜타의 바람과 달리 김하성은 FA 선언을 했다.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미국 언론은 처음부터 '애틀랜타가 김하성을 묶고 싶으면 연장 계약을 제안해야 한다. 김하성이 1600만 달러 옵션을 실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알렉스 앤소폴로스 애틀랜타 단장은 "김하성과 함께해서 정말 행복했다. 훌륭한 선수고, 훌륭한 동료고, 좋은 에너지를 지녔으면 좋은 수비수이자 타자다. 팬들은 정말 그를 좋아했고, 애틀랜타에는 큰 한인 커뮤니티가 있다. 우리는 그를 데리고 있을 수 있어서 기뻤고, 그는 정말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애틀랜타가 김하성의 FA 선언을 도운 고마운 존재는 맞지만, 상대는 보라스다. 보라스가 정으로 손해 보는 장사를 할 리가 없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보라스는 협상에 있어서는 상어와 같은 존재다. 김하성이 한 달밖에 보내지 않은 곳(애틀랜타)에 머물기 위해서 홈팀 할인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바라봤다.

다만 김하성은 탬파베이로 이적했을 때 부상도 부상이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김하성이 애틀랜타에 오자마자 빠르게 경기력을 되찾은 큰 이유 가운데 하나로 애틀랜타 좌익수 주릭슨 프로파가 꼽힌다. 프로파는 김하성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절 절친한 친구였다. 애틀랜타는 라커룸에 프로파의 옆자리로 김하성을 배정하는 등 빠른 적응을 돕기 위해 꽤 신경을 써줬다.

김하성이 "팀도 나를 좋아하고, 나도 팀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한 배경이다.

앤소폴로스 단장은 "정말로 김하성이 우리 팀이 좋다고 하던가? 완벽하다. 당장 계약을 하자. 우리가 무엇을 기다리는 것인가"라고 농담 섞인 답변을 하기도 했다.

디애슬레틱은 가성비 측면에서 유격수 FA 최대어 보 비™ˆ보다 김하성이 우위라고 평가했다. 비™ˆ의 예상 계약 규모는 8년 2억1200만 달러(약 3085억원), 김하성의 예상 계약 규모는 3년 5000만 달러(약 727억원)다.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이 FA 시장에서 수비가 가장 좋은 유격수라는 보라스의 주장은 정확하다. 유일한 대항마인 비™ˆ은 김하성보다 훨씬 좋은 타자이지만, 수비는 평균 이하이기 때문. 비™ˆ은 그를 유격수가 아닌 포지션으로 옮기려는 팀에서 2억 달러 언저리의 금액으로 영입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체는 또 '김하성은 통산 타율 0.242, OPS 0.701, OPS+ 97, 162경기당 14홈런/60타점을 기록했다. 비™ˆ은 통산 타율 0.294, OPS 0.806, OPS+ 121, 162경기당 24홈런/95타점이다. 각각 메이저리그에서 7시즌을 뛴 기록이다. 타격 성적은 비교가 안 되지만, 김하성의 평균 b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4.2고 비™ˆ은 4.5다. 이 수치는 김하성이 수비 면에서는 비™ˆ보다 얼마나 더 뛰어난지 설명해 준다'고 덧붙였다.

김하성은 2023년 아시아 내야수 역대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하며 빅리그 최정상급 수비력을 인정 받았다. 문제는 지난해와 올해의 부상과 부진이다. 올해 애틀랜타에서 반등의 조짐을 보였어도 풀타임을 뛰지 못했기에 계약 규모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의 계약과 관련한 전망은 다양하다. 일부는 김하성이 다년 계약으로 연간 2000만 달러(약 291억원) 또는 그 이상을 벌 것이라고 전망하고, 일부는 김하성이 거절한 옵션 1600만 달러에 가까운 금액에 증명(건강과 실력)이 필요한 1년 계약을 할 것으로 바라본다'고 했다.

그래도 보라스의 고객이기에 미국 언론도 김하성의 계약을 쉽게 예상하지 못하는 눈치다. 보라스 매직은 올해도 통할 수 있을까.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