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일본)=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SSG 랜더스에는 '친형제' 코치가 있다. '형'인 조동화 작전/주루코치와 새로 팀에 합류한 '동생' 조동찬 수비코치 형제가 주인공이다.
두사람은 각각 SK 와이번스(현 SSG), 삼성 라이온즈의 현역 선수로 뛰던 시절부터 형제 사이로 유명(?)했다. 두사람은 은퇴 후 나란히 코치가 됐고, 다음 시즌에는 마침내 한솥밥을 먹게 됐다.
조동화-동찬 형제가 한 팀 소속이 된 것은 공주고 졸업 후 처음이다. 형은 SSG에서, 동생은 삼성에서만 지금까지 몸 담았다.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 형제 코치가 같이 1군 소속이 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2013년 NC 다이노스 양승관 2군 타격코치, 양후승 잔류군 코치가 한솥밥을 먹은 사례는 있었지만, 둘 다 1군 코치인 경우는 조동화-동찬 형제가 처음이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교육리그에 참가 중이던 조동찬 코치는 SSG의 영입 제안을 받고, 일시 귀국했다가 곧장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합류했다. 24년간 푸른 피가 흐르는 삼성맨으로 살다가, 태어나 처음 팀을 옮겼다. 그것도 파란색과 가장 대비되는 빨간 유니폼을 입게 됐다.
영입 과정에는 조동화 코치의 공이 컸다. SSG는 기존 수비코치였던 손시헌 코치가 두산으로 이적하면서, 수비 코치 공백이 생겼다. 이숭용 감독과 프런트가 좋은 평가를 받고있는 수비 코치들을 물색했는데, 조동찬 코치 역시 유력 후보였다. 그러나 '원클럽맨'인 조 코치가 과연 팀을 옮길 생각이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조동화 코치도 처음에는 "아마 안옮기려고 할 것"이라고 난색을 표했다가, 조동찬 코치가 정말 팀에 필요한 코치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숭용 감독에게 "한번 이야기 해보겠다"며 동생 설득 작업에 나섰다.
조동화 코치는 "동생이라고 무조건 추천하는 건 아니다. 상대팀 코치로서 봤을때, 동찬이는 대단히 연구하는 코치다. 144경기를 전부 다 내야, 외야 수비수들 위치를 이동시키고 그걸 다 일일이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내심 정말 놀랐다. 이숭용 감독님께도 그 부분을 말씀드렸더니 '그게 가능해?'하며 놀라시더라. 저는 상대팀 주루코치로서 늘 가까이에서 삼성 야수들의 움직임을 보지 않았나. 솔직히 저한테도 부족한 부분인데, 동생이 그걸 하는 걸 보고 내심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감독님 역시 다른 관계자들을 통해 추천을 받으시면서 긍정적인 기류가 흘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야자키에서 처음 이숭용 감독의 연락을 받은 후, 조동찬 코치도 3일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조동찬 코치는 "저도 결정을 빨리 해야 하니까, 3일 정도 생각한 후에 마음을 먹었다. 이렇게 계속 한 팀에 있는 것도 좋은데, 도전을 한번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이적 배경을 설명했다.
조동화 코치는 "제가 팀 적응이나 선수 파악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동생이 빨간 연습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색했는데, 금방 적응하더라. 어릴 때 이후로 처음 같은 팀에서 뛰게 됐다. 이왕 같이 시작하게 됐으니 어쨌든 시너지가 분명히 나야 한다. 친형제지만, 경기 때는 서로 공유도 많이 하면서 잘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찬 코치가 합류 후 보여주는 모습 때문에 이숭용 감독과 코칭스태프 모두 '대만족'이다. 훈련할때는 엄격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선수들을 편하게 대해준다. SSG 선수들은 처음 만나는 조 코치에게도 스스럼 없이 다가가 쉬지 않고 질문을 하고 있다.
또 수비때는 '펑고의 신'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펑고 스킬을 자랑한다. SSG의 수비 훈련을 지켜보던 일본인 관계자들조차 "일본에서도 저 정도 수준의 펑고를 치는 코치는 별로 본 적 없다"고 할 정도로 연신 감탄을 내뱉었다. SSG 내야수들은 까다로운 펑고 타구에 수차례 몸을 날리고 넘어지면서 대처법을 배웠다.
조동화 코치는 "이렇게 잘 치는지 몰랐다. 펑고를 치는 게 코치들에게도 어려운 일인데, 선수들에게 정말 훈련이 될 정도로 어려운 코스, 쉬운 코스, 애매 모호한 코스 등 원하는대로 딱딱 쳐서 올려주는 기술이 있더라"고 깜짝 놀랐다. 조동찬 코치는 웃으며 "저도 처음에는 진짜 못했는데, 정말 연습을 많이 했다. 이게 많이 좋아진 것"이라며 겸손하게 수줍어했다.
조동찬 코치는 "SSG 캠프에 와서 보니 어린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 지금 수비 훈련을 힘들게 하고 있는데, 정말 잘 따라와준다. 이제 합류한지 겨우 10일 좀 넘었는데, 꽤 오래있던 팀처럼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면서 "올해 1군에서 많은 경기를 뛴 (안)상현이나 (정)준재도 실제로 보니까 수비가 더 괜찮더라. 우리는 여기서 백업을 1-2명 더 만들어야 하는데, 선수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잘 싸우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캠프 일정은 선수들만큼이나 코치들에게도 체력적으로 고비가 찾아올만큼 힘들다. 그런데 유독 사이가 좋은 조동화-조동찬 코치 형제는 매일 아침 야구장까지 나오는 약 6km의 길을 함께 대화하며 걸어서, 뛰어서 오고 있다. 동생의 제안으로 시작된 아침 운동인데, 형 역시 함께 하면서 SSG에 대한 이야기, 야구 이야기, 가족 이야기까지 나누는 시간이다. 유독 우애가 남다른 형제이기에 가능한 그림이다.
또 24년간 몸 담았던 정든 삼성을 떠나게 된 조동찬 코치는, 마지막으로 삼성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SNS에 인사글이라도 남겨볼까 하다가 이제 선수가 아니니 그러기가 어려웠다"면서도 삼성팬들을 생각하니 표정이 애틋해졌다.
조동찬 코치는 "삼성에 24년을 있었다. 제가 태어난 곳보다 더 오래 있었던 곳인데, 제대로 인사를 못하고 왔다. 정말 정이 많이 들었던 팀이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저에게는 소중한 집 같은 곳이었다"며 "최근 몇년간 삼성이 관중이 점점 더 늘어나고, 팬분들께서 정말 열정적으로 응원을 해주셨다.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다시 한번 선수를 하고싶을 정도로 큰 감동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많이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가고시마(일본)=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