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개막전부터 지난 시즌 최하위 하나은행이 정규리그 1위였던 우리은행을 대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하나은행은 17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BNK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 시즌 첫 경기서 우리은행을 66대45로 격파했다. 올 시즌도 최하위가 예상됐던 하나은행이 스코어뿐 아니라 공수 전반에서 우리은행을 압도하면서, 시즌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경기를 앞두고 남자농구에선 베테랑 사령탑이지만 여자농구에선 데뷔전을 치르는 이상범 하나은행 감독은 "기대도 되지만 더 솔직하게는 나도 궁금하다. 나름 준비는 잘했으니 준비 때 했던 것처럼만 밀고 나가면 되는데, 얼만큼 코트에서 나올지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젊은 선수가 대부분이니 충분히 로테이션을 가져 갈 예정이다. 패턴은 단순하게 준비했고, 얼리오펜스가 중심"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이상범 감독님이 워낙 노련하신 분이라 전혀 긴장 안 하실 것 같다. 연습경기였지만 하나은행 선수들의 기세가 상당히 좋았다고 한다"며 "반면 우리는 유승희 한엄지 등 부상 선수가 많아 가용 자원이 부족하다. 지난 시즌보다는 김단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하는데, 과연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 팀 감독들의 기대 혹은 우려는 경기에 그대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주장 양인영을 과감히 뺀 상태에서 고서연 정현 등 신예 식스맨들을 선발 라인업에 올렸다. 진안과 이이지마 사키, 정예림 등 중고참이 번갈아 공격에 성공하는 가운데, 교체 멤버인 박소희가 3점포를 터뜨리며 뒤를 받쳐 나갔다. 여기에 정현과 정예림의 3점포도 보태졌다.
무엇보다 모든 선수가 번갈아 가며 우리은행의 주포인 김단비를 효과적으로 방어했다. 딱히 더블팀 수비도 하지 않았지만, 로테이션이 효과적으로 돌아가며 김단비를 전반에 4득점으로 묶어냈다.
반면 우리은행은 김단비의 외곽포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은 가운데, 메인 핸들러인 일본 선수 세키 나나미와 국내 선수들의 호흡이 좀처럼 맞지 않으며 1쿼터 중반 이후엔 계속 끌려갔다. 2년차 신예이지만 당당히 선발로 나선 이민지만 과감한 돌파에 이은 골밑슛이나 자유투로 전반에 9득점을 했을 뿐 다른 선수들은 대부분 침묵했다.
후반엔 정예림 정현 박소희의 연속 3점포가 터지며 스코어는 더 벌어졌다. 3쿼터 3분여를 남기고 43-23로 하나은행의 20점차 리드, 믿기 힘든 스코어는 끝까지 이어졌다.
부천=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