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자매구단 배우기에 적극 나섰다. FA 영입이 어려운 현실 속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는 모양새다.
롯데는 올해 지바롯데 1군 마무리캠프에 내야수 전민재와 한태양을 파견했다. 차로 1시간 반 거리에 롯데 1군 마무리캠프가 있지만, 조금이나마 선진야구를 배워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겼다. 2주에 걸친 특훈이다.
지난해에는 '마운드의 미래' 이민석과 정현수가 대상자였다. 야수가 지바롯데로 파견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80억 FA' 박찬호는 두산에 둥지를 텄다. 롯데 내야를 책임질 선수는 전민재와 한태양이다. 한태양은 "일본다운 수비 기본기, 움직임에 대해 배워오라는 말씀이 있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놀란 건 현지의 뜨거운 야구 열기였다. 지바롯데가 마무리훈련을 소화하는 미야코노죠 스타디움은 200석이 채 안되는 관중석을 가진 작은 야구장. 하지만 친선경기나 청백전이 아닌 단순 연습을 할 때도 100명 이상의 관중들이 현장을 찾아 선수들을 지켜본다.
지바롯데 측도 티켓 추첨을 통해 선수들이 직접 지역 특산물 과자를 나눠주는 등 팬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내훈련장 2층에도 팬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사진촬영 등 자유롭게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한태양과 전민재에 대한 지바롯데 측의 특별 대우는 없다. 다만 두 선수를 다른 로테이션조로 나눠 일본 선수들과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자이언츠' 티셔츠를 고수한 전민재와 '마린즈' 모자까지 쓰고 훈련에 임한 한태양의 시각적 차이가 눈에 띄었다.
일본 선수들과의 관계는 전민재가 주도했다. 이케다 라이토, 야스다 히사노리 등 99년생 동갑내기들과 교류하며 친분을 쌓았다. 상대적으로 과묵한 한태양이 이에 동참하는 모양새.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 구단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
두 선수는 "훈련하는 분위기가 다르다. 방금 전까지 농담을 주고받다가도 훈련이 시작되는 순간 집중력이 굉장하다. 예를 들면 펑고 만이 아니라 대시 훈련, 달리기를 할 때도 표정이 확 달라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분위기가 밝다. 지바롯데 관계자는 수비 연습을 예로 들며 "연습은 연습일 뿐이다. 실수해도 웃어 넘긴다"면서도 "다음번에는 더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하다. 반박자 더 빨리 움직이고, 한걸음 더 앞쪽에서 공을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전민재도 "사실 엄청난 압박감에 짓눌릴 각오를 하고 왔다. 그런데 분위기가 밝아서 놀랐다. 실수를 해도 다그치기보단 '괜찮아, 한번 더 하면 돼. 대신 이번엔 실수 안하는 거다' 이런 분위기라 색다르고 좋다"고 설명했다.
지바롯데는 다카시 구리하라라는 유명 피지컬 트레이너를 초빙해 특별한 훈련도 진행했다. 기구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힘을 모으는 동작을 배웠다.
지바롯데 관계자는 "주루 스프린트나 스피드 자체에도 도움이 되지만, 타격이나 피칭을 할 때도 순간 힘을 모았다가 크게 방출하는 매커니즘 자체는 같다"고 설명했다.
훈련하는 시스템도 한층 더 체계적이다. 같은 돔 구조물 안에서 훈련을 하지만, 날씨 때문에 실내 훈련을 하더라도 평소와 똑같은 훈련을 소화할 수 있도록 시설이 갖춰져 있다. 예를 들면 토스 배팅이 아니라 풀스윙으로 프리 배팅을 할 수 있도록 시설물로 공간구획이 이뤄져 있다.
배팅 뿐 아니라 번트 훈련도 다르다. 기계에서 폭발하듯 날아오는 번트연습구는 공은 한국보다 1.5배는 빠르게 느껴진다. 그런 공에 정확하게 번트를 대야한다. 일본프로야구(NPB) 타자들 입장에선 번트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한국에 비해 투고타저가 심하기 때문. 만약 실전에서 번트 실수로 지는 경기가 나오면, 경기 후 해당 선수는 하루종일 번트 연습에 전념할 정도라고.
그렇다고 특타 같은 훈련이 즉흥적으로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한태양은 "엑스트라 훈련이 있긴 한데, 누가 할 건지 전날 이미 정해져있다. 1시간 정도 나 혼자, 혹은 둘이서 쏟아지는 펑고를 받고 나면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 제대로 서 있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더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고픈 욕심에 추가 훈련에 자율 참여하는 선수는 있지만, 코치진의 지시로 특별 훈련이 추가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지바롯데 측 설명이다.
박준혁 롯데 단장이 부임하면서 가장 초점을 맞춘 분야 중 하나가 자매구단과의 교류 활성화였다. 수준 높은 일본프로야구(NPB) 1군과의 교류를 통해 수준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노력이다.
부임 직후인 2023년, 7년 만의 교류전이 재개됐고, 이후 매년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마다 두 팀은 합동훈련과 교류전을 치르고 있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가 현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할 만큼 그룹 차원에서 신경쓰는 이벤트다. 교류전을 통해 한국 타자들이 미국 진출 직전 사사키 로키(LA 다저스)의 공을 직접 쳐볼 기회를 얻기도 했다.
롯데 구단은 올해 마무리캠프에서 나승엽과 고승민을 일본 츠쿠바대학에 파견해 밸런스와 유연성 등 특별한 훈련을 소화하는가 하면, 대만 윈터리그에 김진욱 박준우 등의 투수들을 파견하는 등 내년 시즌 도약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렇다 할 외부수혈이 없는 2026년 시즌. 내부전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거인군단의 사직구장에 가을이 찾아올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