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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청년이 가장으로…행복했습니다" 12년 광주 떠나 서울로, 박찬호가 전한 작별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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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더이상 제 이름 앞에 '기아 타이거즈'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슬픕니다."

두산 베어스는 18일 "박찬호(30)와 4년 최대 80억원(계약금 50억·연봉 총 28억·인센티브 2억)에 FA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전체 50순위)로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박찬호는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었다.

1088경기에 뛰면서 타율 2할6푼6리 23홈런 187도루 OPS 0.660을 기록한 박찬호는 공수주를 겸비한 유격수로 이번 FA 시장 최대어로 꼽혔다.

시장이 열리고 박찬호를 향해서 두산을 비롯해 복수의 구단이 관심을 표했다. 두산은 김재호가 은퇴한 이후 확실하게 주전으로 올라서는 유격수가 없었다. 시장이 열리고 곧바로 박찬호 측과 접촉을 했고, 결국 영입전 최종 승자가 됐다.

박찬호는 SNS를 통해 KIA 팬에게 인사를 남겼다. 박찬호는 '낯설기만 했던 광주에 첫 발을 내딛은 지 어느덧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버렸다"라며 "광주에서의 시간은 제 인생의 페이지를 하나씩 써 내려가는 여정이었다. 그 어느 한 페이지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박찬호는 이어 'KIA 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받았던 과분했던 사랑과 응원을 평생 마음속에 간직하고 추억하겠다. 너무 감사했다'고 인사를 전했다.

▲다음은 박찬호 SNS 글 전문.

안녕하세요 박찬호입니다.

더이상 제 이름 앞에 '기아 타이거즈'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많이 슬픕니다. 낯설기만 했던 광주에 첫 발을 내딛은 지 어느덧 1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버렸네요. 사실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시작은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컸습니다. 부모님 곁을 떠나, 예상하지 못한 팀에서, 지인도 친구도 없는 곳에서 맞이해야 했던 새로운 삶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시작된 광주에서의 시간은 제 인생의 페이지를 하나씩 써 내려가는 여정이었습니다. 그 어느 한 페이지도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그 시간들마저 지금의 저를 만든 소중한 밑거름이었습니다.

데뷔 첫 경기부터 첫 안타, 첫 홈런, 끝내기, 도루 타이틀, 골든글러브, 수비상, 그리고 '우리'였기에 가능했던 우승의 순간까지. 신혼생활과 두 딸의 출생도 이곳에서 맞이했기에 광주에서의 12년은 절대 잊지 못할 인생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보잘것없던 저를 기아 타이거즈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아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병원에서 제 손을 잡고 "우리 막내아들이야"라며 응원해주시던 할머님, 우승 후 "덕분에 행복했다"고 말해 주시던 주민 아버님, 어디서든 우리 아이 손을 가득 채워 주시던 팬분들… 어떻게 여러분을 잊을 수 있을까요.

광주를, 기아 타이거즈를 떠난다는 게 아직 실감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올 시즌 동료들과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팬들의 응원과 함성을 조금이라도 더 마음에 담아 두려고 했습니다. 이별이 너무 힘들 걸 알았기에 혹시 찾아 올 이별의 순간에 스스로 대비하려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떠나는 팀에 걱정은 없습니다. 동생들 모두가 마음만 단단히 먹는다면, 무너지지 않는다면 제 빈자리쯤이야 생각도 안 나게끔 더 뛰어난 선수들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기아타이거즈 팬 여러분! 빼빼 마른 중학생 같았던 20살의 청년이 이젠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소중했던 광주 생활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기아타이거즈와 함께여서, 기아타이거즈 팬분들과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

모두가 가족같았던 단장님, 감독님, 프런트, 코칭스텝, 선수단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비록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진 못하지만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끝으로 12년간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을 함께 만들어주신 기아타이거즈 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받았던 과분했던 사랑과 응원을 평생 마음속에 간직하고 추억하겠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2025. 11. 18 박찬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