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시애틀 매리너스 칼 롤리가 BBWAA(전미야구기자협회) 투표서 '소속팀'에 대한 인식의 차별 때문에 뉴욕 양키스 애런 저지에 MVP를 빼앗겼다는 다소 황당한 주장이 제기됐다.
롤리는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각) 발표된 AL MVP 투표 결과 1위표 13개, 2위표 17개 등 총 335점으로 2위에 그쳤다. 저지는 1위표 17개, 2위표 13개로 총 355점을 얻어 생애 세 번째 MVP에 올랐다.
MVP 투표에서 이처럼 근소한 차이를 나타낸 것은 2019년 AL 이후 6년 만이다. 그해에는 LA 에인절스 마이크 트라웃이 이번 투표 결과와 똑같은 20점차로 휴스턴 애스트로스 알렉스 브레그먼을 꺾고 MVP를 수상했다.
그런데 현지 매체에서 롤리와 저지의 소속팀을 서로 바꿔 투표가 진행됐다면 롤리가 MVP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이 나왔다.
현지 팟캐스트 '댄 패트릭 쇼'의 진행자인 댄 패트릭은 18일(한국시각) "양키스 팬들이 이 논란에 민감하다면 질문을 던져보겠다"며 "저지가 시애틀 소속이고, 롤리가 양키스 소속이라면 누가 MVP가 됐겠는가? 롤리가 양키스 포수이자 골드글러브 포수라는 걸 다들 알게 됐다. 당신들이 뽑는 MVP는 롤리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롤리는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을 맡고 있다. 시애틀 투수진을 보라. 롤리는 젊고 유능한 시애틀 투수들의 성장에 도움을 줬다. 그러나 롤리가 양키스에서 60홈런을 치고, 디비전 우승을 하고,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이끌고, 골드글러브를 받은 포수라면 그가 MVP를 차지했을 것"라고 강조했다.
즉 같은 성적과 같은 성과와 활약을 양키스에서 했다면 '시애틀의 저지'를 누르고 MVP가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즉 저지가 이번에 MVP에 오른 것은 순전히 양키스 소속이었기 때문이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패트릭은 "롤리가 어느 팀에서 그와 같은 활약을 했는지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빅 마켓 팀에서 그것을 한다는 것의 중요성이다. 자, 오타니는 어느 팀에서 뛰더라도 MVP다. 그러나 롤리에게 연고지는 그의 MVP 등극을 막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그렇게 했다면 팬들은 이미 그를 위한 기념비를 세워줬을 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결국 뉴욕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배경으로 가진 저지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패트릭의 주장에는 몇 가지 오류가 있다. 우선 롤리는 올해 골드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했다. 그가 AL 포수 골드글러브를 받은 건 작년이다.
또한 연고지의 시장 크기는 투표를 행사하는 BBWAA 30명의 기자단에 별로 중요한 평가 요소가 아니다. 30명의 기자는 AL 각 연고 도시 15곳에 2명씩 골고루 포진해 있다. 뉴욕과 시애틀을 차별해 바라볼 이유가 전혀 없다.
실제 투표에 참가한 30명의 기자단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특히 BBWAA 뉴욕 지부 기자 2명의 의견이 서로 달랐다. 중립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디트로이트와 보스턴, 클리블랜드, 캔자스시티, 샌프란시스코, 토론토 지부 각 2명 역시 저지와 롤리로 의견이 갈렸다.
이에 대해 뉴욕 팬 매체 '양크스 고 야드'는 '만약 MVP 투표서 적극적인 양키스 편애 현상이 나타난다면, 득표율이 이처럼 치열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지는 뛰어난 시즌을 보냈고, 롤리도 역사적인 시즌이었다. 때문에 이번 투표 결과는 치우침이 없음을 반영한다. 시즌 내내 두 선수를 면밀히 지켜본 기자들의 투표 결과는 기자들이 집단적인 지성의 결론에 도달했음을 반영했다'고 해석했다.
그래도 올시즌 포수로서 60홈런, 132타점을 마크하며 양 리그 합계 홈런-타점왕에 오른 롤리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롤리는 역대 포수 최다 홈런, 스위치히터 최다 홈런, 시애틀 구단 최다 홈런 등을 새롭게 수립하면서 역사적인 업적도 남겼다.
하지만 BBWAA의 표심은 저지쪽으로 조금 더 기울었다. 저지는 타율(0.331), 득점(137), 볼넷(124), 출루율(0.457), 장타율(0.688), OPS(1.144), WAR(9.7) 등에서 1위를 차지하며 롤리를 압도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