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일본)=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SK 와이번스를 인수한 SSG 랜더스 창단 후, 외부 FA 영입 사례는 딱 한명 뿐이었다.
인수 직후인 2021시즌을 앞두고, 당시 두산 베어스에서 FA로 풀린 내야수 최주환을 4년 최대 42억원에 영입했었다. 2루가 아쉬운 팀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었고, 그해 부임한 김원형 신임 감독을 위한 전력 보강 선물이었다. 사실상 전신 SK의 마지막 유산이라고 보는 게 조금 더 가깝다.
그후 한번도 외부 영입이 없었다. SSG는 내부 FA 선수들에게 더 '후한' 편이다. 팀내에서 중요한 입지를 가진 주요 선수들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는 철학 하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내부 단속에 집중하는 모양새가 됐다.
실제 계약이 그렇다. 지난해에는 베테랑 투수 노경은과 2+1년 최대 25억원에, '통산 홈런 1위' 최정과는 4년 110억원 전액 보장 조건에 내부 단속을 마쳤다. 심지어 계약 기간 종료를 앞뒀던 김광현과는 올 시즌 도중 2년 최대 36억원에 두발짝 빠르게 움직여 계약 단속을 끝낸 상태다.
내부 단속에 일찌감치 나서서 정리를 하는 팀이지만, 사실 전력 보강에 계속 목말라있는 것도 사실이다. SSG는 이숭용 감독 부임 후 리빌딩이 아닌 '리모델링'이라는 표현을 전사적으로 사용하며 1,2군 소통을 통한 내부 육성, 자연스럽게 성적도 따라오는 전략으로 팀 뎁스를 강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감독이 올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재계약을 한 것 역시 당장 우승은 못하더라도 구단의 방향성에 부합하는 매니징을 잘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정규 시즌 3위를 기록할 정도로 '파란'을 일으켰던 SSG. 외부 전력 보강에도 충분히 관심을 보일 수 있는 상황이다. 다음 시즌 역시 최소 포스트시즌 진출은 가능하다고 봤을 때, 외부 FA 1~2명 보강에 성공한다면 플러스 알파가 될 수는 있다.
SSG는 여러 팀이 붙었던 '최대어' 박찬호에게는 관심조차 없었다. 주전 유격수 박성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다른 '최대어'로 꼽히는 강백호 영입 역시 크게 관심이 없다. 수비 포지션이나 예상 몸값, 여러 조합을 봤을때 강백호가 미국 도전이 아닌 국내에 남는다고 해도 SSG가 뛰어들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보인다.
다만, FA 영입에 관심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SSG 역시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선수들 가운데 영입 가능성을 계산기를 두들기며 확인하고 있다. 투수와 야수 둘 다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전력 구성상 보강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
올해 리그 최강 불펜진을 꾸렸지만, 과연 그 불펜 투수들이 다음 시즌에도 무조건 올해만큼의 성적을 낸다는 확답이 없는데다 국내 선발진 육성에 대한 물음표 역시 존재한다. 또 올 시즌 내내 허약했던 타선도 마찬가지. 현실적으로 강백호를 데려올 수 없는 이유 중 하나 역시, 팀내 기회를 줘야할 유망주나 지명타자를 번갈아가며 뛰어야만 자리가 날 수 있는 선수들이 여럿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하게 타선의 퀄리티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타자가 있다면, 외부 영입으로 승부를 보는 것도 절대 나쁘지 않다.
여기에 SSG는 내년 중견수 최지훈, 내후년 유격수 박성한이 생애 첫 FA 자격을 얻을 예정이다. 벌써 타팀에서 관심을 보인다는 이야기까지 들리는 상황인데, SSG가 이들에 대한 전략을 어떻게 짜면서 외부 FA를 어느 수준까지 데려올 수 있는지가 당면한 핵심 과제다.
SSG 구단 관계자들 역시 외부 FA 영입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관건은 몸값이다. 사실 올해도, 내년에도 FA 시장에 '초특급' 대어는 풀리지 않는다. '최대어'로 꼽혔던 박찬호가 두산 베어스와 4년 80억 계약을 했고, 나머지 선수들도 100억 계약은 쉽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이미 몇몇 FA들은 몸값이 과열됐다는 불평이 터져나온다. SSG 역시 '오버페이'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는만큼, 관심 선수들에 대한 협상을 어떻게 진행하느냐가 관건이다.
가고시마(일본)=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