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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맛, 미생물 종류 따라 달라…발효 미생물별 대사물질 조합으로 '정밀 설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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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가 김치의 주요 발효 유산균이 생성하는 대사물질이 김치의 맛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식품과학기술 분야 국제 학술지인 'Food Research International'에 게재된 이번 연구는 김치의 발효 맛을 '과학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김치산업 고도화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세계김치연구소 발효시스템연구단은 김치 발효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세 가지 대표 미생물인 라틸락토바실러스 사케이(Latilactobacillus sakei),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Leuconostoc mesenteroides), 와이셀라 코레엔시스(Weissella koreensis)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이들 미생물이 생성하는 젖산(Lactic acid), 만니톨(Mannitol), 오르니틴(Ornithine) 등 주요 대사물질이 감칠맛, 신맛, 단맛, 짠맛 등 김치의 전체 풍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전자혀(E-tongue) 분석과 대사체(Metabolomics) 분석을 통해 정밀하게 밝혔다.

연구 결과,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김치의 맛이 뚜렷하게 달라졌으며, 각 미생물이 서로 다른 대사경로를 통해 고유한 맛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

'라틸락토바실러스 사케이'는 발효 과정에서 젖산을 약 43% 더 많이 생성하고,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 등 아미노산을 최대 38% 증가시켜 깊고 풍부한 산미와 감칠맛을 강화했다.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데스'는 만니톨과 초산을 각각 최대 17% 증가시켜 단맛과 청량감을 높였으며, '와이셀라 코레엔시스'는 오르니틴을 약 10% 더 많이 생성해 짠맛과 함께 코쿠미(kokumi)라 불리는 깊고 풍부한 맛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쿠미는 오르니틴 등 특정 아미노산이 만들어내는 미각으로, 음식의 풍미와 깊이를 증진하며 단맛·신맛·쓴맛·짠맛·감칠맛을 복합적으로 강화해 전체적인 맛의 조화를 높인다.

김치연구소는 이번 연구가 김치의 맛이 단순한 양념 배합뿐 아니라, 발효 과정에 참여하는 미생물의 선택과 조합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더 나아가 미생물 간 '역할 분담'과 각 미생물의 '대사작용 조합'이 맛을 결정한다는 원리가 밝혀지면서, 소비자 기호, 지역 특성, 수출 대상국의 미각에 맞춘 맞춤형 김치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연구를 이끈 김호명 단장은 "이번 연구는 김치 제조 현장에서 원하는 맛을 구현하고, 일관된 품질의 산업용 김치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며,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의 맛을 과학으로 설계할 수 있음을 확인한 중요한 성과로, 김치산업의 기술적 진보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