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되는 일이 없는 1년이었다. 하다못해 차 고치러 가는데 카센터 예약도 안되더라."
롯데 자이언츠 손호영이 내외야 멀티요원으로 거듭난다.
손호영은 지난 KBO 가을리그(교육리그)에 참여했다. 프로 데뷔는 6년차지만, 미국 진출을 노크하고 돌아온 시기가 있어 올해 31세. 적지 않은 나이에 보기드문 일이다.
이유가 있었다. 손호영은 실전에서 중견수, 좌익수로 각각 출전하며 기량을 점검했다.
가을리그에 이어 마무리캠프에도 참여했다. 미야자키에서 만난 손호영은 "정말 힘들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마무리캠프는 원래 힘든 곳"이라며 "나이에 걸맞는 실력이 뒷받침이 안되니까 어쩔 수 없다. 하루하루 열심히 할 뿐"이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올시즌 주전 3루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거듭된 타격 부진으로 자리를 잃었다. 이후 2루, 3루를 오갔지만, 지난해 타율 3할1푼8리에 18홈런을 쏘아올렸던 타격이 힘을 잃었다. 올시즌 성적은 타율 2할5푼, 4홈런 4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36에 불과하다.
올해 12월이면 한동희도 돌아온다. 한동희 전민재 고승민 나승엽 손호영 한태양 등 내야가 꽉 찼다. 반면 외야는 윤동희를 제외하면 확실한 주전 외야수가 없다. 고승민과 더불어 손호영도 내외야를 겸할 수 있다면, 보다 가용 폭을 넓힐 수 있다.
외야수로 뛴 소감이 궁금했다. 손호영은 "많이 뛰더라. 이 나이에 야구가 늘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윤고나황손' 중 윤동희와 고승민은 원래 내야수 출신이다. 윤동희는 외야에 정착했고, 고승민은 내외야를 겸하고 있다. 하지만 조언은 커녕 다들 힘들어서 말한마디 못하고 짬나면 늘어져있기 바쁘다고.
"외야는 공 따라가서 잡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다행히 유재신 코치님이 내외야 경험이 다 있으시지 않나. 본인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같은 눈높이에서 이야기해주시고, 또 내가 내야 볼때의 잘못된 버릇 같은 것도 많이 알려주셔서 열심히 고치고 있다."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려온 그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허벅지 강화를 위해 다양한 훈련을 소화했다. 덕분에 올해는 부상이 없었는데, 성적이 추락해버렸다. 손호영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보면 정말 뭘해도 안되는 1년이었다. 카센터 예약도 안되고, 하다못해 타이어 바꾸러 갔는데 그날따라 타이어도 없더라"면서 "지난 시즌은 빨리 잊으려고 한다. 작년보다 잘하고 싶었는데, 야구가 참 어렵구나 새삼 느꼈다"라고 강조했다.
"프로는 긴장의 끈을 놓으면 끝나는 거다. '작년에 이정도 성적 냈으니 작년만큼 훈련하면 되겠지' 너무 생각이 짧았다. 앞으로 내가 야구를 좀더 오래한다면, 올해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야구도, 인생도 공부 많이 했다."
일단 외야수 손호영에 대한 평가는 괜찮다. 발도 빠르고 어깨도 좋고, 순간적인 타구 판단이나 순발력을 통한 수비 범위도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손호영은 "아무래도 정확도보다는 전력투구를 하니까, 어깨가 더 좋아보이는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내 머릿속 외야수 손호영은 언제나 (스즈키)이치로였는데, 그 레이저빔이 참 생각대로 안되더라. 잘못하면 오히려 1베이스를 더 주게 되지 않나. 어깨 자랑이 아니니까, 앞으로는 좀더 정확하게 던지려고 한다. 아무래도 중견수가 공이 더 잘 보이긴 하더라. 대신 수비 범위가 더 넓어야겠지만."
손호영의 스타일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는 것. 확실한 자신만의 선구안을 바탕으로 노림수를 갖기보단 '공 보고 공 치기'를 하는 타자다.
부진이 깊어지다보니 이런 스타일이 더 발목을 잡았다. 생각이 많아지니 부진에서 탈출하는게 더 어려워졌던 것. 손호영은 "점점 소심해지니까 타격이 더 안되더라"라며 한숨을 쉬었다.
"적극적으로 치는 것과 막 치는 건 다르다. 내년에도 난 적극적으로 칠 거다. 다만 정확한 자세에서, 확실하게 쳐야된다. 내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내년엔 팬들께 올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