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슈퍼팀 감 잡았다.'
남자프로농구 부산 KCC는 올 시즌 들어 한동안 '종이 호랑이'였다. 최준용 허훈 등 국가대표급 호화 멤버가 부상으로 이탈했던 1라운드, 6승3패로 선두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을 때만 해도 "그래도 슈퍼팀의 저력은 살아있네"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 때문에 부상으로 빠졌던 최준용 허훈이 잇달아 복귀하면 완전체 '슈퍼팀'의 위력이 배가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라운드를 맞으면서 기대했던 부상자 복귀 효과는 지지부진했다. 하필 최준용이 8경기 만에 복귀한 서울 삼성전(11월1일·77대100 패)에서 대패와 함께 시즌 첫 연패에 빠지더니 4일 서울 SK전(68대76 패)까지 시즌 팀 최다 3연패를 당하며 복귀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허훈이 KCC 입단(5월) 후 처음으로 출전한 8일 수원 KT전. "마침내 '슈퍼팀'의 완전체가 갖춰졌다"는 주변 기대를 등에 업고 89대81로 승리하며 연패 탈출에 성공한 기쁨도 잠시, 10일 창원 LG전에서 61대83 참패를 당했다. 핵심 전력이 빠진 1라운드 때보다도 부실한 '슈퍼팀'의 민낯을 드러낸 셈이었다.
"명색이 초호화 멤버의 슈퍼팀이라고 하는데, 명성에 걸맞은 강력함, 무서움이 보이지 않는다"는 농구 전문가들의 우려 목소리가 제기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랬던 KCC가 이제서야 비로소 기지개를 켤 모양이다. 고진감래다. 부상자 복귀에도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한 이상민 KCC 감독이 그동안 "허훈이 비시즌 팀 조직훈련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복귀했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경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과정인 만큼 믿고 기다려야 한다"라고 했던 말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18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전에서 다시 연승 시동을 건 KCC 관계자들이 "1승 이상의 소득을 봤다"라고 반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겉보기엔 최하위 한국가스공사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94대93으로 진땀승을 거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학수고대했던 '허훈 효과'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반색할 만하다.
부상 복귀 후 3경기 동안 평균 17분을 출전하며 '적응시간'을 거친 허훈은 18일 한국가스공사전에서 출전시간을 34분25초로 대폭 늘렸다. 연장 5분을 감안하더라도 사실상 정상 출전 페이스를 찾은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허훈은 28득점, 7어시스트, 2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기록뿐 아니라 허훈은 교과서같은 '해결사'였다. 고비처마다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짜릿한 승리까지 매조지하는 등 '슈퍼팀'의 '슈퍼 히어로' 활약을 한 것이다.
4쿼터 종료 14.1초를 남기고 74-79로 뒤진 KCC의 패색이 짙었던 상황, 허훈은 최준용의 수비 리바운드에 이은 역습에서 3점슛을 작렬시키며 거의 꺼진 불씨를 살렸다. 이어 종료 2초를 남겨놓고 과감한 단독 드라이브인으로 동점골, 연장 승부로 몰고 갔다. 연장에서 허훈은 이른바 '미친 존재감'이었다. 경기 종료 3.2초 전, 상대 용병 닉 퍼킨스의 파울을 유도해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켜 위닝샷을 기록하는 등 연장에서만 11득점을 했다. 최준용-송교창이 수비에서 숨은 활약을 하고, 공격에서는 허훈이 마무리 짓는 등 슈퍼 멤버의 궁합이 이상적으로 작용한 경기였다.
허훈은 "내 농구 철학에서는 10점, 20점을 지든 할 수 있다는 긍정 마음가짐으로 기본을 지키면 어떻게든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나서서 파이팅을 불어넣어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마침내 살아난 허훈, '슈퍼팀' KCC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