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순하디 순한 매너와 마음씨가 또 다른 트레이드 마크인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게임 중 루틴이 바뀌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구 라이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등에 사구를 맞은 뒤 샌디에이고를 만나면 상대 더그아웃을 향해 늘 하는 인사를 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소식이다.
다저스 아나운서 스티븐 넬슨은 19일(한국시각) ESPN LA에 출연해 오타니가 샌디에이고를 향해 인사를 하지 않게된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오타니 쇼헤이가 매경기 시작과 함께 첫 타석에 들어설 때 유심히 보라. 그는 타석에 걸어 들어가 상대 더그아웃을 쳐다보면서 헬멧을 툭툭 친 뒤 경례를 한다. 그런데 오로지 한 팀, 감독 한 명을 향해서는 그 같은 의식을 하지 않는다. 그건 바로 마이크 실트 감독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다. 다저스타디움에서 수아레즈가 100마일 강속구로 자신의 등을 맞힌 뒤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경기는 지난 6월 20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양팀 간 시즌 7차전이다. 6차전까지 상대 전적서 다저스에 1승5패로 뒤지고 있던 샌디에이고 선수들의 승부욕이 한창 불타오르던 시점이다.
평소처럼 리드오프로 출전한 오타니는 2-5로 뒤진 9회말 2사 3루 마지막 타석에서 상대 강속구 우완 로버트 수아레즈로부터 스리볼에서 4구째 99.8마일(160.6㎞) 몸쪽 싱커에 피할 겨를도 없이 자세를 돌려 오른쪽 등 윗부분을 강타당했다.
오타니는 외마디 비명을 지른 뒤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1루로 향했다. 이때 다저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이 뛰어나올 듯한 태세를 보이자, 오타니는 동료들을 향해 왼손을 흔들며 "나오지 말라"는 시그널을 보냈다.
이날 양측은 3개의 사구를 주고받는 등 폭력 일촉즉발 순간까지 가는 신경전을 벌였다. 그 마지막 희생양이 오타니였지만, 끝내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타니가 말린 것이다.
그런데 9회 수아레즈가 오타나의 등을 100마일에 육박하는 강속구로 때린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선이었다.
당시 스포츠넷LA 해설을 맡은 에릭 캐로스는 "보세요. 저 공은 100%, 완전 100% 오타니를 맞히려고 한 겁니다. 스리볼에서 그냥 볼넷을 줄 것이라고 봤는데, 도발을 한 것이죠. 논쟁의 여지는 없습니다"라고 고의로 맞혔음을 확신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경기 후 "아주 세게 던진 공이었다. 수아레즈가 강속구로 맞힌 좌타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의도적인 투구였다"고 했다.
이후 오타니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샌디에이고를 만나면 헬멧을 치며 인사하는 자신의 루틴을 생략하게 된 것이다.
실트 감독은 올시즌이 끝난 뒤 자진 사퇴했다. 오타니가 내년 시즌 샌디에이고전에서 다시 헬멧 인사를 할 지는 알 수 없지만, 지구 라이벌이면서 동업자인 샌디에이고를 마냥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넬슨은 "경기 시작과 함께 하는 인사는 더 이상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예의(manners)와 존중(respect)에 관해 이야기를 해본다. 내 생각으로는 오타니는 존중이라는 것은 쌍방향 작용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 그 선을 넘으면 오타니도 그걸 알아챈다"고 설명했다.
이날 넬슨의 코멘트를 전한 포브스는 '오타니는 다른 팀에 관해 공개적으로 말할 땐 굉장히 공손하다. 그래서 파드리스 더그아웃을 향해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은 그가 할 수 있는 강력한 무언의 메시지일 것'라고 해석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