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대구 야구팬들에겐 '애증'의 투수, 최충연(28)에게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왔다.
19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 임한 롯데 자이언츠의 컨셉트는 명확했다. 좋은 피지컬과 빠른 직구를 지닌 투수에 초점을 맞췄다.
LG에서만 2명을 뽑았다. 1라운드 김주완은 경남고 시절 이민석과 롯데 1차지명을 경쟁했던 좌완투수다. 1m89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강속구가 150㎞를 넘나든다. 올해 22세의 싱싱한 젊음이 돋보인다. 2라운드 김영준은 역시 1m85의 당당하고 균형잡힌 체격과 빠른 직구를 지닌 투수다.
대신 두 선수 모두 제구에 약점이 있다. 롯데는 우수한 신체조건과 강속구를 지닌 두 투수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3라운드 최충연이다. 이번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선수들 중 안치홍 이용찬 이태양 정도를 제외하면 가장 이름값이 높은 선수라고 볼 수 있다. 당장 롯데가 뽑은 두 투수와도 비교할 수 없는 커리어다.
배영수 박세웅의 뒤를 잇는 경북고 에이스였다. 박세진(롯데)와 경쟁 끝에 1차지명으로 삼성에 입성했다. 1m90의 큰 키에서 나오는 막강한 구위가 최대 장점이었다.
1군 무대에서 198경기(선발 11) 262⅔이닝을 소화했고, 2018년에는 필승조와 마무리투수를 오가며 2승6패 8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한 커리어 하이 시즌도 있다. 오랜 공백을 겪고 돌아온 2022년에도 38경기 38⅓이닝 평균자책점 4.70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이날 최충연의 이름이 호명된 것은 3라운드, 전체 24번째였다. 팔꿈치 수술을 비롯해 여러번의 부상과 음주운전 등 인생의 굴곡이 많은 선수다.
마지막으로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게 벌써 3년전이고, 그 사이사이에 공백도 많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을 통해 군면제를 받고도 이를 1군무대에서 잘 활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롯데는 최충연을 '즉시전력감' 투수로 분류하고, 영입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롯데 구단은 "구위와 제구력이 최근 회복세를 보였고, 적지 않은 1군 경험과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내년 시즌 전력에 실질적 도움이 될 선수"라고 소개했다. 가장 눈여겨본 선수들은 따로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 최충연의 손을 잡았다.
특히 이날 최충연의 지명에는 현장의 요청이 있었다는 후문. 빛나는 과거가 있고, 굴곡진 인생을 거쳐 터닝포인트를 꿈꾸는 선수다. 어쩌면 롯데가 올시즌 트레이드로 영입해 필승조로 활용한 정철원과도 맥락이 닿는 부분이 있다.
FA 영입이 사실상 좌절된 롯데 입장에서 이만한 투수를 놓치긴 아까웠다. 아쉬웠던 컨디션 관리 문제도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김태형 감독이라면 자신감을 가질만 하다.
특히 롯데에는 과거 깊은 인연을 가졌던 김상진 투수코치가 있다. 김상진 코치는 2017년 삼성 1군, 2018년 육성군 투수코치로 재직하며 최충연의 가장 빛나던 시절을 함꼐 했던 인물이다. 김태형 감독, 김상진 코치 공히 최충연을 원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최충연은 최근 2년간 구단에서 이렇다할 역할을 부여받지 못했다. 교통사고 등 불운도 뒤따랐다. 올시즌 역시 어깨 부상을 겪으며 1군에서 KIA 위즈덤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등 방출 위기에 몰렸다.
롯데행은 말 그대로 최충연에겐 마지막 기회다. 다시 만난 '은사'와 함께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