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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유망주가, 나이 서른이 되니 야구에 눈을 떠버렸다 "20-20 꼭 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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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20-20 꼭 해보고 싶긴 합니다."

키움 히어로즈의 강원도 원주 마무리 캠프. 캡틴 송성문이 없었다. 국가대표팀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임시 주장이 필요했다. 마침 적임자가 있었다. 임지열이었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에 뽑혔다. 타격 자질이 좋아 늘 유망주로 꼽혔지만, 그렇게 1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뭔가 될 만 하면,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해 반전 분위기를 만들었다. 개막 시점에는 주전이 아니었지만, 한 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뛰며 존재감을 알렸다. 올시즌은 무너지지 않았다. 끝까지 주전 자리를 잃지 않았다.

타율은 2할4푼4리에 그쳤지만 장타력, 그리고 중요한 순간 클러치 능력을 발산했다. 102경기 11홈런 50타점 13도루. 매달 2~3개씩 꾸준하게 홈런을 생산했다. 스프링 캠프에서부터 주전 경쟁에 대한 부담을 덜고 차분히 준비하고, 올해 경험을 발판으로 타석에서 더 여유가 생긴다면 20홈런도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파워가 있다. 발도 의외로 빨라 20도루도 가능하다. 송성문에 이어 20홈런-20도루에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희망을 남긴 시즌이었다.

임지열은 올시즌을 돌이키며 "나도 30대가 되며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올해 좋은 경험을 했으니, 내년에는 조금 더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임지열은 터닝포인트를 만든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하면 조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내려놨다. 욕심을 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고 했다. 주위 시선이나 평가들을 신경쓰지 않고 내려놓고 하자는 마음을 먹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프로 선수에게 중요한 건 기회다. 프로에 올 정도면 다들 실력은 좋다. 꾸준한 기회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고, 조급증을 버리게 해준다. 임지열도 "홍원기 감독님, 설종진 감독님 모두 내 페이스가 떨어지더라도 믿고 기용해주셨다. 잠깐 슬럼프가 와도 경기에 계속 나가니 금방 회복이 되더라. 시즌을 길게 치르는 데 좋은 공부가 됐다.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20홈런-20도루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밝혔다. 임지열은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한 번 꼭 해보고 싶기는 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키움은 송성문이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도 있다. 전력적으로도 문제고, 리더를 잃는다. 그렇게 되면 이제 1군에서 어느정도 입지를 다진 임지열이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 임지열은 "나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3년 연속 꼴찌를 했다.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 내가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앞으로는 주축이 돼 목소리도 내고 싶다. 내년 우리 팀이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