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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리코는 어떻게 50명이 넘는 선수를 데리고 있나...15명 보유 규정 위반을 피하는 비밀 [에이전트 독과점 시대, 긴급 진단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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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규정은 분명 한 팀 3명, 총15명인데...

스포츠조선은 '에이전트 독과점 시대, 긴급 진단' 1편을 통해 리코스포츠 에이전시(이하 리코)의 시장 독점 현실을 짚었다. 그 독과점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확인했다.

다양한 대리인이 고루 활약해야 합리적인 협상과 건강한 경쟁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독과점 시대다. 거물급 FA 선수들 대부분이 리코 소속이니 에이전트가 정하는 가격이 곧 시장가가 되는 상황. 시장이란 장기판을 한 사람이 장악하고 그들만의 이익과 계산에 따라 순차적으로 선수를 옮기니 속수무책인 구단들은 곡소리가 난다. A선수를 이적시켜 멘붕에 빠진 구단에 남은 실탄이 B선수에게 돌아가도록 판을 짠다. 패닉 바잉을 유도하니 몸값이 치솟을 수 밖에 없다.

해당 선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일. 그러다보니 고객이 자꾸만 몰린다.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단 한명의 에이전트가 FA 선수 몸값을 결정하고, 각 팀에 선수를 배분하다시피 하는 구조는 바람직 하지 않다. 오버페이가 지속되는 건 몸 안에 염증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 시간이 흐르면 큰 병이 된다. 프로야구의 건강한 발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경계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독과점 구조다. 자유 경제 시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합법적으로 돈을 버는 건 존중 받아야 한다. 하지만 리코의 선수 확보 과정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일례로 두산 베어스 양의지는 리코의 오랜 고객이다. 125억원을 받고 NC 다이노스로 갈 때도, 152억원을 받고 두산으로 올 때도 리코가 이예랑 대표가 대리인 역할을 했다.

그렇다면 양의지는 현 시점 리코 식구일까.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할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그런데 리코 공식 홈페이지에는 양의지는 자신들의 선수라고 소개를 해놨다. 어떻게 된 영문일까.

에이전트 제도가 공식화 될 때 KBO는 특정 에이전트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 한 에이전트는 팀당 3명, 그리고 총 15명의 선수만 대리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리코 홈페이지에 소개된 소속 선수를 살펴보면 KBO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모두 56명. 원태인(삼성)과 같이 홈페이지에 등록되지 않은 선수도 있다. 두산 소속 선수로 한정하면 8명의 선수가 있다. 규정 위반으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리코에는 이예랑 대표 외에는 에이전트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이 없다. 모든 협상을 이 대표가 직접 한다.

그런데 표면적으로는 규정 위반이 아니다. 왜일까. 당장 FA, 비FA 다년계약 대상이 아닌 선수는 에이전트 계약이 아닌,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여기에 함정이 숨어있다.

에이전트가 선수와 정식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면, KBO에 통보돼야 한다. 18일 기준, 리코 소속 두산 선수는 김재환 뿐이다. 김재환은 FA를 신청하지 않았지만, 향후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 그 밖에 두산 선수들은 에이전트 계약이 없다. 데리고 있는 선수만 50명이 넘지만, 총 15명을 넘으면 안된다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우회 작전이다. 그 해 대형 계약이 필요한 선수들 위주로만 에이전트 계약 신고를 하고 있는 셈.

그렇다면 두산 소속이던 최원준(투수) 이영하는 어떻게 대리되고 있는 것일까. 이들은 굳이 FA 신청 전까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없었다. FA 자격을 취득하면, 더 이상 두산 소속이 아니다. 소속팀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유의 몸으로 에이전트 계약을 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팀 당 3명 규정을 벗어날 수 있다.

에이전트 계약이 아닌 선수들은 매니지먼트 계약을 통해 일단 소속 선수로 확보하는 과정을 거친다. KBO 정식 대리인 계약과는 무관한 사적 계약이다. KBO가 인정하는 에이전트는 FA 계약이나 연봉 협상, 연봉 조정 신청 등에서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규정에 명시돼있다.

매니지먼트 계약을 통해 용품 협찬, 광고 등 선수들의 대소사를 처리하며 뒤치닥거리를 한다. 그러다 그 선수가 FA나 비FA 다년계약 협상을 해야할 때가 오면 비로소 에이전트 계약으로 전환하는 식이다. 그래야 한 팀 3명, 총 15명 규정을 회피할 수 있다.

문제는 말이 매니저먼트 계약이지, 정식 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선수들과 아무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정식 계약이 아닌 수단으로 선수를 선점하고 독점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에이전트 계약이 없으면 이예랑 대표는 해당 선수 연봉 협상에 일절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FA, 비FA 다년계약 등을 통해 워낙 광범위하게 10개 구단 단장을 두루 만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입김이 구단들에 전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대표는 2022년 KBO의 선수 보유 제한 규정을 문제 삼아 소송을 걸었었다. 고객이 늘자, '불편한' 제한을 아예 없애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패소했다. 이 대표는 보유 제한이 없는 미국 메이저리그를 예로 들었지만, KBO리그는 규모가 작아 독과점 우려가 있다는 KBO의 논리를 법원이 받아들였다.

다만 당시 이 대표의 숨통을 틔워준 판결이 바로 원소속 구단과 계약이 종료된 FA는 인원 제한 규정에 구애받지 않고 대리인 계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정식 계약은 맺지 않더라도, 매니지먼트 계약 등으로 사실상 모든 일을 봐주다 FA가 되면 정식 계약을 하고 대리인으로 나설 수 있게 된 셈. 독과점의 단초기 제공된 사건이었다. FA 계약 후에는 곧바로 정식 대리인 계약을 해지하면 그만이다. 그러다보니 리코의 주도하에 두차례 두 구단을 상대로 거액의 FA계약을 한 양의지도 정식 신분은 리코 소속이 아니다.

탈세가 아니고 절세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징세를 우회하는 모든 절세가 바람직 한 것만은 아니다.

좋게 표현하면 리코가 허술한 규정을 영리하게 잘 이용한 것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편법으로 선수 독점을 하고 있는 상황.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보완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