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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시장에서 잠잠한 롯데의 '장바구니 내려놓을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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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강백호 등 대어급 FA 영입 경쟁 불참
'출혈 경쟁' 대신 내실 다지는 쪽으로 방향 선회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올해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린 직후, 큰 손 후보로 거론됐던 팀은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올 시즌 8월 초까지 '3강 체제'를 유지하며 가을야구를 눈앞에 뒀으나 역대급 '내리막'을 타며 7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 때문에 롯데가 외부 FA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24년 지휘봉을 쥔 김태형 감독이 3년 계약 마지막 해를 앞뒀다는 점도 '롯데 쇼핑' 개장설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롯데는 지금까지 FA 시장에서 잠잠하다.
주전 유격수가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 박찬호 영입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틀렸고, 장타력 강화를 위해 강백호에게 손을 내밀 것이라는 예측도 빗나갔다.
박찬호는 4년 80억원의 조건에 두산 유니폼을 입었고, 강백호도 한화 이글스의 적극적인 제안에 미국행을 포기하고 4년 최대 100억원에 사인했다.
수많은 '설'(說)이 오갔던 것과는 달리, 롯데는 박찬호와 강백호에게 제안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불펜 강화가 필요한 롯데지만, 조상우·김범수·이영하 등 FA 시장에 나온 투수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롯데 출신인 손아섭, 황재균, 강민호 등 베테랑 FA 선수를 데려올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자팀 FA인 투수 김상수와 계약도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이라, 롯데는 이번 FA 시장에서 관망자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롯데가 이번 FA 시장에서 소극적인 결정적인 이유는 더는 '패닉 바잉'(공포 심리에 따른 급매수)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이다.
롯데가 최근 10년 동안 영입한 외부 FA는 2016년 손승락(4년 60억원)·윤길현(4년 38억원), 2018년 민병헌(4년 80억원), 2020년 안치홍(2+2년 56억원), 2023년 유강남(4년 80억원)·노진혁(4년 50억원)·한현희(3+1년 40억원)까지 7명이다.
이들 가운데 성공 사례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수는 손승락과 안치홍 정도다.
2018년 자팀 FA 강민호를 놓쳤던 롯데는 다급하게 민병헌을 잡았지만, 이는 롯데의 아픈 과거로 남았다.
무엇보다 유강남과 노진혁, 한현희 계약으로 인한 샐러리캡(총연봉 상한 제도) 부담은 FA 시장에서 롯데 운신의 폭을 좁게 한다.
구단 내부에서는 외부 여론 때문에 꼭 필요하지 않은 선수를 영입하는 것보다, 팀 성적을 위해 대체 불가능한 선수가 시장에 나왔을 때를 위해 지금은 지갑을 닫아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적당히 영입전을 펼치기만 해도 팬들의 '갈증'을 잠재울 수 있지만, 체질 개선을 위해 '지갑을 닫을 용기'가 필요하다는 구단 내부 분위기도 감지된다.
구단 관계자는 "(후반기를 통해) 아직은 내부적인 힘을 구축할 시기이지, 성적을 위해 승부수를 던질 단계는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롯데는 캠프 훈련량을 늘리고, 형제 구단인 일본프로야구(NPB) 지바롯데 머린스의 선진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올 시즌 롯데 마운드에서 성과를 보여준 젊은 투수인 이민석과 정현수는 지난해 지바롯데 1군 마무리 캠프를 다녀왔고, 홍민기는 올해 초 일본 야구 아카데미 '넥스트 베이스'에 다녀온 뒤 기량이 급성장했다.
올해도 롯데는 시즌이 끝난 뒤 선수 육성 방향에 맞게 캠프를 4개로 나눴다.
일본 쓰쿠바 대학에서는 고승민과 나승엽이 중장거리 타자 역할을 위해 스윙을 재조정했고, 내야수 전민재와 한태양은 지바롯데 마무리 캠프에 합류했다.
이와는 별도로 선수단 본진은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를 소화했으며, 김진욱을 비롯한 투수들은 대만 윈터리그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4bu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