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내년에 못 하면 은퇴해야 합니다."
마무리 훈련은 보통 젊은 선수들, 그리고 확실한 주전이 아닌 선수들이 참가해 기량을 끌어올린다. 베테랑 선수들은 한 시즌 피로를 풀고, 스스로 몸을 만드는 시기다.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 마무리 캠프는 다르다. 36세 베테랑 이형종도 후배들과 똑같은 스케줄로 구슬땀을 흘린다. 자신의 야구 인생 '배수의 진'을 쳤다.
이형종에게는 2026 시즌이 매우 중요하다. 2023 시즌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생긴 퓨처스리그 FA 자격을 얻어 키움과 4년 총액 20억원이라는 대박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 그동안 크게 보여준 게 없었다. 뭘 해볼만 하면 다쳤다. 이제 계약 마지막 시즌이다.
이형종은 "감독님, 코치님들도 마무리 캠프에서 함께 운동하자고 말씀해주셨고 나도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잘해보고 싶었다. 새 감독님도 오셨기 때문에 열심히,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마무리 훈련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이형종은 "내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녀에 못 하면 은퇴도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도 여긴다. 정말 열심히 해볼 수 있는 날이 또 올까 생각하면, 이를 악물고 훈련을 하게 된다. 여기 와서 하루도 안 빠지고 야간 훈련까지 후배들과 똑같이 소화했다. 처음엔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하다보니 '나 아직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년에 대한 기대가 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형종은 "작년이 너무 아쉬웠다. 내가 친 타구에 맞아 골절상을 당했다. 회복하고 돌아오니 자리가 없었다. 팀 상황도 이해했다. 성적이 떨어졌고, 리빌딩 과정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았다. 외국인 타자가 2명 온 것도 나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다 핑계다. 내가 잘 해야 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형종은 마지막으로 "정말 내년 시즌은 죽기살기로 한 번 해보고 싶다. 은퇴를 한다 해도, 마지막에 불태워보고 싶다. 지금같은 몸과 마음이면 내년 야구 인생 말년에 커리어하이를 찍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감독님, 코치님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힘이 난다. 나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