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우리끼리는 애런 저지라고 불러요."
키 1m92에 체중 100kg. 체격 좋은 프로 야구 선수들 사이에서도 돋보이는 신장과 체구. 빼어난 힘과 파워풀한 스윙을 앞세운 홈런 생산 능력까지. 올해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한 SSG 랜더스의 거포 유망주 류효승이다.
1996년생으로 올해 29세. 내년이면 만 서른이 되는 나이를 감안했을때 이제 '유망주'라는 꼬리표는 다소 쑥스럽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1군 통산 출전 경력이 12경기에 불과했던 그는 올해 27경기에서 홈런 6개를 가장 임팩트있는 순간에 때려내면서, 다시 한번 진가를 드러냈다.
KBO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518홈런 진행중) 보유자인 팀내 대선배 최정도 류효승을 보며 "우리끼리는 애런 저지라고 부른다. 진짜 한국인이라고 보기 힘든 신체와 힘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KBO를 대표했던 또다른 홈런왕 박병호 역시 "류효승 타격을 봤는데 정말 인상적이더라.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며 감탄했다.
전설적 홈런 타자들의 칭찬에 몸둘 바를 몰라 하지만, 그에게는 더 큰 자신감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참가한 류효승은 한단계 전진한 올 시즌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진짜 '포텐'을 완전히 터뜨리기 위해 매일 수 없이 배트를 돌렸다.
이제 서른을 바라보는데 놀랍게도 마무리캠프 첫 참가였다. 성균관대 출신 대졸 신인으로 입단한 그는 입단 초기에는 펜데믹 영향으로 해외 마무리캠프가 성사되지 않았고, 이후에는 군 복무와 재활로 인해 참가하지 못했었다.
류효승은 "쉴 틈이 거의 없이 훈련이 이어지고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면서도 "첫 마무리캠프이기도 하고, 올 시즌 마무리가 아주 좋지는 않았어도 그전보다는 확실히 좋은 그림으로 온 캠프라서 보완해야 할 부분들을 더 깊게 생각하고 있다"고 돌아봤다.
유독 잔 부상이 많았던 류효승은, 이숭용 감독이 조금 더 빨리 기회를 주고싶었던 타이밍에서도 매번 부상으로 인해 시간이 늦춰졌다. 올해 8월 중순에서야 처음 1군에 콜업된 것도 이런 이유였다.
류효승은 "예전에는 1군에 콜업되면 욕심이 많이 났었다. 사실상 제 스스로와 싸우는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결과도 잘 안나오더라. 그래서 올해는 1군에 올라가게 되면 해오던대로 똑같이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잘 쳤을 때도 들뜨지 않고, 내가 준비를 해왔던대로만 계속 하자"고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콜업 후 두번째 출전 경기였던 8월 17일 LG전에서 시즌 첫 홈런을 터뜨린 후, 8월 26일 KIA전에서는 2홈런 '멀티 홈런' 경기를 펼쳤다. 홈런이 아니더라도 안타성 타구가 계속 맞아나가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이름 석자를 1군 무대에서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류효승은 "올해 1군에서 그동안 준비했던 것의 반 이상은 보여준 것 같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훨씬 많은데, 그래도 지금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틀리진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스스로에게 확신을 주게된 시즌인 것 같다. 제가 조금 더 자신있게 앞으로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차분하게 올 시즌 거둔 성과에 대한 의의를 곱씹었다.
입단 후 1년만에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한 류효승은 그때를 가장 불안했던 시기로 꼽았다. 도서관, 주민센터, 불법 주정차 관리 등 낮에는 사회복무요원의 근무를 성실히 하고, 일과가 끝난 후에는 배트를 놓지 않았다. 출근전 새벽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르지 않고, 퇴근 후에는 타격 훈련을 했다. 2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른 결과를 본인이 스스로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또 불안하고, 조바심이 났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 시간을 성실하게 채웠기 때문에 지금 비로소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이숭용 감독은 올해 1군 무대와 마무리캠프에서 보여준 류효승의 모습에 내년을 향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약점으로 꼽혔던 외야 수비도 이제 많이 안정됐다는 평가다. 수비 훈련 시간을 타이트하게 가져가면서 타구 판단이나 포구, 송구 등 여러 면에서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코칭스태프가 입을 모았다.
단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수비보다 부상이다. 잔부상이 많았고, 지금도 무릎, 다리 등 꾸준히 관리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 워낙 체구가 큰 선수이다보니 이런 잔부상 관리가 앞으로의 커리어를 좌우할 수 있다.
류효승은 "일단 부상이 없도록 최대한 몸 상태를 잘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도움을 많이 주셔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년에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준비했던 대로, 제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가보려고 한다"면서 "다치지 않고 1군에 최대한 오래 있는 게 지금 나의 내년 목표"라고 강조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