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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살 1위'인데 홈런은 13개뿐 '외인' 타자…롯데는 왜 레이예스 재계약을 외치는가 [SC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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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FA 영입이 없는 상황에서 '육성'을 제외한다면, 보다 확실한 전력상승 요인은 외국인 선수 교체 뿐이다.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는 그 길을 향해 가고 있다. 높았던 기대감만큼이나 크나큰 실망감만 안겼던 벨라스케즈와는 결별을 밝혔다. 전반기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던 감보아 역시 후반기 부진과 부상 우려로 인해 망설임이 적지 않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 레이예스와는 재계약이 유력하다. 선수 본인 역시 롯데와의 3년 연속 동행에 긍정적이다.

8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와 함께 비판이 집중된 선수다. 삼성 디아즈는 물론 비슷한 스타일의 SSG 에레디아, 한화 리베라토만도 못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비판의 포인트를 꼽자면 똑딱이 타자에 대한 과대평가, 병살 1위(25개), 그리고 수비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롯데의 재계약 논의는 '적어도 이 정도는 해줄 것'이란 안전제일의 선택이 아니다. 적어도 지난 2년간보다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는 긍정적인 시선이 깔려 있다.

김태형 감독 역시 레이예스에 완전히 만족하고 있진 않다. "홈런을 많이 칠 수 있는 외국인 타자가 올 수 있다면 더 좋긴 하겠지만, 레이예스 정도면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두산 시절에도 레이예스처럼 홈런보다는 알토란 같은 한방에 초점을 맞췄던 '안타왕'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 4년간 함께 한 과거도 있다.

레이예스는 지난 시즌 타격 4위(3할2푼6리) 타점 3위(107개) OPS 9위(출루율+장타율, 0.861) 등 타격 전반에 걸쳐 고른 활약을 펼쳤다. 단일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202개, 2024년)과 두 시즌 연속 안타왕은 덤.

전준우와 더불어 답답한 롯데 타선의 상황을 뚫어주는 돌파구, 클러치 상황의 해결사였다. 홈런은 13개에 그칠 만큼 거포는 아니다. 하지만 OPS만 보면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KIA 위즈덤(0.856)이나 한화 노시환(0.851), 각 소속팀의 알토란 같은 해결사 노릇을 했던 LG 문보경(0.831) NC 김주원(0.830) 한화 문현빈(0.823)보다 높다. 멀티히트 경기가 무려 60경기로, 역시 이 부문 리그 1위(2위 문현빈 53경기)다.

레이예스의 최대 가치는 자유자재로 당겨치고 밀어치는 배트 컨트롤에 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레이예스의 지난 2년간 당겨친 비율은 약 52%, 밀어친 비율은 48% 안팎이다. 타구 방향도 2년간 다소 변화는 있지만, 그라운드 5개 방향(좌, 좌중, 중, 우중, 우)에 15~25% 사이 거의 균일하다.

기본적인 컨택이 워낙 좋고, 시프트를 적용하기도 어려운 타자라는 뜻. 득점권 상황에서 타율 3할7푼5리, OPS 1.068을 기록할 만큼 멘털이 강한 이유가 설명된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지난 시즌 대비 크게 늘어난 라인드라이브 타구 확률이다. 지난해 레이예스의 라인드라이브 비율은 2.4%였다. 올해는 무려 17.1%까지 끌어올렸다.

최근 타격 트렌드가 단순히 타율, 타점 등의 기록보다는 '강하고 빠른 타구'를 만들어내는데 초점을 맞춘다고 했을 때, 2년차 시즌을 앞두고 타 팀의 분석에 앞서 레이예스 역시 스스로의 타격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 결과인 셈이다.

이렇게 보면 첫해 16개였던 레이예스의 병살타가 25개까지 늘어난 이유는 잘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등 '불운'의 비율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롯데 최고의 준족 황성빈이 지난 시즌 406타석을 소화하며 레이예스의 선행주자로 맹활약 하는 등 생애 최고의 해를 보낸 반면, 올해는 부상과 부진으로 지난해의 70%도 안되는 273타석 소화에 그친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수비 부담은 어쩔 수 없는 지점이다. 레이예스는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중견수 요원으로 분류될 만큼 좋은 수비력을 지녔었지만, 허벅지 부상을 겪고 난 지금은 순발력과 스피드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며 수비범위가 좁아져 있다. 그래도 자신의 레인지에 들어오는 타구를 처리하는 능력은 나쁘지 않다. 롯데로선 레이예스를 좌익수에 전념토록 할 경우 중견수의 수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레이예스는 강력한 존재감으로 팀원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타자라기보단 스스로 빛나는 타자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정도 활약을 보여줬다. 한동희가 돌아오고, 손호영을 비롯한 주축 타자들의 기량이 회복된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롯데는 레이예스와 함께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이미 정평이 난 인성과 워크에식은 롯데의 신뢰에 기록으로 보답할 것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