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손세이셔널' 손흥민(LA FC) 없이 치른 첫 번째 북던런더비의 '주인'은 아스널이었다.
아스널은 24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의 2025~202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2라운드 홈 경기에서 4대1, 3골차 대승을 거뒀다.
9승2무1패 승점 29를 기록한 아스널은 이날 승리로 2위 첼시(승점 23), 3위 맨시티(승점 22)를 크게 따돌리고 단독 선두를 고수하며 우승 청신호를 밝혔다. 또한, 최대 라이벌 토트넘과의 맞대결에서 4연승 우위를 유지했다. 아스널은 2022년 5월 '손-케듀오'의 합작골에 0대3 완패한 북런던더비 이후 3년 5개월 무패를 달렸다.
올 시즌 첫 북런던더비의 주인공은 확실했다. 아스널의 잉글랜드 대표 공격수 에베레치 에제는 자신의 첫 북런던더비에서 북런던더비 역사상 네 번째로 해트트릭을 쏜 선수로 등극했다. 1934년 테드 드레이크(아스널), 1961년 테리 다이슨(토트넘), 1978년(앨런 선덜랜드(아스널) 이후 47년만이다. 아스널의 '킹' 티에리 앙리, 토트넘 전설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 전 주장 손흥민도 이루지 못한 대업적이다. EPL 역사로 따지면 400호 해트트릭이다.
아스널은 '미들라이커' 미켈 메리노, 레안드로 트로사르, 부카요 사카로 스리톱을 꾸렸다. 에제는 마르틴 수비멘디, 데클란 라이스 앞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쥬리엔 팀버르, 윌리엄 살리바, 피에로 인카피에, 키라드로 칼라피오리가 포백을 구축했고, 다비드 라야가 골문을 지켰다. 이에 맞서는 토트넘은 히샬리송, 윌송 오도베르, 모하메드 쿠두스를 공격진에 배치했다. 부상 회복 차원에서 대한민국과 가나의 A매치 친선경기에 불참한 쿠두스는 이날 엔트리에 복귀했다. 제드 스펜스, 주앙 팔리냐, 로드리고 벤탄쿠르, 데스티니 우도기가 미드필드에 늘어섰고, '캡틴' 크리스티안 로메로, 미키 판 더 펜, 케빈 단소가 스리백을 맡았다.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에제는 전반 36분 레안드로 트로사르의 선제골로 아스널이 1-0으로 앞선 전반 41분 추가골을 갈랐다. 페널티 아크에서 데클란 라이스의 전진패스를 건네받은 에제는 순식간에 토트넘 선수 두 명을 따돌리고 공을 골문 좌측 하단에 정확히 꽂아넣었다.
'에제 원맨쇼'의 서막이었다. 후반 1분, 토트넘 윌슨 오도베르가 자기 진영 좌측 사이드라인에서 허무하게 공 소유권을 잃었다. 곧바로 공격에 나선 아스널, 쥬리엔 팀버가 페널티 지역 가운데 지점에 서있는 에제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2번째 득점 장면과 비슷한 위치에서 공을 잡은 에제는 이번엔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아스널은 후반 10분 히샬리송의 감각적인 장거리포에 추격을 허용했지만, 31분 에제의 쐐기골로 3골차 대승을 완승했다. 에제는 페널티 지역 가운데 지점에서 트로사르의 패스를 받아 골문 우측 하단에 정확히 공을 꽂았다. 놀랍게도 슈팅을 쏜 지점은 같았다.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의 노림수가 적중한 셈. 총 6개의 슛으로 3골을 만든 에제는 소파스코어로부터 평점 10점 만점을 받았다.
에제는 지난 8월 여름 이적시장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할 뻔한 선수였다. 손흥민의 이적과 제임스 매디슨의 장기부상 등으로 2선 자원의 수급이 절실했던 토트넘은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주가를 높이던 에제를 노렸고, 팰리스와 합의까지 마쳤다. 하지만 유년 시절 아스널 유스팀에서 성장한 에제가 원하는 팀은 아스널이었고, 결국 아스널이 이적료 6750만파운드(약 1300억원)에 에제 영입전에서 승리했다.
등번호 10번을 단 에제는 아스널 유니폼을 입고 이전 리그 10경기에서 단 1골에 그쳤지만, 이날 원맨쇼로 아르테타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반면 토트넘은 공격수들의 전반적인 부진 속 리그 3경기 연속 무승(1무 2패) 늪에 빠졌다. 5승3무4패 승점 18로 9위로 추락했다. 토트넘팬은 손흥민과 케인이 그리웠을 법하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