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두산 박찬호, 그렇다면 안재석은 어디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가 첫 선을 보였다.
박찬호는 이번 FA 시장 '최대어'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당당히 1호 계약자가 됐다. 두산이 4년 총액 8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박찬호 영입에 성공했다. 총액도 총액이지만, 계약금이 무려 50억원이나 됐다. 안그래도 어린 시절 두산팬이었던 박찬호의 마음은 50억원이라는 계약금과 함께 잠실로 향했다.
박찬호는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구단 팬 페스티벌 '곰들의 모임'에서 처음 두산 유니폼을 입고 팬들에게 인사했다. 2014년 KIA 타이거즈 입단 후 쭉 한 팀에서만 뛰어왔고, 오랜 기간 주전 자리를 지켰기에 KIA의 빨간색이 아닌 두산의 남색이 조금은 어색할 수 있는 시작.
중요한 건 야구다. 80억원을 투자했으니, 그 가치가 그라운드에서 극대화돼야 한다.
일단 유격수 자리는 박찬호 고정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다치지만 않는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슬럼프만 아니라면 풀타임 유격수는 박찬호다.
두산은 김재호의 노쇠화 이후 유격수 대체자를 찾는 데 골머리를 앓았다. 안재석, 박준영, 이유찬, 전민재, 박계범 등 후보들이 많았지만 누구도 확실하게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타격에서 앞서 기회를 받던 박준영은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니 박찬호에 대한 파격 투자로 이어졌다.
문제는 그렇게 경험을 쌓아오던, 언급했던 선수들이 단숨에 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싶었던 선수들은 한 순간 '멘붕'에 빠질 수 있다. 활기찬 경쟁이 아니라, 일찌감치 포기를 해버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대어 영입 효과가 없어진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선수는 안재석이었다. 군에 다녀오며 몸과 마음을 재무장했다. 근육 위주로 몸을 키워 파워가 대단해졌다. 실제 올 정규 시즌 막판 엄청난 홈런과 클러치 안타로 내년 시즌 가장 큰 기대감을 품게 해준 선수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멘탈이 많이 흔들렸는데, 이 문제도 해결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찬호가 오기 전까지, 내년 주전 유격수 자리를 따놓은 당상으로 보였다. 하지만 넘을 수 없는 벽, 박찬호가 와버렸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두산은 안재석을 차기 3루수로 염두에 두고 있다. 벌크업 효과가 포지션 변경까지 영향을 미쳐버렸다. 수비 부담을 줄이고 아예 타격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다. 어깨 좋은 유격수가 3루에 안착하는 건 어렵지 않다. 두산은 일찍부터 안재석이 어깨는 좋지만, 풋워크 등에서는 유격수보다 3루가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두산은 올해 강승호를 3루에 돌렸다 실패했고, 신인 박준순으로 어찌저찌 시즌을 끝마쳤다. 하지만 해결책이 필요했다.
안재석은 그나마 희망이라도 있다. 이 박찬호 유탄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은 2루다. 강승호, 박준순에 오명진과 이유찬 등이 한 자리를 놓고 싸워야 한다. 20홈런도 가능한 강승호가 부활하는 건 두산이 바라는 최고 시나리오. 박준순은 두산이 키워야 하는 대형 신인이고, 오명진도 올해 혜성처럼 나타나 가능성을 보여 그냥 두기에는 아까운 자원이다. 이유찬은 유격수와 2루를 모두 커버하는 백업으로 활약할 수 있지만, 지난해부터 주전을 따내기 위해 절치부심 준비했던 선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