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야구대표팀이 어쩌면 국가대표 3루수 하나를 잃을지도 모른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문을 두드린 내야수 송성문(키움 히어로즈)이 계약에 성공하면, 내년 3월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여부가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송성문은 24일 서울시 송파구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뱅크 KBO 시상식'에 참석해 3루수 부문 수비상의 영광을 안았다. KT 위즈 3루수 허경민이 2023년 초대 수상, 지난해 2년 연속 수상의 영광을 안았는데, 올해는 송성문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송성문은 "KBO 시상식은 처음 와 본다. 뜻깊은 날이 됐다. 입단할 때는 수비가 약점인 선수였는데, 수비로 상을 받는 날이 온 게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송성문이 내년에도 KBO리그 최고 3루수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 KBO는 지난 21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송성문의 포스팅을 요청했고,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은 22일 오전 8시(미국 동부시간 기준)부터 30일째 되는 날의 오후 5시까지 송성문과 협상이 가능하다.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경우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따른 이적료를 키움 히어로즈에 지급해야 한다.
파격적이라면 파격적인 도전이다. 송성문은 지난 8월 키움과 야수 역대 최고액 비FA 다년계약을 했다. 계약기간 6년에 연봉 120억원 전액을 보장하는 파격 조건이었다. 비FA 다년계약 야수 가운데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의 90억원(5년, 별도 옵션 30억원)을 넘어선 역대 최고액이었다.
송성문은 당장 120억원이 보장된 계약을 실행할 수도 있었지만, 더 큰 무대에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만큼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송성문에게 관심을 보인 메이저리그 구단이 있다. 무모하게 도전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송성문은 현재 협상 상황과 관련해 "아직 (포스팅을 시작한 지) 3일째밖에 안 됐다.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계약이 성사될 것 같으면 미국 출국 일정을 잡을 것이고, 그 전까지는 한국에서 운동하려 한다. (미국 에이전트가) 이제 시작이니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열심히 움직이고 계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어 공부를 미리 하고 있는지 질문이 이어졌다. 송성문은 정규시즌 MVP와 투수 4관왕을 차지한 코디 폰세(한화 이글스)의 영어 수상 소감을 들어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송성문은 "폰세의 소감을 들어보려고 노력했는데, '팬'과 '어메이징'밖에 안 들렸다. 통역의 힘을 빌려야 하지 않을까"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루는 게 첫 번째지만, 한 가지 고민은 있다. 대표팀 합류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송성문은 냉정히 메이저리그 구단과 대어급 계약을 하긴 어렵다. 메이저리거들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해야 하고, 또 새로운 팀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에 WBC가 열리니 이탈하기가 부담스럽긴 하다.
송성문은 "조심스럽다. 미국을 가는 게 확정된 상황도 아니고, 가더라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다. 내가 미국에 있으면 필요하고 중요한 선수가 자리가 보장돼서 가는 게 절대 아니기 때문에 구단과 내 환경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미국에 간다면 대표팀 합류가)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