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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강백호 잡고"…'KIA 유일' 수상자의 이유 있는 농담, 왜 한화 단장에게 감사 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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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나랑 (안)치홍이 보내더니 바로 강백호 잡아 오고, '단장님 얼굴 너무 좋으신데요' 그랬죠(웃음)."

이제는 KIA 타이거즈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투수 이태양이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태양은 24일 서울시 송파구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뱅크 KBO 시상식'에서 퓨처스 북부리그 다승왕을 받았는데, 손혁 한화 이글스 단장이 단상 위에 직접 올라와 이태양에게 꽃다발을 전달해 눈길을 끌었다.

한화 선수로 이룬 성과이기에 당연했다. 이태양은 올해 퓨처스리그 27경기에 등판해 8승무패, 3홀드, 40⅔이닝, 평균자책점 1.77을 기록했다. 1군에서는 14경기 등판에 그치며 기회가 적었지만, 퓨처스리그에서 묵묵히 성과를 내며 지난해 팔꿈치 수술 이후 우려를 말끔히 지웠다.

덕분에 KIA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태양은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한화 구단에 직접 자신을 35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해 주길 요청했고, KIA는 1라운드에 이태양을 지명했다. KIA는 한화에 1라운드 양도금 4억원을 지급하고, 이태양의 내년 FA 계약 마지막 해 연봉 2억7000만원까지 보전해 주는 것을 감수하고 선택했다. 이태양을 영입하지 않았다면 올해 KBO 시상식에 KIA 수상자는 아예 없을 뻔했다.

심재학 KIA 단장은 "이태양이 롱릴리프가 된다. 멀티 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수를 현장에서 원했고, 그런 점에서 이태양에게 높은 점수를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이태양과 함께 고액 FA 계약자였던 내야수 안치홍(키움 히어로즈)까지 2차 드래프트로 정리하면서 샐러리캡에 여유가 생겼다. 한화는 지난 19일 2차 드래프트가 끝난 직후 강백호 영입 전에 뛰어들었고, 20일 4년 총액 100억원 계약에 사인을 받았다. 이태양이 위와 같은 농담을 손 단장에게 던진 이유다.

이태양은 손 단장에게 꽃다발을 받은 뒤 "단장님이 웃으면서 축하해 주셔서 기분 좋았다. 내가 단장님한테 장난으로 그랬다. '나랑 치홍이 보내더니 바로 강백호 잡아 오고, 단장님 얼굴이 너무 좋으신데요?'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말라고 그러시더라(웃음). 그래도 내가 야구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신 거니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이태양의 농담에는 자신을 믿고 큰돈을 썼던 한화를 향한 미안한 마음이 깔려 있었다. 이태양은 2010년 한화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2020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로 트레이드 이적했으나 친정 한화를 향한 마음이 작아지지 않았다. 2023년 한화와 4년 총액 25억원에 FA 계약을 하고 돌아온 이유다.

이태양은 2023년 FA 계약 첫해는 50경기에 등판해 3승3패, 2홀드, 100⅓이닝, 평균자책점 3.23을 기록했다. 필승조, 추격조, 롱릴리프, 선발까지 한화가 원하는 보직이면 다 수용한 결과였다. 그러다 지난해 팔꿈치에 탈이 났고, 올해까지 2년 동안 몸값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어쨌든 한화가 자신을 정리하면서 강백호라는 강타자를 영입했고, 본인은 KIA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었으니 웃으며 떠나게 됐다.

이태양은 "올해 퓨처스팀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다른 분들이 봤을 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 스스로는 아직까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계약 기간이 내년까지 1년이 남았는데, 또 이렇게 1년을 보내기에는 내가 야구를 하는 하루하루가 너무 아깝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화를 떠나는 게 진짜 마음은 아프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들과 내 아이를 생각하면 야구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내가 먼저 구단에 면담을 요청한 것이다. 모든 팀의 감독님이 원하는 스타일이 있을 텐데, 내가 그 부분을 못 맞췄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 더 발전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으로 퓨처스팀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KIA의 영입에 감사를 표했다.

이태양은 "KIA는 지난해 우승한 팀이고, 전력이 굉장히 좋은 팀이다. 올해는 부상자가 많이 나오면서 힘든 시즌을 보냈지만, 내년에는 그런 부분(부상)이 줄어든다면 다시 KIA가 우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이 우승한 팀인데 괜히 우승한 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항상 (상대할 때) 어려운 팀이었다"고 말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원하던 영입이었기에 이태양을 크게 반겼다.

이태양은 "감독님이 (통화하면서) 일단 첫 마디가 아프지만 말라고 하셨다. 건강한 모습은 다 알고 있으니까. 이 팀이 필요로 해서 데려온 거니까. 그 부분만 잘 알고 잘 준비해 달라고 하셨다"며 "올해는 퓨처스리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내년에는 그래도 관중분들 앞에서 던질 수 있다는 생각에 많은 기대가 된다. 기대한 만큼 내가 지금까지 야구하면서 보직 안 가리고 다 했던 그런 것을 KIA에서 원하는 거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몫을 다 하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