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도대체 얼마를 줘야 하나.
타격왕 몸값이 180만달러였다. 그렇다면 홈런왕, 타점왕, 장타율왕에게는 도대체 얼마를 줘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좋은 외국인 선수와 행복했던 시간은 이제 다 지나갔다. 삼성 라이온즈는 머리가 아플 듯 하다. 외국인 타자 디아즈에게 얼마를 안겨야 할 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디아즈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144경기 전 경기를 뛰며 타율 3할1푼4리 50홈런 158타점. KBO리그 새 역사를 썼다. 외국인 선수 최초 50홈런에 토종-외국인 통틀어 한 시즌 최다 타점 신기록을 세웠다. 최초로 50홈런-150타점을 돌파한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디아즈 덕에 삼성이 가을야구에 진출해 명승부를 펼쳤다 해도 과언이 아닌 시즌이었다.
올해 연봉 단돈 80만달러였다. 지난해 대체 선수로 와 가능성을 보고 한 재계약이었기에, 적은 금액으로 잡을 수 있었다. '역대급 가성비'였다.
하지만 디아즈도 이제 당당히 할 말이 생겼다. 사실상 '갑'의 위치에서 구단과 재계약 협상을 할 수 있게 됐다. 디아즈를 놓친다는 건 삼성에 재앙에 가까운 일이다. 더군다나 이번 비시즌 외국인 선수 영입은 투수는 자원이 많은데 타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디아즈는 폰세(한화)처럼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얘기도 나오지 않는다. 목숨 걸고 잡아야 할 선수다. 삼성에 다행인 건 24일 열린 KBO시상식에 참석한 디아즈가 재계약에 대해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알려드리겠다"며 긍정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돈이다. 프로 선수는 연봉으로 자존심을 얘기할 수 있다. 연봉 협상은 비교 대상이 중요하다. '이 선수가 이만큼 받았으니, 이 선수보다 더 잘한 나는 더 받아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할 수 있다.
올해 외국인 타자 최고 연봉자는 SSG 랜더스 에레디아였다. 무려 총액 180만달러(약 27억원) 계약을 맺었다. 에레디아는 지난해 타격 타이틀을 차지했다. 수비상도 받고 공-수-주 훌륭한 선수였다.
하지만 50홈런, 150타점 타자와 비교는 무리다. 성적만 놓고 보면 디아즈는 180만달러 두 배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현실의 벽이 있으니 골치가 아프다.
디아즈 입장에서는 최소 180만달러 이상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구단은 80만달러에서 한 번에 100만달러를 올려주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에레디아도 100만달러-150만달러-180만달러로 단계적으로 몸값을 올렸다.
여기에 내년 외국인 선수 연봉 총액도 고려해야 한다. 삼성은 세 사람에게 총 430만달러까지만 줄 수 있다. 디아즈에게 만약 200만달러를 써버리면, 에이스로 엄청난 투구를 해준 후라도 대우가 섭섭해질 수밖에 없다. 후라도를 신경써준다고 하면, 나머지 한 명의 선수 몸값이 너무 떨어진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