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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연속 수비상 '0명' 이제 2팀만 남았다…FA 버스는 지나갔는데, 놓친 박찬호 후회하지 않으려면 [SC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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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강팀의 필수 조건 중 하나는 좋은 수비다. '0입'으로 시작할 김태형 감독의 마지막 시즌, 롯데 자이언츠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KBO 수비상은 포지션별로 총 9명을 선정한다. 10개 구단 관계자(감독 코치진, 단장 등 총 110명) 투표 75%, 스포츠투아이 수비 기록 점수 25%를 합산한 결과다. 메이저리그로 따지면 타격을 제외하고 수비만 보는 '골드글러브' 시상식에 대응한다. 특히 수비상은 외야수 역시 부문별로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로 나눠 시상한다는 점에서 골든글러브와도 차별성을 갖는다.

하지만 올해 수비상 리스트에 롯데 선수의 이름은 없었다. 2023년부터 신설된 수비상이 올해까지 3년째 진행되는 동안, 단 한명의 수상자도 내지 못한 팀은 롯데와 한화 이글스 2팀 뿐이다.

롯데의 현실은 그 중에서도 더욱 비참하다. 그래도 한화는 문현빈이 좌익수 부문 3위를 차지하며 9개 부문 톱3 총 27자리 중 한 자리나마 이름을 올려 구단의 체면을 살렸다. 또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궈낸 폰세-와이스의 원투펀치 또한 심우준-하주석이라는 탄탄한 수비력의 키스톤 콤비를 통해 견고해진 내야 수비의 덕을 적지 않게 봤다.

반면 롯데는 수상자는커녕 톱3 안에도 한명도 없다. 포수, 내야, 외야는 물론 하다못해 투수조차 수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는게 롯데의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김태형 감독이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한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 사실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 사령탑이다.

수비는 강팀의 증명이자 팀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필수 요소다. 다만 김태형 감독은 선발-불펜 평균자책점 8위(4.87) 팀 홈런 꼴찌(75개, 유일한 100개 미만팀), 20홈런 타자 없음, OPS 6위(출루율+장타율, 0.718)의 암담한 현실 속 '그래도 점수를 내야 이길 수 있다'에 초점을 맞췄을 뿐이다. 한방을 때려줄 20홈런 타자가 2~3명만 있었어도, 보다 수비에 중점을 뒀을수도 있다.

이번 FA 시장 개막을 앞두고 김태형 감독이 1순위로 지목한 영입 후보 역시 내야 사령관을 맡아줄 박찬호였다. 테이블세터와 주전 유격수로서 확실하게 검증된 자원이고, 나이로 보나 기량으로 보나 좀처럼 나오기 힘든 FA 찬스였다.

박찬호가 주전 유격수를 맡고, 전민재가 내야 멀티를 해주는게 김태형 감독이 그린 기본적인 내야 수비 시나리오였다. 롯데가 박찬호에게 제대로 된 오퍼조차 날리지 않은 채 두산 이적이 확정된 현실에 마무리캠프 도중 돌연 귀국할 만큼 남다른 실망감을 표한 이유다.

결과적으로 내년 시즌 롯데 내야는 주전 유격수 전민재를 제외하면 아직 전체적으로 미정이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돌아오는 한동희의 3루 수비는 아직 의문이 남아있다. 타격 부진을 겪은 나승엽이 1루를 책임질 수 있을지는 더 큰 고민이다, 여기저기 빈틈 메꾸느라 고생중인 고승민이 주 포지션인 2루에 정착할 수 있을지, 혹은 1루나 외야수로 더 많은 시간을 뛰게 될지, 만만찮은 잠재력을 보여준 한태양이나 이호준, 박찬형 같은 신예들이 한자리를 꿰찰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를 일이다.

롯데는 올해 지난해보다 훨씬 격렬한 마무리캠프를 소화했다. 손가락 수술을 한 황성빈을 제외한 '윤고나손'을 모두 마무리캠프로 소환했을 만큼 열을 올렸다. 전민재와 한태양을 자매구단 지바롯데 마린즈의 1군 마무리캠프에 파견하는 등 수비 향상을 위해 골몰했다.

전민재는 "지바롯데에서 야구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일본 선수들과 적극 소통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수비 밸런스부터 타격 루틴, 힘쓰는 방법까지 많은 것을 배웠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내년 이맘때 롯데가 '그때 박찬호를 잡았어야 했는데'라며 쓰린 속을 부여잡을까 벌써부터 걱정하는 팬들이 많다. 롯데는 이 같은 팬들의 의문과 불만에 내년 시즌 경기력으로 답할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