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타격장인' 최형우의 거취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점입가경이다.
당연히 원 소속팀 KIA 타이거즈가 잡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협상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눈높이가 달랐다. KIA가 제시한 조건이 최형우를 선뜻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 사이 삼성 라이온즈가 적극 참전했다. 최형우의 친정팀이자 1년 전 KIA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달빛동맹 팀.
내년 시즌 어쩌면 다시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을 수도 있는 두 팀이다. 최형우가 1년 후 가을무대에서 어느 팀 유니폼을 입고 뛰느냐가 걸린 흥미로운 스토브리그 쟁탈전.
수면 아래서 추진중이던 '삼성 참전' 소식이 주 초부터 슬금슬금 알려졌다. 급기야 '3년 30억원' 규모의 삼성행 확정적 보도까지 나왔다.
KIA, 삼성 모두 당황했다. 양 구단과 에이전시 모두 즉각 부인했다.
최형우의 거취는 결국 두 팀 중 하나가 되겠지만 적어도 26일까지는 결정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직은 '양 구단과 협상 중'이다. 구체적 조건도 정리되지 않았다. 진짜 놀라운 사실은 최형우의 예상을 뛰어넘는 존재감이다.
1983년 생.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과 두산 베어스 고효준의 방출로 복귀가 없다면, 최형우는 내년 시즌 리그 최고령 선수로 등극하게 된다. 불혹을 훌쩍 넘긴 FA 타자에게 복수의 경쟁팀이 붙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최형우는 올시즌 집단 부상과 부진 등으로 헐거워진 KIA 타선의 중심이었다.
133경기 0.307의 타율과 24홈런, 86타점. 장타율 0.529, 출루율 0.399로 OPS가 0.928에 달한다, 마흔둘 타자가 기록했다고 믿기지 않는 수치다.
상대 투수가 위기에서 가장 만나기 싫은 타자가 바로 최형우였다. 위즈덤 나성범 김도영 등 쟁쟁한 KIA 스타플레이어 모두 여러기지 이유와 측면에서 올시즌 최형우의 존재감을 뛰어넘지 못했다. 소속팀 KIA로선 무조건 잡아야 할 FA였다. 다만, 나이가 많으니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싶었다.
단독입찰이 예상됐지만, 놀랍게도 경쟁팀이 붙었다. 이적 명분이 있는 친정팀 삼성이었다. 아무리 보상선수가 없는 C등급 FA라 할지라도 최형우의 올시즌 연봉은 무려 10억원. 보상규모가 150%인 15억원이다. 삼성이 레전드 스타를 원대복귀 시키려면 'FA 총액 + 15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원 소속팀 KIA와의 경쟁이 결코 쉽지 않은 상황. 그럼에도 삼성은 참전을 결심했다.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고 승산도 있다고 봤다. 그만큼 최형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셈. 마흔셋 내년시즌, 마흔넷 내후년 시즌도 건재할 거란 판단이다. 최형우가 대단하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대목.
다만, 15억원의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KIA가 제시한 조건을 훌쩍 뛰어넘는 엄청난 거액을 투자할 수는 없는 상황.
일단 본의 아니게 삼성의 참전 의지가 만천하에 공개된 만큼 최형우 거취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KIA의 안전장치와 삼성의 베팅한도 그 중간 어디쯤에서 마흔둘 타격장인의 거취가 곧 결정될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