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쇼케이스'는 제대로 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이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채널과 아카데미 홍보를 위한 'SHOW'일 뿐이다. 상습 음주운전으로 커리어를 끝장 낸 불혹 직전의 은퇴 선수를 다시 받아줄 메이저리그(MLB) 구단은 없다.
최근 전직 야구선수 강정호(38)의 복귀 도전 쇼케이스가 화제를 끌었다. 강정호는 지난 2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한 쇼케이스'를 공개했다. 그는 미국 현지에서 타격과 수비를 하는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이는 지난 3월에 역시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메이저리그 복귀를 시도해보겠다며 예고한 쇼케이스였다.
이 영상에서 강정호는 타격과 수비, 송구 등을 선보였다. 특히 이날 현장에 두 명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참석했고, 이 중 한 명은 '월드시리즈 2연패 팀' LA다저스 소속이라고 '주장'하며, 다른 한 명의 스카우트는 어느 팀 소속인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적어도 강정호의 '쇼케이스' 현장에 MLB 구단 스카우트가 온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무슨 목적으로 이 현장에 와서 강정호의 쇼케이스를 참관했는지는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이날 참관 자료가 실제 영입 리포트용으로 사용될 지도 미지수다.
강정호는 이들 앞에서 배팅과 송구 동작을 시연했다. 타격 연습 때는 몇 차례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쇼케이스로 강정호가 다시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배팅 연습에서 한 차례 장타가 나오긴 했지만, 강정호와 킹캉아카데미에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것으로 보이는 스태프가 치기 쉽게 던져준 느린 배팅 볼을 쳤을 뿐이다. 수비 연습 때에도 풋워크나 송구 스피드가 메이저리그 현역 선수들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었다. 강정호의 현역 시절 모습과 비교해도 금세 티가 나는 부분이다.
이런 모습을 토대로 판단함녀 다저스 또는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이 강정호를 다시 영입할 가능성은 없다. 제로다. 현역 복귀가 불가능한 이유는 수 없이 많다.
일단 강정호는 이미 은퇴한 지 6년 이상 지난 데다가 내년이면 만 39세가 된다. 즉시 전력감도 아니고, 키워서 쓸 재목도 아니다. 특히 다저스는 강력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끌어모아 월드시리즈 2연패를 거둔 초엘리트 팀이다. 심지어 마이너리그 팜에는 메이저리그 콜업 기회만 바라보고 있는 20대 초중반의 힘이 넘치는 유망주들이 수십 여명이나 대기하고 있다.
이런 다저스 구단이 곧 40세가 되는 '은퇴선수' 강정호를 영입한다는 건 '난센스'다. 심지어 강정호는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전성기를 보낼 때조차도 메이저리그에서 A급 선수라고 보기 힘들었다.
주전멤버로 뛴 시즌이 데뷔 시즌인 2015년과 이듬해인 2016년 뿐이다. 2015년에는 126경기에 나와 타율 0.287(421타수 121안타)에 15홈런 58타점 OPS .816을 기록했고, 2016년에는 103경기에서 타율 0.255(318타수 81안타)에 21홈런 62타점 OPS 0.867을 기록한 게 전부다.
이후 2016년 12월 초 시즌을 마치고 국내에 머물던 중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현장에서 도주했고, 동승했던 여성이 운전했다는 거짓말을 하는 최악의 행동을 저질렀다. 이로 인해 강정호는 2017년 3월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도 1심 판결이 유지됐다.
심지어 이는 2009년과 2011년에 이어 강정호의 세 번째 음주운전 적발이었다. 2009년에는 음주운전 적발로 벌금 100만원, 2011년에는 음주운전으로 사고까지 내서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이것으로 강정호는 공식적으로 '역대 한국 야구선수 중 최악의 음주운전 범죄자'로 공인됐고, 현역 커리어는 완전히 끝장이 났다.
그나마 피츠버그 구단은 강정호와의 잔여 계약을 유지하며 복귀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2018년 3경기 출전에 이어 2019년 65경기 출전(타율 0.169)에 그치며 메이저리그 경력이 끝났다. 강정호는 이후 2020년 원 소속팀 키움히어로즈 소속으로 슬그머니 KBO리그 복귀를 추진했지만 KBO의 공식 불허 방침으로 인해 이마저도 무산돼 은퇴처리됐다.
이런 커리어를 감안하면 다저스 뿐만 아니라 그 어떤 MLB 구단도 강정호의 영입을 시도할 이유가 전혀 없다. 특히 강정호를 영입하는 순간, 구단이 유지해 온 팜 시스템과 해외 선수 영입의 체계의 가치가 바닥에 떨어져버리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강정호 쇼케이스 현장에 나타난 2명의 스카우트가 실제로 강정호의 영입을 염두에 두고 현장을 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들은 엄밀히 말해 강정호가 만든 '이미지 홍보용 쇼케이스'의 참관인 정도라고 보는 게 합리적인 판단일 듯 하다.
강정호는 영상에서 "결과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자신의 쇼케이스를 '마지막 도전'이라는 이미지로 미화하고 있지만, 엄밀히 볼 때 이건 또 다시 야구팬들을 기만하는 행위일 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