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역대 최악의 '먹튀'로 꼽히는 LA 에인절스 3루수 앤서니 렌던이 마침내 유니폼을 벗는다.
ESPN은 27일(한국시각) '에인절스 구단과 렌던이 1년이 남은 현 계약을 옵트아웃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다. 에인절스에 어떤 결실도 가져다 주지 못한 7년 2억4500만달러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며 '엉덩이 수술서 재활을 하느라 올해를 통째로 쉰 렌던은 은퇴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렌던은 2019년 12월 에인절스와 7년 2억4500만달러(약 3597억원)에 FA 계약을 맺고 워싱턴 내셔널스를 떠나 LA에 둥지를 틀었다. 이 계약의 마지막 시즌인 내년 연봉은 3800만달러에 이른다. 렌던이 은퇴하기로 했다고 해도 거액을 그냥 포기할 리 없기 때문에 양측이 계약 해지를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면 된다.
ESPN은 '남은 연봉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놓고 아직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사안은 복잡한 양상을 띤다'면서 '다만 렌던이 해당 연봉의 일부를 추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이번 오프시즌 전력 강화를 계획 중인 에인절스는 재정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렌던은 FA 시장에 나갈 당시 역대 최고의 3루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를 앞세워 대박을 터뜨렸다. 그해 146경기에서 타율 0.319, 34홈런, 126타점, 117득점, OPS 1.010을 마크하며 NL MVP 투표 3위에 올랐고, 실버슬러거도 차지했다. 생애 첫 올스타에 뽑혔음은 물론이다. 특히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2홈런, 8타점을 올리며 워싱턴 구단 첫 우승에 큰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는 에인절스와의 계약 첫 시즌인 2020년 60경기 중 5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6, 9홈런, 31타점, OPS 0.915로 몸값에 걸맞는 활약을 예고했지만, 2021년부터 온갖 부상에 시달리며 연봉만 축내는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듬해에는 사타구니, 무릎, 햄스트링, 엉덩이를 다쳐 3차례 부상자 명단(IL)에 올라 58경기 출전에 그쳤고, 2022년에는 손목 수술을 받고 6월 초 사실상 시즌을 접었다. 2023년에도 사타구니와 손목, 정강이 부상으로 7월 초에 시즌을 마감했다. 2024년에는 엉덩이와 햄스트링, 허리 부상 등으로 IL을 들락날락했다. 결국 올해 스프링트레이닝서 엉덩이 수술을 받고 시즌 내내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렌던은 2021~2025년까지 5년 간 팀이 치른 810경기 중 205경기에 출전했다. 출석률이 4분의 1에 불과했다. 이 기간 누적 bWAR은 3.9에 불과했다. 워싱턴 시절에는 파워와 정확성, 스피드, 수비력을 갖춘 올어라운드 내야수로 각광을 받았는데, 워싱턴에서 뛴 7년 누적 bWAR은 30.3이었다. 그러나 거액을 받기로 한 뒤로는 팀보다는 병원, 트레이닝룸에서 지내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특히 렌던은 "야구는 단지 직업일 뿐 자신의 인생에서 우선 순위가 아니다"고 공개발언하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ESPN은 '부상 때문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그가 공개적으로 밝힌 야구에 대한 제한된 관심이 그의 대표적인 성격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야구가 최우선 과제가 아닌 단지 직업일 뿐이며 주위의 칭찬이나 관심은 신경쓰지 않음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에인절스는 렌던과 함께 또 다른 슈퍼스타이자 거액 계약의 주인공인 마이크 트라웃마저 매년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암흑기를 끝내지 못하고 2015년 이후 11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