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특정 에이전트 독과점 시대를 만든 주범은, 그 에이전트를 욕하는 구단들이다?
최근 야구계는 에이전트 독과점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리코스포츠 에이전시(이하 리코)라는 거대 에이전트가 수많은 스타급 선수, 또 스타가 될 자질을 가진 선수들을 싹쓸이하면서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FA 시장을 주무르다시피 하는 실정이다. 몸값이 높은 선수들부터 협상을 시작해 차례로 구단들의 '패닉 바이'를 유도한다. 편법을 통해 한 구단 3명, 최대 15명 보유 규정을 비웃듯 거대 왕국을 꾸렸다. 최근에는 돈까지 욕심을 내다 야구 근간을 무너뜨릴 여지가 있는 유료 선수-팬 소통 어플을 출시했다가 철퇴를 맞았다.
구단들이 리코의 행태에 '부글부글'한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다만 그동안 표출을 못 해왔을 뿐. 그 울분이 한 번에 터지고 있다. 최근 KBO리그 사장들이 국가대표팀 평가전을 보기 위해 허구연 KBO 총재와 일본에 함께 넘어가, 거기서 강한 어조로 최근 리코의 독과점 문제에 대한 항의를 했다고 한다. KBO도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리코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역할(?)을 120% 하고 있다. 27일 투수 이영하 FA 계약을 이끌어냈다. 이영하는 두산 베어스와 4년 계약을 하며 무려 52억원을 받는 조건에 합의했다. 지난 6년 동안 한 시즌 최다승 6승, 최다 홀드 14홀드 투수가 엄청난 돈을 받게 됐다.
이영하에 앞서 박찬호 4년 80억원, 김현수 3년 50억원 계약도 이끌었다. 두 사람 모두 전액 보장이다. 박찬호는 계약금이 무려 50억원이라 놀랍고, 김현수는 40세를 앞두고 전액 보장이라 또 놀라게 했다.
리코 소속은 아니지만 올해 크게 부진했던 타자 최원준 역시 KT 위즈와 4년 48억원 계약을 체결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4년 전 60억원 계약을 했던 베테랑 외야수 박해민도 스스로 페이컷을 하지 않았다면 4살을 더 먹고 70억원이 넘는 돈을 받을 수 있었다.
구단들은 거대 에이전트 독과점 때문에 선수들 몸값이 폭등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원준, 박해민 사례 등이 있으니 리코 탓만 할 수는 없다.
또 리코의 힘을 더 세게 만들어주는 건 구단들 스스로다. 선수 영입 욕심에 '치킨 게임'을 하며 액수는 키워주고, 옵션을 줄여준다. 두산은 김재환에게 4년 전 FA 계약에서 사실상 옵트아웃 조항을 넣어주기도 했다. 안그래도 리코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시장이, 예상치 못한 사태에 더 큰 충격타로 비틀거렸다. 여기에 이영하 계약은 에이전트 욕을 하고, 그 에이전트 선수에게 돈을 퍼주는 '역설'의 정점을 보여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렇게 구단들이 알아서 돈을 써주니 선수들은 리코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렇게 구단 사장, 단장들이 괴물 에이전트를 만들어준 것이다.
담합을 해도 모자랄 판에 '왜 저 구단은 저렇게 돈을 막 쓰냐'고 비난하다, 그 비난하던 구단이 다음해 그룹 예산을 받으면 돈을 펑펑 쓴다. 매 시즌 돌아가며 '배신자'가 나오니, 시장 과열을 막을 수가 없다. 선수 영입에 객관적 선수 평가, 시장 상황 파악 등은 없다. 맹목적 흥정이다. 어떤 선수 사례인지는 얘기할 수는 없지만, 실제 있지도 않은 경쟁 여론과 언론 플레이에 천문학적 돈을 더 쓴 구단이 있다. 경쟁팀이 전혀 없는데 수십억원대, 100억원대 계약이 나온다. 모두 리코 선수들 사례였다.
'일단 우리라도 살고 보자'는 주먹구구식의 구단 운영이, 건강한 리그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일지도 모른다. 현 시점 특정 에이전시의 독과점 문제도 분명히 큰 문제고 리그 발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개선돼야 하지만, 구단들 스스로도 자신들은 문제가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제도 변화로 독과점을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이런 과열 경쟁을 스스로 한다면 제도 개선만으로 절대 지금의 독과점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